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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카페의 김현진 작가
 갤러리 카페의 김현진 작가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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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남자친구를 소개합니다.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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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를 만난 지 2년이 넘었다. 그걸 어떤 식으로 기념해야할까. 특별한 선물을 주고받을 수도 있고 어디론가 함께 여행을 갈 수도 있겠다.

김현진 작가는 2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전시회를 열었다. 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있는 김 작가는 자신의 남자친구를 콘셉트로 해서 전시회를 한다. 전시장소는 서울 마포구에 있는 갤러리 겸 카페 '빡스(BBOX)'.

이곳에는 김 작가가 자신의 남자친구를 그린 작품들이 10점 넘게 걸려있다. 전시회의 제목인 <P.755>는 남자친구를 만난 날짜를 의미한다. 김 작가에게는 두 번째 개인전. 김 작가를 전시회가 시작되는 지난 11일 갤러리에서 만났다. 그날이 바로 남자친구를 만난지 755일이 되는 날이었다.

"남자친구를 만나면서부터 남자친구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많이 그렸고, 그 그림들을 전시하고 싶었던 차에 전시 제의가 들어온 거예요. 전시 제목에 있는 P는 페이지를 의미해요. 삶은 한 권의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남자친구와의 만남이 755페이지까지 이어져 온 거죠. 앞으로도 이어질거고요. "

남자친구의 모습을 그린 전시회

<여의나루>
 <여의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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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와 함께
 남자친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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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에 걸린 작가의 작품에는 크게 두 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남자친구의 모습, 다른 하나는 '새'의 모습이다. 김 작가는 사람들 얼굴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사람들의 얼굴을 그려왔다. 그런데 자신의 얼굴은 이상하게도 잘 안 그려졌다고 한다. 그린 다음에도 왠지 자신처럼 보이지 않았다고.

그런 이유로 그림 안에 '새'를 넣기 시작했다. 그 새는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토코투칸 (Toco Toucan)이다. 주로 남아메리카에 서식하는 토코투칸은 큰 부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동물원에 가서야 볼 수 있는 새다. 김 작가는 싱가포르와 부산에서 실제로 이 새를 보았다고 한다. 자신의 생각보다는 작은 편이었다고.

"고등학교 때 모의고사 문제집에서 처음 그 새를 보았어요. 그때 커다란 부리를 가진 그 새가 마음에 들어서 그리기 시작한 거죠. 커다란 부리를 가진 새, 왠지 화려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새. 저하고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저를 보면 용기있고 붙임성도 많을 거라고 보는데 저는 실제로 그렇지 않거든요. 낯을 가리기도 하고 조용히 있는 편이에요."

근데 실제로도 용감할 것 같다. 김 작가는 2015년에 혼자서 5개월 동안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그곳에서도 사람들의 그림을 그려주며 여행을 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좋았다고 한다. 그러니 붙임성이나 사교성이 좋은 것 아닐까. 김 작가는 '현지너리(Hyunjinery)'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커다란 부리를 가진 새와 얼굴의 조화

남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남자친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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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기>
 <빙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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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부터 별명으로 불렸어요. 현지너리, 같이 그림 그리던 한 선배가 레귤러리(Regularly)라는 단어를 발음하다가 그걸 좀 변형(?)시켜서 저에게 '현지너리'라고 부르게 되었어요. 그런데 발음하기도 편하고 어감이랑 느낌도 좋아서 계속 예명처럼 사용하게 되었어요."

김 작가는 사람 얼굴 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갤러리에는 얼굴이 아닌 다른 그림도 있다. 그중 하나는 <빙하기>라는 제목의 작품. 이 작품도 남자친구와 연관이 있다.

"남자친구하고 같이 있으면 좋잖아요. 그때 그 순간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린거에요. 이대로 시간이 멈추면 좋겠다. 이런 느낌으로 그린 작품이에요."

김 작가의 남자친구는 살짝 머리를 길러서 묶고 다닌다. 그에 대한 애정이 담긴 작품들의 전시회.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이 작품들을 감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번 전시회는 11월 7일까지 열린다.

"남자친구는 제가 자신을 콘셉트로 전시회를 한다니까 좀 쑥스러우면서도 고마워해요. 전시회에 오시는 분들이 제 작품들을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태그:#김현진 작가, #현지너리, #P.755, #빡스, #남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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