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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언니 멋있어요'란 말이 기분 좋았어요. 근데 그런 건 제가 충분히 남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멋있게 사는 척하면서. 이젠 '정말 즐거워 보인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아요."

4개월 전 <이것이 프로젝트>(이하 <이것이>)와 인터뷰했던 이상은(27)씨가 최근 <이것이>를 다시 만났다. 이번엔 인터뷰이가 아니라 팀원으로였다. 평일엔 춘천에서 교대를 다니다가 주말마다 <이것이> 기획회의를 위해 서울로 와야 하는 그녀. 왕복 4시간을 감수하고 합류한 이유는 <이것이>의 가치관에 공감해서다.

"한국에선 대부분 비슷한 삶을 살도록 압박 받잖아요. 그런 걸 공격적으로 비판하는 대신 저흰 이런 사람도, 저런 사람도 있다고 얘기하고 싶었어요. 좀 더 너그러운 시선으로요." (금개(금혜지, 24))

<이것이 프로젝트>의 금개, 1호, 이불이 (왼쪽부터)
 <이것이 프로젝트>의 금개, 1호, 이불이 (왼쪽부터)
ⓒ 이것이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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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셋으로 시작했다. 같은 대학, 같은 과지만 얼굴과 이름만 아는 정도였던 1호(전화령, 25), 이불이(장해윤, 25), 금개. 셋이 뭉친 건 20대면 누구나 하는 고민, '난 뭘 하고 싶지'와 '뭘 하고 살지'에 대한 고민에서였다.

나 좋자고 시작했지만 남 좋자고 나누는 프로젝트

"누군가 취업 이외의 것을 해보라고 한 건 처음이었어요." (1호)



작년 12월,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한 1호는 당시 촬영 알바를 하며 지내고 있었다. 대학 수료 후 10개월 동안 취업 준비를 하는 대신 사람을 만나고 영상을 찍었다.

"이것저것 하며 마지막 학기를 불사른 뒤라 일단 쉬고 싶었어요. 뭔가 더 해보고 싶었지만 '취업 마지노선 나이가 있는데 그래도 될까'라는 고민이 있었고요. 그때 '그럼 한번 해봐'라고 말해주는 사람을 만난 거예요. 그 말을 기다린 것처럼 시작했어요."

졸업을 앞두고 다른 사람은 어떤 기준으로 진로를 정하는지 궁금했던 이불이를 1호가 꼬셨고, 이불이는 3년간 하던 학보사를 그만 둔 뒤 붕 뜬 시간에 조바심 내던 금개를 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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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 모여 가장 많이 얘기한 건 '우리에게 뭐가 가장 이슈고 고민이지?'라는 질문. '어떻게 살지'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 일단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사는지 들어보고 싶었다. 우선 주변 사람을 인터뷰했다. 자주 가던 카페의 주인부터 동기, 학교 선배까지.

"깊이 있는 얘기를 나누고 싶은데 그럴 기회가 없는 것 같아요. 아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진지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그 사람이 진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잖아요." (이불이)

한 사람 한 사람 인터뷰를 하면서 인터뷰이 범위가 조금씩 넓어졌다. 청년허브를 통해 만난 사람이 많았다. 청년허브는 청년활동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네트워크 구축을 돕는 서울시 운영 기관. 이 곳에서 신혜린('상모' 운영자)씨, 비따비(게임형 학습 콘텐츠 제작), 한배(청년정치 커뮤니티)를 인터뷰했다.

그렇게 만난 사람이 지금까지 23명. 처음엔 지인만 좋아요를 눌렀지만 점차 모르는 사람도 좋아요를 누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쌓인 페이스북 페이지 구독자는 현재 1258명(9월 24일 기준). 6개월 넘게 영상을 올리며 이룬 조그만 결과물이다.

지금까지 <이것이>가 만난 23명의 사람들
 지금까지 <이것이>가 만난 23명의 사람들
ⓒ 이것이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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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보는 사람만 끝까지 보고 모르는 사람은 아예 모르는 정도예요. 많은 사람이 보진 않지만 우리가 즐겁고 신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금개)

<이것이> 2기, 지속가능한 딴짓을 위해

하면서 무엇이 가장 많이 바뀌었냐 물었더니 약간 뜸을 들였다. 몇 초 생각하다가 나온 1호의 대답은 '크게 바뀐 게 있을까요?'

"나 같은 사람이 나만 있는 게 아니다, 남과 다른 속도로 가도 괜찮겠다는 약간의 확신은 생겼어요. 그렇다고 뭐 하고 살지에 대한 고민이 해결된 건 아닌 것 같아요. 여러 분들을 만났지만 30~40대가 돼서도 그 고민을 계속 하고 계셨으니까요."

금개 역시 바뀐 건 마음가짐 정도라고.

"타이틀 욕심이 적어졌다는 것? 예전엔 어디 소속의 누구라는 게 하나쯤 있어야 내가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졌는데 그런 강박이 줄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엄마한테 말해요. 아직 취업 안 하겠다고. 올해까진 안 되겠다고. 그럼 엄마는 '1년까진 봐줄게. 대신 돈을 네가 벌어' 하시고."

최근 <이것이>는 세 명이서만 했던 '딴짓'에 다른 사람도 끌어들였다. 새로 합류한 사람은 상은씨를 포함해 총 5명. 이젠 8명이 함께 영상을 만들고 올린다. 지금까진 주로 인물 인터뷰를 통해 다른 삶과 방식도 있다고 말했다면, 이번엔 당연하다고 생각해 깊이 고민해보지 못했던 것을 얘기할 예정이라고. '20대의 여행'도 그런 맥락에서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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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엔 우리 셋이서 꾸준히 하다가 잘 마무리 짓자였는데, 하다 보니 사람 만나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이걸 좀 더 이어지게 하고 싶었어요. 처음 시작한 3명 중 누군가 계속 하지 못해도 지속될 수 있게." (1호)

이런 것도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하고 싶은 걸 하자고 모였지만 셋의 경로는 조금씩 다르다. 1호는 영상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스타트업도 준비하고 있고, 이불이는 마지막 학기를 들으며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금개는 조금 더 여유를 갖고 독립출판 같이 하고 싶었던 것을 할 예정이라고.

"좋은 직장이 꼭 행복을 가져다주진 않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그게 나쁜 것도 아닌 것 같고요. 직장 다니면서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경우도 있으니. 무조건 도전하거나 무조건 안주하는 식이 아니라 내 방향만 잘 잡고 산다면 어떻게든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1호)

1호는 인터뷰 도중 '되게'라는 표현을 쓴 후 흠칫 했다. 금개는 옆에서 "이 언니가 평소에 강조하는 표현 잘 안 쓴다"고 덧붙였다. 말할 때도 무언가를 재단하지 않으려 조심스레 말했다. '이런 것도 있다고 이야기합니다'라는 문구를 고른 것도 무언가를 강요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삶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희 영상을 보시는 분도 그냥 '저 사람은 특별하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내가 갖고 있는 특별함과 반짝임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내 안에는 뭐가 있을까 하면서" (이불이)


태그:#이것이 프로젝트, #청년, #미디어, #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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