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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때는 좀 가까운 데라도 걸으며, 자기 스스로 열심히 살았다는 걸 격려하고 인정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남들로부터 선물을 받을 거라 기대하지 말고, 자기한테 자기 선물을 하는 것이다. 자기가 자기한테 하는 선물이 바로 걷기다."

추석을 며칠 앞두고 제주도 서귀포시 중정로에 있는 제주올레여행자센터(숙소)에서 만난 서명숙(59) (사)제주올레 이사장은 자기 스스로 추석 선물로 '걷기'를 강조했다. 제주올레여행자센터는 지난 7월 20일 문을 열었다.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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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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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이사장은 "한국은 사회든 개인이든 갈등, 불안, 짜증이 쌓이고 있다"라며 치유 방법으로 '걷기'를 제시했다. 걷다 보면 몸과 정신도 좋아진다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나이 50대가 되면 일터에서 쫓겨나야 하고, 20대는 일자리를 못 잡고 있다. 저성장이 계속되다 보니 그렇고, 집단적 충격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지막 보루는 '자기'다. 자기 스스로 살아가면서 위로를 받아야 한다. 그것이 걷기다. 걷다보면 내려놓을 게 무엇인지 알게 되고, 잡고 가야 할 게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서명숙 이사장은 '넋 놓고 걷기'를 강조했다.

"걸으면 몸속 지방이 빠져 나가고, 근육은 붙는다. 요즘 불안, 짜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명절에 더 그렇고, 그래서 명절 스트레스라는 게 있다. 친척을 만나면 다른 친척이나 다른 자식들과 비교하게 된다. 걱정이나 충고를 해주는 말도 내한테는 화살이거나 독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자기 스스로 위로가 필요하다. 걷기가 바로 자기 위로다. 걷다 보면 '정신적 근육'이 생긴다. 그러면 자기 존중과 긍정적 생각이 높아진다."

26년간 병원으로 사용된 건물, 이젠 여행자를 치유한다

서명숙 이사장은 제주올레 여행자센터가 '지친 사람들을 치유'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 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건축면적 340.92㎡ 규모인 여행자센터에는 제주여행 안내센터와 청정 한식 레스토랑&카페 '소녀방앗간', 아카데미 교육장, 여행자를 위한 숙소인 '올레 스테이', 제주올레 사무국이 들어서 있다.

1981년에 지어졌던 이 건물은 2008년까지 병원으로 사용됐는데, 그동안 다른 주인이 나서지 않았다. 오랫동안 '흉물' 같던 건물은 (사)제주올레가 여러 사람·단체·기업으로부터 재정 후원(대여)을 받고 은행 대출을 내 자금을 마련해 매입했다. 지난해 3월부터 리모델링 작업에 들어가 여행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올레꾼들은 2층에 있는 샤워장을 이용하기도 하고, 3층에 있는 '올레 스테이'에서 지내기도 한다. 올레 스테이는 1인실, 2인실과 4~10인이 이용할 수 있는 '도미토리'가 마련돼 있다. 가족도 이용할 수 있다.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이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중동로 74에 있는 '제주올레 여행자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이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중동로 74에 있는 '제주올레 여행자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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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중동로 74에 있는 '제주올레 여행자센터'.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중동로 74에 있는 '제주올레 여행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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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이용하는 올레꾼은 세면물품과 개인사물함을 기본으로 제공하고, 숙박하지 않을 경우 2000원만 내면 샤워장을 이용할 수 있다. 올레 스테이는 홈페이지(www.jejuolle.org)를 통해 예약할 수 있고, 가격은 2만2000원~7만 원이다.

여행자센터 1~3층 계단 벽면에는 센터 탄생에 도움을 준 '담돌 간세'(특별 후원회원)인 600여 명의 개인과 기업, 단체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가수 양희은 등 유명인사의 이름도 보인다.

올레 스테이를 찾는 여행자한테는 '근사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 모두 14개의 방마다 이름이 있는데, 작가들이 방문 한 개씩 예술작품을 표현해 놓은 것이다.

민성식(제주 서퍼), 김성윤(물까치), 이창원(올레길을 걷는 사람), 김세중(제주의 노랑꽃), 유의정(연), 신기윤(제주 바람 품경), 경현수(유턴), 김태동(제주올레 프로젝트1), 이동재(lcon), 장원영(오늘도 이 길을 걷는 당신께), 신건우(까마구ㅏ의 시련), 김남표(lnstant Landscape), 박제성(Petito Principii), 이세경(쉬영갑서) 작가가 독특한 작품을 방문에 해놓았다.

