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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 6일 낮 12시, 호주 시드니 한인회관 앞에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열린다. 이 행사에는 이재명 성남시장,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 길원옥 위안부 할머니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소녀상은 1년 후 빌 크루즈 목사의 연합교회로 옮겨질 예정이다. 향후 그곳에서 지속적으로 관리된다.

머나먼 호주 땅에서 소녀상을 건립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단체가 있다. '시드니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아래 시소추)다. 이번 제막식도 시소추에서 기획, 주최한다. 이들은 정부단체가 아니다. 워킹 홀리데이 학생, 유학생, 변호사, 자영업자, 종교인 등 각계각층, 다양한 연령들의 사람들이 모여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자발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다.

이에 기자는 시소추에서 활동하는 임요셉(30)씨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임요셉씨
 임요셉씨
ⓒ 임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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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시위를 넘어 소녀상 건립까지

시소추 모임은 작년부터 시작됐다. 작년 스트라스필드 시 광장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

"많은 한인들과 호주 현지 중국인들이 소녀상 건립을 위해 노력했어요."

그러나 스트라스필드시의 불허로 건립이 무산됐다. 이에 대해 임씨는 "일본 측의 조직적이며 치밀한 로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관련기사: "시드니 소녀상 막아라" 일본 측, 훼방 작업 노골화 - <연합뉴스> 7월 26일자).

소녀상 설립 시도가 한 차례 무산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꺼지는 듯했다. 그러나 12월 28일 한일 간 '위안부 협상'은 불씨를 다시 일으켰다. 분노는 행동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이번 1월 6일, 시드니 일본 영사관에서 연대 수요시위가 진행됐다.

"단발적인 수요시위도 분명 의미가 있죠.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부를 알리고 잘 기억하기 위한 무언가가 있었으면 했어요."

결국 소녀상이 필요했다. 물리적인 상징이 있어야 항상 보고 기억하고 홍보할 수 있는 법이니까.

"이전에 무산됐던 경험이 있어서 쉽사리 진행할 수 없었어요."

모두를 고민에 빠뜨렸던 그때, 의인이 나타났다. 그는 인권운동가로도 활동 중인 연합교회의 빌 크루즈 목사였다.

"빌 목사님이 자신의 교회에 소녀상 건립을 제안하셨어요. 시에서도 사유지니 뭐라 할 수 없었죠."

시소추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3월 12일 세계 여성의 날 '살아있는 소녀상' 퍼포먼스, 6, 7월에는 수요시위를 진행했어요. 현재는 매주 토요일에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비롯한 주요 도심에서 '위안부' 만화전 활동을 하고 있어요."

평범한 교민들이 주체가 되어 만든 시소추

오는 8월 6일 한인회관에서 개최된다.
▲ 소녀상 제막식 행사 포스터 오는 8월 6일 한인회관에서 개최된다.
ⓒ 백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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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추는 정부 단체가 아니다. 결국 예산부터 인력까지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에도 소녀상이 세워지고 있어요. 호주 교민들도 당연히 소녀상이 세워져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어요."

회의를 참석해보면 구성원 면면이 평범한 교민들이다. 직업, 연령이 다양하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민족에게 아픈 역사와 잘못된 인권유린의 문제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함께 하고 있어요."

예산은 교민들, 성남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이솔 코스메틱 등으로부터 받고 있다고 한다.

"예산이 조금 빠듯한 편입니다. 그래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가까스로 운영되고 있죠."

사정이 이렇다보니 홍보와 같은 일을 하기에는 힘이 부치기도 한다. 그래도 호주 내 한인언론사나 교민들의 자발적인 도움으로 홍보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덕분에 7월 첫째주부터 매주 만화전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때 현지인들에게 위안부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죠."

일본 측의 소녀상 건립 방해

시소추의 소녀상 건립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 제막식 날짜가 가까워짐에 따라 일본 측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제막식이 야외에서 진행되지 못하도록 일본의 압박이 시작됐습니다."

임씨에 따르면 일본 단체의 변호사가 카운슬(의회)에 일본 측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에 카운슬은 제막식 불허 통보를 낸 상태다.

이에 대해 임씨는 "카운슬은 저희 의견을 듣지 않고 멋대로 결론부터 내렸다"며 "이 부분이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고 보고 현재 대응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일본 측의 의견은 "한국도 피의자다. 한국전쟁 당시 있었던 위안부나 베트남 전쟁 성문제가 있지 않았나."라는 것이다. 또한 위안부는 자발적으로 행해진 것이고, 한인 여성에 의한 원정 성매매가 해외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었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한일 간이 아닌 제 3국에서 '위안부' 문제를 논하지 말아야 한다든지, 호주 내 일본계 아이들이 왕따 위험에 노출 될 수 있다든지 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12월 28일 합의로 양국간 '위안부'사건에 대한 협의가 끝나지 않았냐는 것도 최근에 등장한 의견이죠."

빌 목사에 대한 압박도 시작됐다. 그는 현재 일본 총 영사로부터 제막식에 대한 항의 의견을 전달 받았다고 한다.

"빌 목사님의 교파 노회를 압박해 빌 목사님이 교회에 소녀상 건립을 할 수 없게끔 로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고 있습니다."

호주 현지 일본언론과 일본 산케이신문에서 소녀상 건립 관련 기사를 내고 있다. 여론전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얼마 전 채스우드 몰 앞에서 '위안부' 만화전을 진행 중이었어요. 한 일본인이 허가받지 않은 사진촬영을 하려는 거예요. 이를 막으려고 저희가 나섰는데 자칫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뻔했죠."

'많은 관심과 후원 필요해"

자발적으로 모여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 한인들로 이뤄진 시소추 회원들 자발적으로 모여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 백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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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추는 이런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일정을 진행하려고 한다.

"내용을 밝힐 순 없지만 저희 나름대로 대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저희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제막식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점입니다."

덧붙여 그는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후원을 부탁했다.

"일본의 압력으로부터 빌 목사님과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의 관심과 후원이 필요해요.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응원해주세요."


태그:#위안부, #호주, #시드니, #소녀상, #시소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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