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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힘으로 끝까지 진상규명
▲ 세월호 참사 900일 문화제 단상의 글 국민의 힘으로 끝까지 진상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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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진상규명이 끝났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을 죽일 줄만 알았지 살릴 줄은 모르는 정부는 끝을 말할 자격이 없다. 역사는 언제나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국민의 편에 있다. 역사를 거스르는 권력은 거꾸러진다는 것 역시 진실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거침없이 진실의 길을 열어갈 것을 다짐한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는 1일 저녁 7시 40분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900일 문화제'를 열고 참가한 5000여명의 시민들과 함께 이같이 선언했다.

이들은 "참사 900일이 되도록 9명의 미수습자는 물론 진상규명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해산시켰다"며 "특조위가 해산된 오늘부터 새로운 시작이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국민의 힘을 모아 진실규명의 길을 갈 것"이라며 "강제해산 거부한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특조위는 내년까지", "진실을 인양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누가 뭐래도 특조위는 유가족의 것이고 시민들의 것”임에도 “정부에 의해 강제로 옷이 벗겨졌다. 그러나 알몸이 되었어도 뜨겁게 타오르고 한층 더 일을 할 것”
▲ 발언에 나선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 “누가 뭐래도 특조위는 유가족의 것이고 시민들의 것”임에도 “정부에 의해 강제로 옷이 벗겨졌다. 그러나 알몸이 되었어도 뜨겁게 타오르고 한층 더 일을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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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옷 벗겨졌지만, 더 뜨겁게 타오를 것

발언에 나선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은 "누가 뭐래도 특조위는 유가족의 것이고 시민들의 것"임에도 "정부에 의해 강제로 옷이 벗겨졌다. 그러나 알몸이 되었어도 뜨겁게 타오르고 한층 더 일을 할 것"이라며, "특조위가 그동안 조사한 자료를 국회와 서울시로 이관했으니 누구든지 정보공개청구 통해 자료를 받아볼 수 있다. 함께 진상을 규명해 나가자"고 힘주어 말했다.

전명선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지난 2014년 4월 16일, 꽃다운 아이들이 고통스럽게 가라앉았던 그날 이후, 대한민국 정부가 바뀐 것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한 뒤, "900일이 되도록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세월호 인양을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정부는 특조위를 해산시키고, 국회에서 만든 법조차 무시하며, 국회의원들조차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한 뒤 "국민조사단을 꾸려 세월호의 온갖 비리와 의혹 등을 파헤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유가족들은 죽을 때까지, 우리가 못하면 그 다음 세대에라도 반드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저희와 같은 참사로 내몰리지 않도록 안전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에 참석했던 인파가 합류하면서 세월호 광장은 한 마디로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 광화문 세월호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에 참석했던 인파가 합류하면서 세월호 광장은 한 마디로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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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오후 4시에 열린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에 참석했던 인파가 합류하면서 광화문 광장은 한 마디로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이들 세월호 참사 900일 문화제 참가자들은 끝으로 ▲특조위의 권한을 국민의 힘으로 채울 것 ▲새로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할 것 ▲진상규명 방해에 앞장선 해수부장관을 퇴진시켜, 다시는 정부가 진상규명을 방해할 수 없도록 할 것 ▲더는 국가에 의해 죽임당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백남기 투쟁본부와 함께 싸울 것 등을 다짐했다.

오늘은 미수습자 허다윤 학생의 생일이기도 한데...

10월 1일은 미수습자 허다윤 학생의 생일이기도 하다. 민트향 호올스를 좋아하고, 이모가 선물한 강아지 깜비를 사랑하던 소녀, 다윤이의 꿈은 유치원 교사가 되는 것이었다. 4.16가족협의회 관계자는 "원하는 건 딱 하나에요. 다윤이를 찾는 것... 머리카락 한 올, 손톱 하나라도 찾아 가슴에 품고 싶은 게 가족들의 애끓는 마음"이라며, "아버지 퇴근시간에 맞춰 매일 전철역으로 환하게 마중 나오던 딸이었다는데, 그런데 900일이 지나도록 아직도 차디 찬 진도 앞 바다에 있으니..."하며 끝내 말을 맺지 못하고 눈시울을 훔쳤다.

민트향 호올스를 좋아하고, 이모가 선물한 강아지 깜비를 사랑하던 소녀, 다윤이의 꿈은 유치원 교사가 되는 것이었다
▲ 10월 1일은 미수습자 허다윤 학생의 생일이기도 하다 민트향 호올스를 좋아하고, 이모가 선물한 강아지 깜비를 사랑하던 소녀, 다윤이의 꿈은 유치원 교사가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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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영 엄마(임영애씨)는 "900일이라는 세월이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음에도, 진실도 밝히지 못하고, 특조위도 지키지 못해, 304명의 희생자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마음이 무겁다"고 운을 뗀 뒤, "엄마로서 마지막으로 했던 사생결단 단식까지 성과 없이 끝나버려 막막하고, 아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아 두렵고 힘들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엄마는 아들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 그날까지 그만둘 수 없고 포기할 수도 없기에 또 다시 왜냐고 물을 것"이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특조위 활동, 사실상 9월 30일 강제 종료

