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4명의 농악대원들이 무료밥차에 오신 어르신들을 위해서 매울 첫주 주말에 공연 봉사를 한다.
 24명의 농악대원들이 무료밥차에 오신 어르신들을 위해서 매울 첫주 주말에 공연 봉사를 한다.
ⓒ 오병종

관련사진보기


여수 성산공원 무료 밥차에 식사하러 오신 어르신들을 위해 흥겨운 농악 공연이 펼쳐진다. 놀이마당 '들풀' 대원들의 재능기부다. 대원들은 4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지만, 농악대원 중에 70대 어르신 한 분이 눈에 띈다. 올해 73세 황행일 어르신의 장구채 잡은 손놀림이 날렵하다.

황 어르신은 성산공원 밥차에서 식사 대접을 받더라도 시비 걸지 않을 분이다. 그럼에도 무료 밥차에 나오신 200여 분의 어르신들을 위해 공연을 펼치고 있다. 들풀 대원들은 64명이 활동한다. 여수시내 대교동 팀, 월호동 팀, 국동 팀, 문화원 팀 등 다양한 팀 소속들이 행사장에 초청받거나 또는 자원봉사 공연을 할 경우 연합으로 놀이마당 '들풀'로 뭉친다고 한다. 이날은 사정이 허락하는 24명의 대원들이 재능기부를 했다.

여수문화원에서 타악기 수업을 하고 있다.
▲ 놀이마당 '들풀'을 이끄는 전통타악 지도자 전승제 강독 여수문화원에서 타악기 수업을 하고 있다.
ⓒ 오병종

관련사진보기


'들풀'을 이끄는 전통타악 지도자 전승제 감독은 "우리 '들풀'은 대부분 40~50대지만 6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하다"면서 "학교 교장님, 택시 기사, 국가 기관 기관장도 계시고, 요양보호사, 게스트하우스 운영자, 식당 주인, 퇴직하신 분, 주부도 계신다"라고 대원들을 소개했다.

사실 전통적인 농악팀에는 나이 드신 분들이 꽤 많다. 농촌의 경우 고령화와 맞물려 대부분이 고령자다. 전통 농악팀 대원들을 보면 으레 젊어서부터 악기를 다뤄왔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일쑤다. 그런데 황행일 어르신은 다르다. 그는 퇴직 한참 후인 69세에 장구를 배우기 시작했다. 황 어르신이 농악대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내 덕분이라고 한다.

그는 69세때 문화원에 등록하여 장구를 배웠다
▲ 황행일 어르신의 장구 연주 그는 69세때 문화원에 등록하여 장구를 배웠다
ⓒ 오병종

관련사진보기


"퇴직하고 노니까, 아내가 문화원에서 악기 배워보라고 등록을 해줬어요. 4년 전에 등록해서 배우고 있어요. 지금도 배우는데, 리듬을 알게 되니까 하면 할수록 아주 재미있어요."

그는 여수수협에서 건어물 중매인 관련 분야에서 일하다 은퇴를 하고는 쉬었다고 한다. 그러나 3년간 쉬다보니 무료했고, 그러던 차에 아내가 권한 전통악기 강습이 그를 바꿨다. 본래 사람 만나 놀기 좋아하는 성격과 맞아 떨어져 물을 만난 고기가 되었다.

들풀 대원들과 공연하는 황행일(73) 어르신
 들풀 대원들과 공연하는 황행일(73) 어르신
ⓒ 오병종

관련사진보기


매월 한 차례씩 밥차 봉사에 나와 하는 공연 외에도 한 달에 서너 차례 정도는 봉사나 행사장에서 공연을 한다. 15일 추석 연휴 때는 귀성객과 관광객을 위해서 이순신 광장에서 한가위 맞이 민속놀이 한마당 행사 공연을 할 예정이다.

대원들과 기념촬영
 대원들과 기념촬영
ⓒ 오병종

관련사진보기


전승제 감독은 "대원 중에 70대 어르신이 5~6명 되는데, 오늘 공연은 황행일 어르신만 나오셨다. 나이 드신 분들은 훌륭한 테크닉보다는 본인들이 좋아하시고 즐기는 편이다"라며 "같이 열심히 활동하시는 걸 보면서 내가 오히려 많이 배우는 편이다"라고 칭찬했다.

여수산단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매주 토요일이면 무료밥차에 자원봉사를 나오는 문병환(여수시 화장동, 56세)씨는 "농악대원들이 오셔서 어르신들에게 공연해주는 모습을 보면 우리 봉사자들도 흥이 난다"라며 "특히 우리 전통악기를 다루는 걸 보면 '100세 시대'에 좋은 취미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부러워했다.
 
황행일 어르신도 고령사회에서 잘 선택한 취미라며 자랑한다.  
공연을 마치고 공연 복장 그대로 포즈를 취했다.
▲ "인생은 70 부터 라잖아요" 공연을 마치고 공연 복장 그대로 포즈를 취했다.
ⓒ 오병종

관련사진보기


"사실 퇴직하고 무료하게 보내다 보면 자심감도 떨어지고 별로 할 일이 없습니다. 나이 들어서 악기를 배운 것은 아주 잘 한 일이라고 봐요. 대교동 팀에서도 활동하고 여수문화원 팀에서도 활동하기 때문에, 공연 외에도 일주일에 연습만 4일 이상을 합니다. 전혀 무료하지 않습니다. 이걸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상상이 안 될 정도입니다. '인생은 70부터'라 잖아요?"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장구채를 잡을 것이라고 말한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게재합니다.



태그:#황행일, #놀이마당 들풀, #성산공원 밥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