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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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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이 없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대한 야당의 평가는 이렇게 요약됐다. 이 대표는 5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앞장섰던 점을 사과하고 보수 정당 대표로서 사실상 처음으로 역대 정권의 호남 차별 행위를 사과했다.

그러나 이는 전혀 환영받지 못했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에 협조할 것을 야권에 강권하기 위한 '수사'로 고개 숙였을 뿐이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실제로 이 대표는 이날 "김대중 대통령 집권 시절 국정에 더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 "국민이 뽑은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했던 것 역시 사과드린다"라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한 야당의 태도를 거칠게 비난했다.

구체적으로 "이명박 대통령 시절 미국 소 먹으면 수천 명이 죽을 것이라고 온 나라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어 국정을 마비시켰지만 지금 미국 소 먹고 입원한 환자 한 명도 없다", "(박근혜 정부 들어) 사실상 대선불복 형태의 국정 반대, 국가 원수에 대한 막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화끈하게 한 번 도와주시라, 여러분에게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 때 야당이 해주길 바라는 만큼만 진심으로 진정성 있게 도와주시라"고도 말했다. 즉, 새누리당이 야당이던 시절의 과오를 반성할 테니 야당도 현 정부의 국정운영을 도와달라는 의도가 너무나도 명백했던 셈이다.

"지금 정부에 협조해달라는 뜻, 순수한 반성 아니다"

이에 대해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던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전반적 기조에 문제가 있는 연설이었다"며 "(탄핵에 대한) 순수한 반성이 아니라 지금 정부에 협조해달라는 뜻이었다, 그렇게 진정성 있게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또 "박근혜 정부 들어 사실상 대선불복 형태의 국정반대, 국가원수에 대한 막말이 이어지고 있다"는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는 "댓글 사건이 있지 않았느냐, 국가정보원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했던 것은 사실이고 야당은 그것을 문제제기했던 것인데 그것을 자꾸 대선불복이라고 하면 그 위법적인 사실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새누리당이) 발목잡기 했던 옛날 모습과 이번 정권에 대한 (야당의) 비판을 비교하는 것은 전혀 맞지 않는다"면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이면 좀 더 여야 관계를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화합과 통합, 발전적 의제 등을 (화두로) 제시해야 하는데 오늘은 도대체 이게 뭔가 싶었다"고 개탄했다.

이 대표의 대(對) 호남 사과도 그 진정성을 의심 받았다. 이 대표는 이날 "새누리당과 새누리당 전신, 지금의 새누리당 정부와 이전의 보수 정부가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호남을 차별하고 호남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새누리당 대표로서 이 점에 대해 참회하고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이 또 한 번의 재도약을 위해 호남과 새누리당이 얼마든지 연대정치, 연합정치를 펼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전북 전주갑)은 이날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너무 뜬금 없는 말이었다, 진정성 있어 보이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호남 출신인) 이정현 대표가 당대표가 됐다고 해서 (역대 보수정부의 호남 차별) 그런 부분이 해소됐다고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 대표가 사과한다고 해서 호남 민심이 달라질 것 같지도 않다"라며 "말로만 할 게 아니라, 사과에 대한 실질적인 당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 대표가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호남 민심에 '구애'한 것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지난 총선 당시 이정현 대표와 정운천 새누리당 의원의 당선은 소위 더민주의 독점에 대한 호남 유권자의 피로감 때문이었다"며 "대선에 대한 호남 유권자들의 민심은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김 의원은 "호남 소외와 양극화, 부의 독점에 대한 분노가 굉장히 큰데 그 원인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인 것은 다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그렇게 구애하겠지만 대선에서 사람들 마음을 움직일 동기, 실질적인 정책이 없다, 말로 때운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야당 정책 비난하면서 국정협조?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장 연설" 혹평 자초

