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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 <산남수북> 한국어판 복간을 앞두고 '2016 아시아 문학창작 워크숍' 참가를 위해 방한한 현대중국문단의 대표작가이자 '뿌리찾기 문학'의 주창자 한샤오궁을 출판사 편집자 자격으로  만났습니다. 아래는 그와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 기자 말

출판 시장에 부는 복간 바람으로 잊히고 있던 시(詩)들이 다시 살아나고 서가에서 사라지던 책들이 다시 독자들을 만날 기회를 얻고 있다. 절판도서 복간 출판사까지 등장한 것을 보면 가히 열풍이라 할 만하다. 잊히고 사라질 위기의 책들이 다시 독자들을 만날 기회를 얻는다는 것은 책의 생명으로 보나 독자들에게로 보나 여러 의미를 갖는 일이다.

이번에 서울에서 개최된 '2016 아시아 문학창작 워크숍' 행사를 통해 아시아 각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샤오궁(중국), 산드라 롤단(필리핀), 네르민 이을드름(터키), 쁘랍다 윤(타이), 판카즈 두베이(인도), 푸렙후바트후야그(몽골), 신타 유디시아 위수단티(인도네시아), 샤힌 아크타르(방글라데시) 등의 작가들이 초청되어 행사를 함께했다.

7월에 복간되는 <산남수북> 표지 이미지
 7월에 복간되는 <산남수북> 표지 이미지
ⓒ 펄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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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남수북> 한국어판을 복간하는 펄북스는 한국의 동남부 하단에 위치한 진주라는 지역에 있는 출판사다. 진주문고라는 서점을 모태로 하고 있는데 대표님께서는 30년 동안 서점을 해오시며 경제적 논리로 사라지는 책들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신생 출판사임에도 복간되는 책들이 출간 목록에 있다. 그중 한 권이 당신의 책이다.

"펄북스가 한국의 남쪽에 있다니 내가 있는 후난성도 남방 지역이라 친근하게 느껴진다. 책이 다시 나온다니 아주 기쁘고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생각이 있는 출판사인 것 같아 더 기쁘다. 책이 다시 복간된다는 것은 추구하는 가치를 새롭게 다시 찾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 <산남수북> 한국어판은 이제껏 나온 중국 번역서들과 확연히 다른 느낌을 주고 싶다는 디자이너의 의도가 많이 반영되었다. 작가로서 자신의 책이 다른 나라에서 출간되는 것도 감흥이 다르겠지만 절판되었던 책이 새로운 모습으로 복간되는 것에 또 다른 감흥이 있을 것 같다.
"표지가 동화 같은 느낌이다(웃음). 복간이니 두 번째 생명을 얻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생명은 하나인데... 좀 기괴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나의 책이 두 번을 사는 것이니 기쁘고 감사하다. 첫 번째 책과는 모양새(표지)도 완전히 바뀌었다. 사람의 모습이 변한 것처럼 바뀐 것이 좀 색다른 느낌이다."

- 서양에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이 있다면 동양에는 당신의 <산남수북>이 있다고들 한다. 2007년 산골인 팔계마을로 하방한 7년간의 기록 <산남수북>으로 루쉰문학상도 받으셨고. 지금도 농사와 글쓰기를 병행하나?
"(웃음)과찬이다. 물론 농사를 짓고 있다. 일 년 중 반년은 시골에서, 반년은 도시에서 생활한다. 4월부터 10월까지는 농사를 짓는다. 그 외는 글을 쓰고... 여러 가지 농사를 하는데 집사람과 둘이서 먹기에는 양이 많다. 그래서 모두 이웃이나 지인들과 나눠 먹는다. 시골에서 길러서 바로 먹으니 아주 신선하다. 좋은 점은 이런 신선한 농작물을 바로 먹고 나눌 수 있다는 것이고 안 좋은 점은 이런 농작물들이 갑자기 너무 많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오이가 너무 금방 자란다거나 고추가 갑자기 너무너무 많이 자라는 거다. 고르는 일도 나누어 주기도 힘들다. 그래서 집사람이 처리하는데 항상 고민이 많다. 햇빛에 말릴까, 염장을 해야 할까... 그러느라 항상 바쁘다."(웃음)

