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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는 강제로 신민을 동원하면 그만이겠지만, 선동가는 시민들이 좋아하는 말만 하면 그것뿐이겠지만, 민주주의 사회의 지도자는 반대하는 시민들에게도 당면한 정치적 현실을 설명해야 하고 동시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납득시켜야 한다. 설사 그가 요구하는 것이 모두가 두려워하는 죽음이라는 결과를 초래할지라도 말이다. - <정치철학 1> 106쪽

아테네 민주주의를 이끈 위대한 정치가 페리클레스(BC495-429)가 펠로폰네소스 전쟁(BC431-404)이 시작된 바로 그해 치른 희생자들의 장례식장에서 한 연설 중 일부입니다. 작금의 우리나라 정치에서는 왜 이런 지도자, '설사 그가 요구하는 것이 모두가 두려워하는 죽음이라는 결과를 초래할지라도 반대하는 시민들에게도 당면한 정치적 현실을 설명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납득시키는' 그런 정치 지도자가 보이지 않나 모르겠습니다.

정치적 현실을 설명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납득시키는 그런 지도자가 있었다면 성주 사람들이 사드 설치를 반대하며 울부짖는 고통도, 자식을 돌보듯 키웠을 참외밭을 무참히 갈아엎는 끔찍한 불상사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불상사가 성주에서 뿐만 아니라 제주 강정, 밀양 등에서 너무나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됐다는 게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정치의 본질 조명하는 <정치철학 1>, <정치철학 2>

<정치철학 1>-그리스 로마와 중세- (지은이 곽준현 / 펴낸곳 (주)민음사 / 2016년 7월 15일 / 29,000원) 
<정치철학 2>-르네상스와 근현대- (지은이 곽준현 / 펴낸곳 (주)민음사 / 2016년 7월 15일 / 29,000원)
 <정치철학 1>-그리스 로마와 중세- (지은이 곽준현 / 펴낸곳 (주)민음사 / 2016년 7월 15일 / 29,000원) <정치철학 2>-르네상스와 근현대- (지은이 곽준현 / 펴낸곳 (주)민음사 / 2016년 7월 15일 / 29,000원)
ⓒ (주)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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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철학 1>, <정치철학 2>(지은이 곽준현, 펴낸곳 (주)민음사)에서는 그리스 시대부터 현대까지, 정치사에 한 획을 긋거나 정치 사상에 토대를 마련한 마흔다섯 명 철학자들이 주창한 정치적 본질을 조명합니다. 

정치인들과 우리, 언뜻 생각하기엔 별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정치인들이 무슨 짓을 하건 그건 그들만의 일일뿐 내 일상과는 별 상관없는 일처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주 잠시만 생각해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구구절절하게 실감할 수 있습니다. 정치인들의 일거수일투족,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그들의 가치와 생각조차도 나와 무관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의 생각과 가치가 법과 정책이라는 수단에 반영돼 삶의 질과 사회적 질서, 심지어 사고의 자유에조차 어떤 형태로 이건 이렇게 저렇게 영향을 미치고 간섭을 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손꼽을 수 있는 큼지막한 국가적 이슈들은 차치하더라도 내가 마시고 있는 물, 내가 들이쉬고 있는 공기의 질조차도 정치인들이 펼치는 정치에 의해 가격과 질 등이 좌우된다는 걸 자각하면 더더욱 실감날 것입니다.

정치는 누군가가 갈구하고 있는 출세 수단은 분명 아닐 겁니다. 정치는 기원전부터, 인간이 군집생활을 하면서부터 발전한 인류 본질의 가치이자 문제일 것입니다. 때로는 순응하고 때로는 거스르는 개혁을 이끌어낸 그 무엇이 바로 정치철학이 담고 있는 본질입니다.

