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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6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뒤 여당 의원석 사이로 퇴장하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6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뒤 여당 의원석 사이로 퇴장하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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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40여 분 이어갈 쯤, 새누리당 쪽에서 삐죽 목소리가 튀어 나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최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때문에 '핫(hot)'한 이완영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이었다.

"안보는 안보입니다!"

이 의원이 목소리를 높인 시점은, 추 대표가 사드를 예로 들며, "경제가 숨 쉬는 민생안보"를 강조할 즈음이었다. 추 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낡은 안보관"을 지적하며 "안보와 경제가 함께하는 외교적으로 유능한 안보, 기업 활동과 국민 생업을 지키는 안보, 이념 대립보다는 공동의 번영과 평화를 추구하는 안보, 바로 더불어민주당이 추구하는 민생안보의 길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의 "안보는 안보입니다"라는 딴지는, 곧 '그게 무슨 안보냐, 안보는 그저 안보일 뿐이다'라는 그의 속내를 함축하고 있다.

국민의당이 지적한 추미애 연설, 새누리당은 "높이 평가"

그런데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어허!", "쉿, 쉿!"

이 의원이 목소리를 높이자마자, 새누리당 지도부의 지적이 쏟아졌다. '진박 중의 진박'이라고 불리는 이정현 대표 등이 이 의원을 향해 의성어로 무언의 경고를 날린 셈이다. 이 의원은 곧바로 언행을 자제했다.

뿐만 아니었다. 추 대표의 연설이 끝나자, 이 대표는 허리를 곧추 세운 채 새누리당 의원 중 가장 힘찬 박수를 보냈다. 이후 잠시 다른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던 이 대표는, 추 대표가 본회의장을 떠나려고 하자, 황급히 추 대표 쪽으로 몸을 옮겨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추 대표의 연설 직후, 새누리당의 논평의 첫 마디는 "오늘 연설을 국민의 목소리로 존중하며 여러 비판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자 한다"였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은 "민생경제에 집중한 연설을 높이 평가한다"라며 "민생경제가 비상상황이라고 지적하며 강조한 내용들은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녹여내 건강한 결과물을 이끌어내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발표했다.

오히려 같은 야당인 국민의당이 "당 대표로서 거시적인 비전이나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이미 집권여당이 된 것처럼 행동하지만, 대부분 대통령과 정부, 집권여당 등 남 탓만 하고 있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쿨한' 이정현, 속내는?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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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세균 국회의장의 정부 비판에 의장실을 점거하는 등 극도로 강경한 반응을 보인 것과는 달리, 이날 새누리당은 매우 유순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 초, 테러방지법 반대를 위한 필리버스터 당시 새누리당의 모습과 비교해도 매우 생경한 태도다.

이날 추 대표는 정 의장 못지않게 박근혜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연설에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등 일부 민감한 현안은 빠졌지만, 추 대표는 시종일관 박근혜 정부의 경제 실정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또한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도 "정부의 낡은 안보관"을 거론하며 문제점을 질타했다(관련기사 : 추미애 "대통령 만나자", 경제 영수회담 제안). 평소 새누리당 같으면, 이완영 의원과 같은 반응이 쏟아지는 게 정상이다.

실제로 이날 새누리당에는 이 대표의 '함구령'이 떨어졌다. 이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야당 대표의) 연설 중 야유나 고함을 일절 자제하고 박수를 보내 달라"는 내용의 문제메시지를 돌렸다.

이 대표는 추 대표의 연설 후 본회의장을 빠져나오며 "(추 대표는) 차분하게 야당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을 했다. 참고할만하고, 좋게 잘 들었다"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전날 자신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야당의 전방위 공격이 쏟아진 것에 비하면, 매우 '쿨(cool)'한 반응이다.

이 대표의 이러한 행동은, 1차적으로 '한선교 의원 멱살잡이' 등 강경 노선에 따른 비판여론을 다소 누그러뜨리려는 의도가 실린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전날 자신이 연설에서 강조했던 '야당의 협조'를 관철시키기 위한 방책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에 "사과한다"는 표현을 쓰는 등 '파격 연설'을 통해, "야당 의원 여러분, 국가와 국민을 위해 화끈하게 한 번 도와 달라"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박근혜 정부 들어와 (야당은) 사실상 대선불복 형태의 국정 반대, 국가 원수에 대한 막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라고 야당을 비난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김 전 대통령이 IMF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을 하나로 만들고 빠르게 극복해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 당시에는 새누리당이 초보야당이어서 그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야당 역할인 줄 알았다는 게 아쉽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희호 이사장이 요청한 대북정책 기조 변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등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잘하겠다", "정치권이 정신 차리겠다"는 원론적 답변으로 피해갔다. 특히 "(세월호 참사가) 여러 가지 복합적이고 아주 많은 것이 잘못된 과정을 거쳐서 생긴 것 같다, 잘 챙겨서 반복되지 않겠다"는 답변은 현재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기간 연장을 사실상 반대하고 있는 당의 상황에 맞지 않는 발언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오후 성남 서울공항에서 러시아, 중국, 라오스 순방을 위해 출국하며 환송 나온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러시아 동방경제포럼(EEF), 중국 G20 정상회의, 라오스 아세안 정상회의 등에 참석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오후 성남 서울공항에서 러시아, 중국, 라오스 순방을 위해 출국하며 환송 나온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러시아 동방경제포럼(EEF), 중국 G20 정상회의, 라오스 아세안 정상회의 등에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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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대표의 화법은 그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같은 당 홍문종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에 출연, 이 대표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과에 대해 "박 대통령을 도와달란 의미"라고 평가했다. 야당 측 역시, "그저 정부에 협조해달라는 말 아니냐", "진정성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관련기사 : "노무현 탄핵 사과? 뜬금없다" 여당의원조차 "개인의견일 뿐")

이러한 맥락에서, 새누리당이 이날 추 대표의 연설에 후한 점수를 준 것도 박근혜 정부를 위한 이 대표의 '큰 그림'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이 대표는 오늘 자신이 당에 함구령을 내린 것을 (야당을 상대로) 두고두고 써먹을 것이다"라며 "자칫하면 야당은 또 다시 정부 발목잡기, 강경파 등의 프레임에 빠질 수 있다. 역시 (이 대표는) 기-승-전-대통령이다"라고 평가했다.


태그:#이정현, #새누리당, #추미애, #박근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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