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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는 10일 갤럭시 노트7의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회사차원의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다. 전량 리콜을 결정한 지 한 달여 만, 새 제품을 다시 내놓은 지 10여일 만이다.
지난 18일 새벽 폭발 소리와 함께 불에 탄 손재삼씨의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지난 18일 새벽 폭발 소리와 함께 불에 탄 손재삼씨의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 손재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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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갤럭시 노트7의 배터리 '불씨'가 '불덩어리'로 커지고 있다. 일부 배터리 결함의 대규모 리콜에 환호했던 뜨거운 시장 열기는 급격히 식다 못해 얼어붙었다.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불안과 불만은 치솟았고, 결국 삼성전자도 두손을 들었다.

삼성의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재패 야심은 꺾였고, 시장으로부터 신뢰까지 잃었다. 삼성에게는 이제 자신들까지 집어 삼킬 정도로 커져 버린 거대한 '화마(火魔)'와의 힘겨운 싸움만 남아있다.

삼성전자는 10일 갤럭시 노트7의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회사차원의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다. 대신 전날(9일) 오후부터 삼성전자 협력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조금씩 흘러나왔다. 이어 이날 오후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최근 갤럭시노트7 소손(燒巽) 발생으로 정밀한 조사와 품질 관리 강화를 위해 공급량 조정이 있는 중"이라고 답변했다.

'공급량 조정 중'이라는 말 자체가 업계에선 사실상 생산 중단을 의미한다. 삼성전자 협력사 관계자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공급량을 조정한다'는 말 자체가 생산 중단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쪽에서 새로 바뀐 제품 사고가 계속 터지고, 소비자 안전을 감안해서 (생산중단)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 "삼성으로부터 언제 다시 (생산이) 재개될 것인지에 대한 언급을 듣지 못했다"면서 더이상의 언급은 꺼렸다.

섣부른 리콜 환호, 부메랑이 돼 돌아오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 대회의실에서 배터리 폭발 현상을 빚은 갤럭시 노트7 품질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삼성은 이날 일부 배터리 셀에 문제가 발견됐다면서 지금까지 국내외에 판매된 250만 대를 전량 신제품으로 교환하거나 환불해 주기로 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 대회의실에서 배터리 폭발 현상을 빚은 갤럭시 노트7 품질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삼성은 이날 일부 배터리 셀에 문제가 발견됐다면서 지금까지 국내외에 판매된 250만 대를 전량 신제품으로 교환하거나 환불해 주기로 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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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노트7은 지난 8월 올림픽 직전 화려하게 데뷔했다. 홍채인식 센서를 비롯해 최고 수준의 방수와 방진기능, 듀얼 엣지 디스플레이, 15% 커진 대용량 배터리까지... 세계 IT 업계와 미디어는 '애플을 뛰어넘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올해 초 갤럭시 에스7에 이어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이어졌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먼저 출시된 미국과 국내 일부에서 배터리 발화 소식이 전해졌고, 지난달 2일 삼성전자는 배터리 결함을 인정했다. 이어 판매중단과 함께 약 250만 대의 리콜을 발표했고, 시장과 일부 소비자들은 '환호(?)'했다. 일부 회사의 배터리만 교체하면 될 줄 알았다. 삼성도 새 갤럭시 노트7에 중국 에이티엘(ATL) 배터리를 넣고, 재판매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난달 하순부터 미국 등지에서 새 제품에서도 발화사건이 전해졌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삼성쪽에선 일부 블랙커슈머 사례를 들어가며, 외부충격에 의한 발화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미국서 발화 사례가 이어지고, 소비자 여론도 급속히 악화됐다. 미국 주요 통신사인 에이티엔티(AT&T)와 티 모바일 등은 노트7 판매를 전격 중단했고, 버라이즌 등도 온라인 판매를 중단했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는 지난 5일 미국 켄터키 주 루이빌 공항에서 발생한 노트7 기내 발화 사고를 조사중이고, 이번주 안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업계에선 삼성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삼성전자는 '생산 중단'이라는 막다른 길로 내몰렸다. 옛 제품 전량 리콜을 결정한 지 한 달여 만이고, 새 제품을 다시 내놓은 지 10여 일 만이다.

배터리만의 문제인가? 제품 안전성 자체에 대한 의구심 커져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왼쪽)과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S7 엣지 배터리 비교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왼쪽)과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S7 엣지 배터리 비교
ⓒ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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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치로 갤럭시 노트7은 사실상 시장으로부터 퇴출당할 위기에 놓였다. 단순 배터리만의 문제가 아닌 제품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전자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배터리 뿐만 아니라 제품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분리막을 사이에 두고 양극과 음극이 나뉘어져 있다. 이 분리막에 문제가 생기면 양극이 맞닿으면서 과전류가 흐르고,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최근 스마트폰의 두께가 얇아지는 대신, 배터리 용량은 더 키우기 위한 기술경쟁이 한창이다. 여기에 각종 신기술까지 들어가면서, 제품 내부의 호환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수 있다는 것.

고속충전을 지원하는 노트7의 경우, 충전 과정에서 발열을 제어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을수 있다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경우 배터리를 둘러싼 각종 고성능 반도체를 비롯해 장치들이 연결돼 있다"면서 "휴대폰 충전부터 사용과정에서 발열은 어쩔수 없고, 이를 제대로 잡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노트7의 제품 설계 자체부터 리뷰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얇고, 고성능 휴대폰 만들기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발열 위험성을 간과해서 제품을 설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구체적인 언급은 꺼렸다. 단지 "전반적인 부분에 걸쳐 조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미국 CPSC 조사결과 분수령될 듯... 시장 신뢰 회복 위해 특단의 조치 내려야

갤럭시 노트7 사태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삼성은 생산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냈지만,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번 발화 원인을 삼성 스스로도 찾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소비자들의 불안과 불만은 눈덩이처럼 커졌고, 회사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추락하고 있다.

결국 지난 9월 삼성의 대규모 리콜은 제대로 된 원인파악도 못한 성급한 조치라는 비판에 할 말이 없게 됐다. 실제 당시 미국과 영국 등 언론에선 삼성의 대규모 리콜 결정을 신속히 전하면서도, 배터리 교체로 끝날 것인지 두고 봐야 한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미국 CPSC의 발표로 모아지고 있다. 노트7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새 제품에 대한 재리콜 결정이 나올 경우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을 의미한다. 이미 한 번 바꾼 소비자들이 다시 노트7을 선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문제는 노트7의 시장 퇴출이 단순한 삼성 제품 하나의 퇴출로 이어지지 않을수 있다. 이미 수 억대가 팔려나간 삼성 제품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되면 노트7이라는 불씨는 삼성전자 전체를 뒤덮을수도 있다. 삼성에게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다.

삼성전자가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선보인 갤럭시 노트7
 삼성전자가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선보인 갤럭시 노트7
ⓒ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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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갤럭시 노트7, #리콜, #생산중단, #이재용,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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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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