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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공백말띠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 김건우씨
 구공백말띠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 김건우씨
ⓒ 김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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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요즘의 20대를 'N포세대'라고 부른다. 극심한 취업난과 치솟는 대학 등록금 등 생활에 직결되는 여러 사회문제로 인해 많은 것을 포기하는 세대를 일컫는다. 대학교하면 떠오르는 캠퍼스의 꽃피는 사랑은 잊힌 지 오래. 수많은 이들은 그저 학점 잘 받고 좋은 회사에 취업하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린다.

이런 사회적 현상에 맞서 당당히 살아가는 이가 있다. 어느새 잊힌 '우리'라는 가치를 다시 일깨워주고 모두가 함께 웃는 페이스북 페이지 '구공백말띠'의 운영자 김건우(26)씨가 그 주인공이다. 1990년생인 그가 만든 이 페이지는 오로지 현재 27살만을 위해 존재하는 곳으로 이미 페이스북의 인기 페이지가 된 지 오래다. 

구공백말띠,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한 공간

구공백말띠 페이스북 페이지가 탄생한 것은 말의 해였던 2014년. 그저 새로운 해이자 십이간지 중 자신의 띠가 되돌아온 것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힘차게 출발하고자 탄생했다고 한다. 그러던 페이스북은 순식간에 좋아요 수가 늘어났고 10월 11일 현재 5만2000명이 넘는 27살 친구들과 함께하고 있다.

"페이지 개설 후 신년파티를 하고난 뒤, 온라인 메시지를 많이 받았어요. 주로 '힘들다' '취업 축하' '고민' 등 또래만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였어요. 각양각색에서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나이였는데 많은 친구들이 함께해줬죠."

그는 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꾸준히 콘텐츠를 올린다. 콘텐츠의 내용은 주로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노래와 많은 이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 매일 같이 홀로 콘텐츠를 관리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테지만 그는 오히려 아주 쉬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페이지를 관리할 때 무엇보다 동갑내기 친구들과 함께한다는 점에서 콘텐츠를 올리기가 편해요. 올리는 콘텐츠의 대부분은 제가 제게 하고 싶은 얘기들이에요. 이 순간에 느낀 감정, 명언, 위로 등이 제게도 친구들에게도 공감을 느끼게 해주죠.

제가 거리를 다니다 느꼈던 것들을 올리기도 하고, 추억의 공간 같은 곳을 많이 찾으러 다니는데 그렇게 고민이 되진 않아요. 그리고 친구들이 많이 보내주기도 해요. 고민상담거리도 일일이 답변을 주지만, 저 말고도 많은 친구들이 고민하고 선별해서 페이지에 익명으로 올리거든요."

단 한 번도 만난 적도 본적도 없는 생면부지의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같은 해에 태어났고 동갑내기이기에 느낄 수 있는 '정' 때문이었다. 그는 최근 이런 긍정적인 의미를 바탕으로 '하얀말 운동회'라는 특별한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또한 정치인들에게 현재 27살들이 느끼고 있는 여러 사회문제를 직접 들고 찾아가 생방송을 진행하기도 하는 과감함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 소통하고, 항상 친구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웃었다.

"정치인분들과 함께 많은 방송을 했는데, 앞으로는 그분들에게만 국한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꿈을 이룬 친구들과 얘기한다던가, 각계각층에서 일하는 사람들, 자기 진로를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내 꿈은 그랬었지'라는 꿈에 대해 회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어요.

또한 운동회도 계속해서 즉흥적으로 추진하려고 해요. 300명이란 인원이 2시간 만에 모집된 것을 봤을 때, 친구들이 느낀 우리라는 갈증, 문화 콘텐츠 갈증 같은 게 느껴지더라고요.

이후엔 김영만 선생님과 함께하는 종이접기라던지, 내년에 저희가 28살인데, 그에 맞춰 '이팔(28)청춘'이라는 주제로 소극장에서 다함께 모이고 싶어요. 그 외에도 내일로 이를 이용해서 다 같이 여행하면서 술래잡기를 하고도 싶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네요.(웃음)"

국회의원과의 방송, 서로의 오해를 풀수 있었죠

구공백말띠 페이스북 페이지의 정의당 노희찬 대표와의 라이브 방송 모습
 구공백말띠 페이스북 페이지의 정의당 노희찬 대표와의 라이브 방송 모습
ⓒ 박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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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20대들은 취업난, 주거난, 대학교 등록금 등 각종 사회문제들로 인해 정치에 대한 불신이 어느 때보다 큰 상태다. 그로인해 매 선거 때마다 연령층 투표율에서도 20대는 거의 대부분 꼴지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건우씨는 그럴 때일수록 오히려 적극적이었다. 동갑내기 친구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A4용지로 출력해 직접 국회의사당으로 찾아가 각 정당별 국회의원실에 전달했다.