마흔다섯 명 철학자의 정치철학

책에서는 소포클레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우구스티누스, 단테, 마키아벨리, 모어, 루소, 칸트, 헤겔, 마르크스, 니체… 등 마흔다섯 명 철학자 개개인의 성장배경과 이들 철학자 들이 주창하거나 실현한 정치적 변혁에 스며있는 정치 본질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권력을 잡은 뒤 클레이스테네스는 전통적인 귀족들의 정치적 기반을 축소시키기 위해 개혁을 실시하는데, 그가 단행한 일련의 개혁이 소위 '인민(dēmos)이 지배(kratos)하는' 민주주의(demokratia)의 전형을 완성시켰다. 그는 우선 전통 귀족들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네 개의 부족에다 새로 여섯 개를 더해 열 개의 부족 체제로 전환했고, 139개의 지역(dēmes)을 중심으로 행정구역을 재현했으며, 원로가 중심이 된 '최고 법정'이 아니라 139개의 지역에서 추첨으로 선출된 시민들이 구성한 '500인회(boulē)'가 민회(ekklēsia)에서 다루게 될 의제를 사전에 선별하는 기능을 담당하도록 했다. 한 마디로 '인민'이 중심이 되는 정치체제가 등장한 것이다. - <정치철학 1> 107쪽

오늘날 우리가 아주 당연한 것인양 생각하는 민주주의는 기원전 507년 전 인물이었던 클레이스테네스가 행한 개혁이 시작이었습니다. 페리클레스가 추도사에 담았던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지도자 역할은 오늘날 정치에서도 필요한 지도자 역할이자 덕목입니다.

정치와 도덕, 권력과 지배, 저치와 종교, 개인과 사회, 국가와 세계…. 여기서 본질적으로 갖게 되는 질문이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는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일 수 있습니다. 이미 일상적 용어로 사용하고 있는 권력, 권리, 의무, 책임, 자유, 민주, 독재, 지배, 피지배, 명령, 복종, 폭력, 민주, 강제, 위력, 통치… 등등이 정치적으로는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지도 이 책을 통해 읽을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일수록 정치 지도자에게는 대중으로부터 수렴된 의사를 대변하는 능력과 함께 대중들이 필요한 것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내는 능력이 요구된다. 또한 민주주의 사회일수록 대중의 의사를 대변하기만 하는 선동적 리더십과는 구분되고, 대중을 선도만 하는 계몽적 설들과는 구별되는 '민주적 리더십'이 제시되어야 한다. - <정치철학 2> 491쪽

저자가 단순히 마흔다섯 명 철학자들이 주창한 정치철학만을 소개하는 것은 아닙니다. '공화주의자가 공화가 아니라 자유에 주목하고, 민족주의자가 영광이 아니라 공존에 열망하고, 급진주의자가 혁명이 아니라 절차에서 해답을 찾고, 자유주의자가 경쟁이 아니라 재분배를 요구하는 모습을 보여 주려는 목적을 갖고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물과 공기, 햇살과 땅은 생명과 물질이 존재할 수 있는 근본이자 본질입니다. 정치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물이자, 공기, 햇살이자 땅처럼 유·무형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 불가분의 관계일 거라 생각됩니다.

본립도생(本立道生)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근본이 서면 도가 생겨난다'는 뜻입니다. 멀고도 가까운 정치 역시 정치철학(정치적인 것의 본질)을 이해하고 힘껏 실천하려는 노력에서 부터 선정과 위선이 가늠될 거라 생각됩니다.

정치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가 반드시 읽어야 할 교양필독서로 정치의 본질을 일깨워 주는 <정치철학 1>, <정치철학 2>를 추천합니다.

덧붙이는 글 | <정치철학 1>-그리스 로마와 중세- (지은이 곽준현 / 펴낸곳 (주)민음사 / 2016년 7월 15일 / 29,000원)
<정치철학 2>-르네상스와 근현대- (지은이 곽준현 / 펴낸곳 (주)민음사 / 2016년 7월 15일 / 29,000원)



정치철학 1 : 그리스로마와 중세 - 정치와 도덕은 화해 가능한가

곽준혁 지음, 민음사(2016)


태그:#정치철학 , #곽준현, #(주)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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