제주올레는 "작자들은 캔버스가 아닌 곳에 작품을 하고, 갤러리가 아닌 곳에 전시를 하는데 익숙치않다. 그래서 망설이던 작가들 모두 와 올레길을 걸었다"며 "길은 그 자체로 예술이었고, 그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선물이었다. 깊은 감동을 준 선물 같은 길, 그 길의 감동을 예술 작품에 고스란히 담아 이제는 이곳을 찾을 여행객들에게 선물한다"고 소개했다.

26년간 아픈 사람을 치료했던 병원 건물이 지친 사람들을 치유하는 제주올레 여행자센터로 재탄생한 것. 이제 이 건물은 서귀포 사람들은 물론 전 세계인들이 모여드는 '제주올레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베이스캠프'가 되었다.

"여행 체험과 쉬면서 재충전하는 최적의 공간"

(사)제주올레가 만들어진 지는 올해로 9년째다. 그동안 사무공간은 네 차례나 이사를 했고, 드디어 여행자 숙소까지 들어선 센터가 만들어진 것이다. 서 이사장은 여행자센터 마련에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내년이면 제주올레가 출범한 지 10년이 된다. 그동안 사무국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찾는 사람은 많아졌다. 돈을 길에서 버는 게 아니고, 수익사업도 없다 보니 힘들었다. 지자체나 중앙정부에 예산 지원도 받을 수 없었다. 개인이나 기업, 단체에서 후원을 많이 받아 운영해 왔다. 월 1만원씩 내는 분도 있고, 자기가 걸은 km 수치만큼 일시불로 후원금을 내는 분도 있다. 모두 고맙다."

서 이사장은 "1981년 서귀포에서 이 건물은 제일 컸다고 한다. 시대가 바뀌다 보니 지금은 그렇게 크지 않는 건물이 되었다"며 "2008년 이후부터 활용되지 않았던 건물인데, 지금은 여행자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이 되었다"고 말했다.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이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중동로 74에 있는 '제주올레 여행자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이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중동로 74에 있는 '제주올레 여행자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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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중동로 74에 있는 '제주올레 여행자센터'.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중동로 74에 있는 '제주올레 여행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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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8년 동안 건물이 비어 있다 보니 주변 분위기도 어두웠는데 요즘은 생기가 돈다. 주변 사람들이 더 좋아한다"고 했다.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자는 말도 있었지만, 외형을 그대로 두고 내부만 리모델링했다.

"기억의 유지다. 지역의 역사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기억에서 멀어진다. 그래서 건물 뼈대를 그래도 살리기로 했다. 그리고 건물을 헐어내면 환경 폐기물이 생긴다. 그것은 우리가 바라는 게 아니다. 그래서 건물 외형을 그대로 살리기로 했던 것이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더 좋아한다."

외국에도 여행자들이 묵을 수 있는 공간은 많다. '게스트하우스'나 '도미토리' 등의 이름을 쓴다. 스페인 산티아고 지역의 경우 천주교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여행자 숙소가 있기도 한다.

서명숙 이사장은 '제주올레 여행자센터'는 세계 최고라 자랑한다. 그는 "올해 봄에 45일간 아들과 같이 산티아고를 비롯해 유럽 걷기를 하고 왔고, 집단 여행자숙소에 머물기도 했다"며 "제주올레 여행자센터는 여행자 숙소의 기본에 충실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제주올레 여행자센터는 여행자들이 쾌적한 분위기에서 쉴 수 있고, 잠을 잘 수 있으며, 거기다가 친구 맺기를 하면서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라는 것.

서 이사장은 "호화스럽지는 않지만 여행을 체험하고, 쉬면서 재충전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산티아고에 있는 수도원의 여행자숙소는 밤 10시까지 마감인데 우리는 11시에 모두 불을 끄고 자야 한다"고 했다.

제주올레는 여행자센터가 자연과 사람이 행복해 지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길을 걷는 사람과 길 위에 사는 사람과 길을 내어준 자연이 행복한 길을 위해 걸어온 (사)제주올레는 이 공간에서 자연과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다음 백년을 준비하고자 한다"고 말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중동로 74에 있는 '제주올레 여행자센터'의 남자 샤워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중동로 74에 있는 '제주올레 여행자센터'의 남자 샤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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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중동로 74에 있는 '제주올레 여행자센터'의 방 내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중동로 74에 있는 '제주올레 여행자센터'의 방 내부.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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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제주올레, #서명숙, #여행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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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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