1일 저녁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회 본청 국회의장실을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의 발언과 관련해 강하게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정 의장은 20대 국회 첫 정기회 개회사에서 사드배치 반대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언급하며 새누리당 의원들의 강한 반발을 샀으며 이후 여당 의원들의 의정활동 중단 선언으로 국회는 파행을 겪고 있다.
 1일 저녁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회 본청 국회의장실을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의 발언과 관련해 강하게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정 의장은 20대 국회 첫 정기회 개회사에서 사드배치 반대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언급하며 새누리당 의원들의 강한 반발을 샀으며 이후 여당 의원들의 의정활동 중단 선언으로 국회는 파행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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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혹평은 이 대표가 자초한 탓도 크다. 이 대표는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사실상 야당의 정책들을 폄하하고 공격했다.

우선 이 대표는 "일부 정치권의 대기업 정책은 대기업을 공공의 적으로 모는 불합리하고 위험한 내용이다, 반기업 정서를 부추겨 결국 표를 모으겠다는 매우 의도적이고 정략적인 정치선전책"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를 통해 경제민주화를 앞세우고 있는 더민주를 향한 비난이었다.

또 더민주 차기 대선주자 중 한 명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청년수당' 사업을 겨냥, "일부 정치인이 현금은 곧 표라는 정치적 계산으로 청년들에게 현금을 나눠주고 있다, 무분별한 인심 쓰기이고, 정치적 의도를 갖고 하는 인기영합용 무상복지"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의 '청년수당' 사업과 정부의 '취업 성공 패키지' 정책이 사실상 그 내용이 비슷하다는 점은 도외시한 '정치 공세'였다.

반면, 정부의 입장은 강하게 대변했다. 지난 1일 정기국회 개회사를 통해 정부의 소통 없는 사드 배치 결정을 비판한 정세균 국회의장을 겨냥한 듯, "사드 배치는 순전히 북한의 전격적인 핵 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인해 촉발된 사안"이라며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 이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을 대승적 결단으로, 오직 애국심 하나로 받아주실 것을 눈물로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또 사이버테러방지법·노동 4법·규제프리존특별법 등 박 대통령의 관심법안 처리를 야당에 당부하기도 했다.

게다가 새누리당이 지난주 정세균 의장의 개회사를 문제 삼아 의사일정 보이콧하고 국회의장실을 점거하는 등에 대한 유감 표명은 전혀 없었다. 현재 가장 민감한 현안이 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에 대한 얘기 역시 일절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는 앞서 "많은 국민들은 국회야말로 나라를 해롭게 하는 국해(國害) 의원이라고 힐난한다"라며 입법부의 위상을 비난했던 것과 결합돼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장의 연설'이라는 비판을 낳았다. 이와 관련, 기동민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연설은) 한 마디로 요약하면 '대통령 심기를 보필하는 거수기 국회를 만들자'였다"고 혹평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이정현의 사과는 개인의견일 뿐"

새누리당 안에서도 이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대해 그리 호응이 크지 않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등 야당 시절 국정 비협조에 대한 사과와 호남 차별에 대한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고 평가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및 호남 차별 사과는) 일단 본인이 호남 출신이고 내년 대선의 정치연대·연합 등을 감안해서 말한 것 같다"면서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또 "현안보다 정치개혁에 방점을 뒀다, 정치개혁에 올인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 과연 가능할까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한 비박(비박근혜)계 의원은 "영호남 화합 등은 상당히 좋아 보이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과 부분은 (이정현) 개인은 그럴지 모르지만 당 전체 의견은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김대중 대통령 집권 시절 국정에 더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못한 점을 사과한다고 했는데 그 때 대북 정책이 햇볕정책 아닌가, 사드 반대는 햇별정책과 일관된 얘기인데 그에 사과하는 건 그(사드 반대)에 동조하는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면서 "본인이 호남이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호남이니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그건 당론이 아닌 개인 의견이다"고 말했다.


태그:#이정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노무현, #박근혜, #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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