한편, 정부가 해산 절차를 밟으라고 통보함에 따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 대책 등을 위해 설립된 특조위 활동 법정시한이 사실상 지난달 30일 공식 종료됐다. 특조위와 세월호 유가족들은 관련 예산이 처음 집행된 지난해 8월 4일이 활동개시일이라며 내년 2월 3일까지 활동 기간 연장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조위 이름을 내건 공식 활동은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별도로 진상규명 작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특조위 관계자는 "뜻을 같이 하는 조사관들이 모여 시민단체 형식으로 조사를 계속하자는 논의를 하고 있다"며 "진상조사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가 결합하면 새로운 활력이 형성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조위는 그동안 세월호 참사 관련 의혹 211건에 대한 조사를 벌여 왔으며 이 가운데 5건 정도 큰 성과를 거두었다. 참사 당시 세월호는 법정기준보다 1228톤이 과적이었고 이중 일부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쓸 예정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둘라에이스호 선원이 촬영한 영상을 디지털포렌식 방법으로 분석해 정부가 사고 지점을 잘못 파악한 사실을 밝혀냈으며, 수색과정에서 선내에 공기를 주입하고 수중로봇을 투입했다던 정부 발표가 거짓이었다는 점도 밝혀냈다.

또한 권력기관이 참사 보도에 압력을 행사한 사실과 빅데이터 분석업체에 연구용역을 맡겨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세월호 참사에 관한 트윗을 작성해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한 것으로 의심 가는 보수단체 간부의 트위터 계정을 발견했다.

그러나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어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했고, 정부 부처와 기관들의 비협조와 조사 방해로 조사활동은 더디기만 했다. 세 차례에 걸쳐 청문회도 진행했지만 장소 섭외조차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고, 참석한 증인들은 원론적인 답변과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고, 아예 불참해버리는 경우도 많아 '반쪽짜리 청문회'라는 소리를 들었다.

특조위는 1·2차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5명에 대해 고발조치를 했고, 3차 청문회에 참석지 않은 26명에 대해서도 고발조치할 계획이다. 그리고 아직 세월호 선체 인양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조위 관계자는 "참사 원인 규명에 결정적 실마리를 제공할 선체 인양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특조위 활동이 종료돼 정말 뼈아프다"고 토로했다.

붙잡고 있을 게. 내 가슴에서는 가라앉지 않도록...
▲ 한 참석자의 등에 써있는 글 붙잡고 있을 게. 내 가슴에서는 가라앉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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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조위 해산 강행한 정부에, 비판의 목소리 커져

특조위 해산을 강행하는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하철 비정규직 사망재해 해결과 안전사회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집회를 열고 "특조위가 해산해도 진실을 위해 싸울 것"이라며 "우리는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달라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나 정부는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비판했고, 한국YMCA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정치권이 하지 않으면 국민이 진상조사에 나서겠다"고 역설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성명을 통해 "원인불명의 침몰과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구조되지 못한 것으로 우리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묻을 수 없고 기록할 수 없다"며 "진실이 은폐되는 상황에서 현 세월호 특별법을 근거로 한 특조위 활동 강제종료 이후 진실규명을 위한 새로운 법률적 근거가 마련돼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와 국회가 진실규명 활동을 법률로 보장하지 않는다면 역사의 죄인으로 엄중한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야당의 역할이 크다. 민심이 만들어 준 여소야대 국회에 국민들이 야당에 요구하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실종자가 돌아올 때까지 진실에 닿을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실종자가 돌아올 때까지 진실에 닿을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 4.16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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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도 보도자료를 통해 "지금까지 밝혀진 진상은 30%에 불과하므로 70%의 진실이 묻어질 수 있는 것"이라며 "성역 없는 수사와 처벌을 위해서는 특별검사 운영이 필수적이다. 특검 실시는 박근혜정권이 국민 앞에 약속했고 여야가 합의한 것으로, 더 이상 미룰 명분은 어디에도 없다"고 밝혔다.

송재혁 대변인은 "전교조는 세월호의 진실을 향한 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별이 된 아이들, 선생님들, 시민들 304명의 영정 앞에서 우리가 눈물로 맺었던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계기수업을 했다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은 서지애 교사는 "얼마 전 미술수업 중 에코백 꾸미기를 했는데, 한 학생이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 종이배리본을 에코백에 그려 넣은 후, '잊지 말자, 포기하지 말자'고 쓴 글을 보고 순간 울컥했다"며 "저 말이 가장 필요한 시기가 지금인 것 같다. 결코 포기하면 안된다. 세월호 특조위가 세 번의 청문회로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냈듯이 강제종료 이후에도 계속 활동하여 밀알이 돼 주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아울러 "우리 교사들도 수업을 통해 아이들과, 거리에서 항의운동을 통해 대중과 함께 세월호 특별법 개정과 온전한 인양을 위해 싸워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역시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 다양한 교육활동을 하고 있는 권혁이 교사는 "특조위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데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면서 "이런 특조위의 활동을 강제 종료시킨 정부와 여소야대를 만들어준 국민의 바람과는 다르게 무기력한 모습만을 보이는 국회에 분노와 절망을 느낀다"고 한탄했다.

그러나 "결국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안전한 사회를 건설하는 것은 오롯이 우리들의 몫"이기에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우리 교사들도 힘을 더 내어 별이 된 아이들을 위해,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와 유사한 글을 '교육희망'에도 보냅니다.



태그:#세월호 참사, #900일 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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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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