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 드라마 시청률 추이

수목 드라마 시청률 추이 ⓒ 김종성


뒤집혔다. 예상됐던 '역전'이다. 김우빈과 수지를 앞세워 제2의 <태양의 후예>를 꿈꿨던 KBS <함부로 애틋하게>(아래 <함틋>)의 꿈은 산산조각 났다. 첫 회 시청률 12.5%로 쾌조의 출발을 했던 <함틋>은 낡은 구닥다리 신파라는 부실한 밑천이 들통 나는 바람에 탄력을 받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에 머물렀다. 그러던 중 '사랼라' 하며 등장한 MBC <W>의 기세에 눌렸고, 급기야 역전되기에 이르렀다.

<W>가 수목극의 왕좌를 차지하는 데 필요한 건 단 3회 분량이었다. 첫 회부터 쏟아지기 시작했던 극찬과 기대감은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졌다. 반면, <함틋>의 시청률은 눈에 띄게 빠지기 시작했고, 이내 두 드라마의 처지가 뒤바뀌어 버렸다. 이 역동적인 변화는 '시청자의 반응'이 자연스럽게 '시청률'로 연결되는 인과를 정확히 보여준다.

웹툰과 현실을 오가는 스토리의 참신함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스터리의 구성력이 돋보이는 <W>는 tvN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을 집필했던 송재정 작가의 단단한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또, 이른바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의 비주얼을 자랑하는 이종석과 러블리한 매력으로 뜬금없는 캐릭터 오연주를 연기하고 있는 한효주의 조합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만화 같았다.

 같은 시간대에서 붙게 된 MBC 드라마 <W> KBS <함부로 애틋하게>

같은 시간대에서 붙게 된 MBC 드라마 KBS <함부로 애틋하게> ⓒ MBC, KBS2


반면, <함틋>은 어떤가. 드라마 방영 초기에 여러 언론이 보여줬던 과한 '애정 공세'와는 달리, 남녀 주인공의 흡인력이 떨어졌고, 그 아쉬움을 만회할 배우들의 연기도 기대 이하였다. 무엇보다 수많은 폐인을 양산했던 KBS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복제'한 것 같은 이야기 구조는 2016년이라는 시대와 조응하지 못했다. 2004년의 영광에서 발을 떼지 못한 이경희 작가의 발전도 없고, 반성도 없는 자가복제가 안쓰럽기만 하다.

왜 몰랐을까? 아니, 정말 몰랐을까? <함틋>이 성공을 과신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뚜껑을 열기 전까지 <함틋>은 2016년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로 손꼽혔다. 그 안을 함부로 열어볼 수 없었던 언론이나 시청자들이야 가만히 앉아서 기대를 하는 수밖에 없었지만, 뚜껑 안을 미리 들여다봤던 제작진과 방송사는 실패의 냄새를 감지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사전제작이 드라마 흥행 실패의 원인 아니야"

 <태양의 후예> 포스터, <신사임당> 포스터

<태양의 후예> 포스터, <신사임당> 포스터 ⓒ KBS2, SBS


흥미로운 건, 갑자기 언론에서 <함틋> 실패의 원인을 사전 제작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사전 제작 드라마만 아니었다면, 시청률 1위를 빼앗기지 않았을 거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한국 드라마의 고질병인 '생방송 제작 시스템'을 비판하는 이성적인 상식을 드러내면서도, 시청자의 다양한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반영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만만찮다면서 급기야 "사전제작이 반드시 정답이 될 수는 없음을 보여준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렇다면 <함틋>처럼 100% 사전 제작된 <태양의 후예>의 성공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결국 성패는 드라마의 질에 달려 있다.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100% 사전 제작을 선택했으면서 첫 회부터 시청자들로부터 지루하다는 평가받을 결과물을 내놓았다면, <함틋>을 기획하고 제작한 쪽이 책임을 지고 반성해야 한다. 이제 와서 시청자의 반응을 고려해서 이야기를 제멋대로 뜯어고치길 바란다면, 어찌 제대로 된 드라마를 만들 수 있겠는가.

이제 겨우 자리를 잡고 있는 '사전 제작 시스템'이 함량 부족의 <함틋> 때문에 흔들려야겠는가? 물론 사전 제작의 이면에 중국 시장을 겨냥한 제작사의 돈벌이가 자리 잡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안정적인 드라마 제작 시스템 구축과 배우 및 스텝들의 쾌적한 '업무 환경'을 위해서 '사전 제작'은 더 확대되어야만 한다. '쪽대본'은 없다. 수정은 불가능하다. 흔들리는 갈대는 없다. 그러므로 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드라마 한 편을 만드는 데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W 함부로 애틋하게 사전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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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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