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백>의 스틸 사진

영화 <자백>은 과연 관객들과 제대로 만날 수 있을까. 정식 개봉에 난항을 겪고 있는 <자백>의 최승호 PD가 마이크를 잡았다. ⓒ 엣나인


"다른 의도는 하나도 없고 세상을 바꿔보고 싶다. 그거 하나밖에 없다. '하나의 영화가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꿨다'는 그런 영화로 기억되고 싶다."

<뉴스타파>의 최승호 피디가 영화 <자백>의 최승호 감독으로 무대에 섰다. 최승호 감독은 지난 5일 <자백>의 언론 시사를 마치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영화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그는 과거 MBC <PD수첩>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의 사회 문제들을 드러낸 피디이기도 하다. 스크린은 최승호 피디가 자신의 저널리즘을 구현하기 위해 선택한 다른 플랫폼이다.

최승호와 권력자들

 영화 <자백>의 스틸 사진

ⓒ 엣나인


<자백>은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숱하게 벌인 여러 건의 간첩조작사건을 다루었다.  그 중에서도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서 고문을 받고 거짓 자백을 강요당한 탈북자 유우성씨의 동생 유가려씨, 합동신문센터 안에서 사망했으나 그 사인도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한종수씨의 사건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자백>은 영화가 구축한 전개 그대로 국정원이 조작한 간첩 사건 일지로 봐도 충분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스포트라이트>나 최근 개봉한 <트루스> 같은 언론인의 진실 추적극으로 보는 것 또한 가능하다. <자백>은 어느 쪽으로 봐도 괜찮은 영화다.

홍보사에서는 <자백>이라는 제목 앞에 설명을 붙였다. '21세기 액션 블록버스터 저널리즘'이라고. 웬 다큐멘터리에 '액션'과 '블록버스터'냐고? 틀린 말도 아니다. 국정원이라는 거대하고 비밀스러운 조직을 상대로 맞서는 영화이니 얼마든지 블록버스터물이 될 수 있다. 또 최승호 감독은 마치 '액션 영화'에 나오는 주연 배우처럼 저널리즘이라는 무기를 갖고 시종일관 스크린을 누빈다.

그는 중앙정보부 대공실장으로 지내며 간첩조작을 해온 당사자인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얼굴에 카메라를 비춘다. 그들은 간첩조작사건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는 최승호 감독에 "잘 모른다"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한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공항 출입국 게이트 앞까지 따라온 최승호 감독의 질문에 이리저리 자리를 피했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아예 우산으로 얼굴을 가렸다.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한 사람을 살리고 죽일 수 있는 그들이 신기하게도 영화 속에서는 작아보인다. 최승호 감독이 따라붙으며 질문을 했을 때 그들이 짓는 표정은 <자백>의 백미다. 최승호 감독은 언론시사 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국정원은 대체 한 사람을 어떻게 한 것입니까"라고 일갈한다.

멀티플렉스라는 관문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을 3년 동안 취재해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을 만든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영화 포스터를 들어보이고 있다.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을 3년 동안 취재해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을 만든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영화 포스터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최승호 피디 인터뷰 당시 촬영된 것이다. ⓒ 유성호


그는 <자백>이라는 영화가 그저 세상을 바꿀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일반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기자회견에서 최승호 감독은 <자백>이 멀티플렉스에서 제대로 상영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그가 말하기를 연락을 취한 영화관들에서는 "선뜻 상영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절대 안 되겠다는 반응도 아닌" 미지근한 반응이었다고 한다.

'뉴스타파 영화 개봉 프로젝트'에 다음 스토리펀딩 사상 가장 많은 금액인 약 4억원이 모였고 여기에 뉴스타파 회원들이 모여 총 5만 명이 함께 하는 대규모 시사회를 열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영화관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백>은 아직 명확하게 개봉날짜를 잡지 못했다. 10월 중이라는 말만 있을뿐 아직 명확하지 않다.

최승호 감독이 이야기한 것처럼 이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으"려면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봐야만 한다. 간신히 철옹성 같은 국정원의 빈틈을 파고 들어 영화를 만들었는데 멀티플렉스라는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하나의 중요한 사실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위한 관문이 사뭇 좁아보인다.

 영화 <자백>의 스틸 사진

ⓒ 엣나인


영화 <자백> 정보
장르 : 다큐멘터리
감독 : 최승호
주연 : 최승호 김기춘 원세훈
제작 : 뉴스타파
배급 : 엣나인
개봉일 : 2016년 10월 중
러닝타임 : 9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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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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