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혐의' 전창진 감독, KGC 감독직 자진사퇴  프로농구 승부조작을 주도한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전창진 KGC인삼공사 감독이 감독직에서 자진 사퇴키로 했다. 

KGC는 지난 2015년 8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 감독이 4일 저녁 구단에 감독직 사퇴 의견을 전해왔다"면서 "그간 수사결과를 지켜보며 전 감독의 복귀를 기다려왔으나 등록마감 기한과 수사진행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 사의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달 1일 서울 중부경찰서에 출석한 전창진 감독.

▲ '승부조작 혐의' 전창진 감독, KGC 감독직 자진사퇴 프로농구 승부조작을 주도한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전창진 KGC인삼공사 감독이 감독직에서 자진 사퇴키로 했다. KGC는 지난 2015년 8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 감독이 4일 저녁 구단에 감독직 사퇴 의견을 전해왔다"면서 "그간 수사결과를 지켜보며 전 감독의 복귀를 기다려왔으나 등록마감 기한과 수사진행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 사의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달 1일 서울 중부경찰서에 출석한 전창진 감독. ⓒ 연합뉴스


프로농구 승부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전창진 전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이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전창진 전 감독은 부산 kt 감독을 맡던 2014~2015년 후보 선수를 기용하는 방식으로 여러 차례 승부조작을 주도하고, 사채업자로부터 3억 원을 빌려 불법 스포츠 도박에 베팅해 부당한 이득을 챙긴 혐의 등을 받았다. 지난해 5월부터 경찰·검찰로부터 연달아 조사를 받아왔다.

전 감독은 이로 인하여 지난해 8월 인삼공사 감독직에서 자진해서 사퇴해야 했다. 전 감독은 승부조작에 연루된 지인들과의 관계는 인정했지만, 본인이 직접 승부 조작에 참여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해왔다.

망신 당한 경찰

프로농구 승부조작 사건 개요 설명하는 경찰  김성운 서울 중부경찰서 형사과장이 2015년 7월 21일 오전 서울 중부경찰서에서 열린 '프로농구 감독 승부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경찰은 이 사건에 연루된 전창진 전 프로농구 감독에 대해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22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 프로농구 승부조작 사건 개요 설명하는 경찰 김성운 서울 중부경찰서 형사과장이 2015년 7월 21일 오전 서울 중부경찰서에서 열린 '프로농구 감독 승부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경찰은 이 사건에 연루된 전창진 전 프로농구 감독에 대해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22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 연합뉴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12일 최종적으로 전 감독의 승부조작 혐의 대하여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로써 마침내 전 감독은 무려 1년 이상 자신을 괴롭히던 승부조작의 오명에서 겨우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다만 전 감독은 지난해 지인들과 어울려 속칭 '바둑이' 도박을 한 혐의는 인정되어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는 승부조작이나 불법 스포츠도박과는 별개의 혐의였다.

전 감독의 이번 무혐의 결정으로 가장 체면을 구긴 것은 결국 경찰이다. 경찰은 전 감독의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며 장기간의 집중수사와 계좌추적 등 여러 가지 수단을 총동원했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를 찾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경찰의 성급한 정보 공개와 지지부진한 수사 진행으로 인하여 전 감독만 고스란히 피해를 본 모양새가 됐다. '짜 맞추기 수사'에 대한 비판의 역풍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앞서 2013년 강동희 전 원주 동부 감독의 승부조작 사건 당시, 검찰이 수사를 맡아 사건이 공개된 지 1주일도 안 되어 구속영장이 청구될 정도로 신속하게 진행되었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전창진 감독의 향후 거취와 농구계로의 복귀 가능성에 쏠린다. 프로농구를 주관하는 KBL은 지난해 9월 당시 전 감독에 대해 재정위원회를 열어 '무기한 KBL 등록 자격 불허'라는 조처를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전창진 전 감독은 지도자를 비롯한 KBL과 관련된 모든 지위를 맡을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사실상의 농구계 퇴출을 의미하는 중징계였다.

당시 아직 승부조작 혐의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KBL은 전 감독이 이미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수사를 받은 것만으로도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다, 이와 별개로 감독 재임 기간에도 숱한 규칙 위반으로 많은 벌금을 받은 전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KBL 구성원으로 부적합하다고 명분을 내세웠다.

당시에도 KBL의 대응에 대하여 '성급한 결정'과 '적절한 대처'였다는 평가가 엇갈렸다. 결과적으로 전 감독이 일단 승부조작 혐의에서 벗어난 만큼, 완전한 명예회복을 위해서 KBL의 징계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는 게 다음 순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만일 재심의가 받아들여진다면 전 감독은 농구계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결코 쉽지 않은 복귀

질문에 답하는 전창진 감독  승부조작 의혹을 받고있는 전창진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이 지난 2015년 7월 1일 서울 중부경찰서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질문에 답하는 전창진 감독 승부조작 의혹을 받고있는 전창진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이 지난 2015년 7월 1일 서울 중부경찰서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복귀로 가는 길도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애당초 KBL이 전 감독에게 징계를 내린 근거는 프로농구 감독으로서 부적절했던 처신과 이로 인한 농구계의 명예실추 그리고 품위손상이었다. 만일 KBL이 지금 전 감독의 징계에 대한 결론을 성급히 바꾼다면, 불과 1년 전 자신들의 결정이 확실한 원칙이나 기준도 없이 졸속으로 처리되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되어 모양새가 매우 우스워진다.

또한 승부조작 무혐의 결론에도 전 감독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 역시 곱지만은 않다. 최소한 전 감독이 불법 스포츠도박 연루자와 친분을 가지고 대포폰(불법 차용 이동전화)을 사용하거나, 전 감독의 이름으로 차용된 자금이 불법도박에 사용된 것 등은 어디까지나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심지어 지인들과 사석에서 도박한 혐의는 일정 부분 사실로 입증됐다. 경찰의 무리한 수사나 승부조작 혐의 여부와는 별개로, 프로농구 구성원이자 사회적 공인으로서 하나같이 손가락질을 받아 마땅한 처신이었다. 대중과 항상 접해야 하는 프로 스포츠인으로서 어쩌면 법보다도 해결하기 더 어려운 것이 돌아선 대중의 신뢰를 되돌리는 것이다.

설사 전 감독이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가 풀린다고 해도 예전처럼 지도자로서 현장으로 돌아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승부조작 혐의에 연루되었다는 의혹만으로도 프로 감독으로서의 이미지와 신뢰도에는 치명타인데, 가뜩이나 전 감독은 과거에도 팀 운영을 둘러싼 구설수와 잦은 막말 등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전력이 있다. 이미지를 중시하는 프로구단에서 굳이 논란거리가 많은 인물을 선임하는 위험부담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전 감독은 프로농구 통산 최다승 2위(426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정규리그 4회·챔피언결정전 3회 우승을 차지한 KBL 최고의 명장으로 통했다. 농구인으로서는 드물게 프런트 출신을 거쳐 최고의 지도자에까지 오른 독특하고 입지전적인 경력으로 더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번 승부조작 파문을 거치며 전창진 감독은 비록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는 데는 성공했지만 40년에 걸쳐 공들여 쌓아온 농구인생의 명예에 큰 흠집을 남겼다. 과연 전 감독이 다시 농구계로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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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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