"친구들이 고민 메세지를 보내는데 제가 위로를 해주지만 그것이 현실적인 해결이 될 순 없잖아요? 그래서 이에 대한 방안을 찾다가 이번에 마침 20대 국회가 개원했어요. 저희 나이면 취업준비생, 대학생, 사회초년생 등이 모두 있다보니 의견이 다양해요. '이게 내 길이 맞나'부터 '결혼 후 육아문제' 등 우리나라 청년문제의 집약체 같죠.

그래서 혼자보기 너무 아까웠고, '괜찮아! 너는 잘할 수 있어' 말이 오히려 친구들에겐 공허함으로 찾아올 것 같았어요. 모든 내용을 정리한 후 '스물일곱의 회초리'라는 제목을 달고 국회의사당으로 갔죠."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불신으로 '과연 그들이 답을 해주겠어?, 우리의 목소리에 관심을 가져줄까?'라고 하고 있을 때. 놀랍게도 정말 연락이 왔다고 한다. 건우씨는 "3일 후 새누리당 청년 비례대표분께서 연락을 주셔서 피드백을 제안하시면서 함께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야당에서도 잇달아 그에게 답을 주면서 모든 정당과 함께 방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그는 이 방송을 통해 20대와 국회의원간의 소통도 가능하다는 깨달았다고 한다.

"이 방송을 통해 정치인분들과 우리의 오해가 많이 해소됐어요. 정치인들은 '20대들이 우리를 무조건 나쁘게 생각한다'는 선입견이 있었다면 우리는 '그들과는 대화가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생방을 해보니 정당이 떠나서 우리가 그들에게 힘든 것을 제시하면, 정치인들은 준비된 제도에서 해결안을 제시하거나 아니면 사과를 하기도 했거든요. 이렇게 한 곳에서 동시에 이뤄지니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거죠"

우리 그리고 27살이란 시간의 의미

구공백말띠 페이스북 운영자 김건우씨(가운데) 모습
 구공백말띠 페이스북 운영자 김건우씨(가운데) 모습
ⓒ 김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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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우리는 모두 하나였고 함께 웃고 울었다. 하지만 중·고등학교 시절을 거치면서 생긴 입시에 대한 경쟁에 부딪힌 이후 친구라는 개념보다는 모두가 이겨야 한다는 경쟁자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최근엔 취업에 대한 난관까지 부딪히면서 이젠 더 이상 공동체라는 단어를 듣기조차 힘든 시기가 되고 말았다. 김건우 씨는 이런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도 우리라는 순간을 느낀 때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어린이날이었어요. 모두가 쉬고 즐겁게 보내는 날인데, 어느 친구가 쓴 '오늘도 일한다'는 댓글을 보고 가슴 아팠어요. 일용직으로 일하는 친구, 소방관, 프리랜서 등 그분들이 일한다는 댓글을 달았는데, 제가 감동받은 건 '오늘 일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설빙 기프트콘 10장을 보냈어요. 자신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라는 것을 일깨워 준 거죠."

20대는 인생에 있어 가장 아름다운 '청춘'이라고 한다. 새로운 대학생활을 해보기도 하고, 풋풋한 연애, 배낭여행, 극기체험 등 수많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시기. 가장 빛나는 시기에서 미래를 꿈꾸는 27살을 김건우씨는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출발선에 선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진로를 생각하는 친구, 졸업을 앞두고 새 출발하는 친구, 결혼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친구 등 많죠. 하지만 그들 모두가 대부분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이 자신의 의지로 시작한 게 아니라는 친구가 많아요.

사회적 '알람'에 따라 살아온 것이고, 사회가 모든 걸 짜줘요. 그러다보니 '이 길이 맞나?', '이 직장이 맞나' 하는 고민이 들죠. 행복 할줄 알았지만 아니었고 갈림길에 선 삶이죠. 저는 그런 사회적 알람이 맞지 않았어요.

현재 전공인 국제관계학과도 이름이 멋있어서 한 거였어요(웃음). 저는 4학년 2학기 때까지 직업을 정하지 않는데, 스스로가 계산을 할 것 같았고, 제 직업을 위해 무언가 억지로 할 것같은 기계적인 삶을 살 것 같았어요.

이제 운동회를 하고 있는데 끝나고 다시 해봐야죠. 이젠 정해야할 시간이다. 제 주변의 친구들에게 저와 잘 맞을 것 같은 직업을 물어보니 78개나 나왔어요. 이거하고 싶을 땐 이걸 하고, 저거하고 싶을 땐 저거 했던 대학생활을 잘했다 생각해요. (웃음) 굉장히 뿌듯했죠. 첫 번째로 뛰어들 시점이에요."

[기사 다 읽었으면 보러 가요] 구공백말띠 페이스북 페이지


태그:#페이스북, #구공백말띠, #김건우, #27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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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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