- 선생이 처음 하방했을 때와 지금의 농촌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 당시 글을 쓸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나?
"대부분 농민이 새롭게 집도 지었고... 아무래도 새로운 변화가 많은데 그런 변화가 쓰레기 문제라는 환경 문제를 일으킨다. 또 현재 중국의 문제 중 하나가 공심화(空心化)다. 일반적으로는 도심의 어느 한 지역이 비는 것인데, 사람들이 모두 도시로 빠져나가 농촌의 어느 한 부분이 비는 현상이다. 그래서 농촌의 작은 마을은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다. 중국은 설과 같은 명절에 고향을 방문하는데 그때나 사람들이 방문할 뿐 그 외는 공심화의 영향으로 사람이 많이 줄었다."

한샤오궁
 한샤오궁
ⓒ 펄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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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농촌에 빈집들이 꽤 있다. 선생이 계시는 곳은 작은 마을인가?
"작다. 마을에 집들은 있는데 대부분 노인들이다. 우리 집 옆에 학교가 있다. 학생이 200명 정도다."

- 200명? (웃음) 그렇다면 아주 작은 마을은 아닌 것 같다.
"그런가? 후남성 바시동이라는 지역이다. 십여 년 전 내려갔을 땐 학생들이 약 500명 정도 되었는데 지금은 준 거다."

- 글을 쓰는 일은 정적인 일이고 반면, 농사를 짓는 일은 많은 노동을 해야 하는 동적인 일이다. 농사일이 글을 쓰는데 끼치는 영향이 있다면?
"농사를 짓고 몸을 움직이면 오히려 머리는 쉬는 시간이 된다. 머리를 쉬고 몸을 움직이는 거니까 결국 글쓰기에 굉장히 도움이 된다. 움직여서 일하지 않으면 그저 TV를 보거나 핸드폰을 보거나 인터넷을 할 것이 아닌가. 그럼 그건 또... 작가 처지에서 본다면 정보라는 것이 좋지는 않다. 정보가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 너무 많은 정보를 얻는다는 것이 좋은 일만은 아니다."


- 당신의 시골 생활의 기록은 중국에서 굉장히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어떤 점에 독자들이 열광했다고 생각하나?

"중국에서 <산남수북>이 나왔을 때 반향이 매우 컸다. 10쇄 이상을 찍으며 환영을 받았는데 사실 나는 그 이유를 모른다. 왜 그렇게 환영을 받고 독자들이 좋아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독자들이 또 어떤 점을 좋아해 줄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마... 점점 도시화가 되고 그런 과정에서 사람들이 대부분 자기 인간 본성의 고향이라고 할까... 그런 농촌에 대한 향수나 추억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생각해보기에 아마 실제로는 자신이 돌아갈 수 없지 않은가. 고향이라는 것, 농촌, 땅이라는 그런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이 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것이지 않을까."

<산남수북> 저자 한샤오궁
 <산남수북> 저자 한샤오궁
ⓒ 펄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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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로서 한국 독자들이 <산남수북>에서 특별히 봐주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
"이 책이 사람과 자연과의 관계가 내용의 일부분이라면 또 다른 부분은 사람과 사회와의 관계, 그 안에는 농민, 농촌 사회 뭐 그런 부분이 있다. 그렇게 크게 보면 두 가지 부분인데... 둘 중 어느 한 부분보다는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회와의 관계를 한국독자들이 전체적으로 봐주시면 어떨까 싶다. 사람들의 삶 자체가 토지... 땅과 얼마큼 가깝게 사느냐가 인생을 풍부하게 하느냐 안 하냐를 결정짓는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땅과 가깝게 사는 것은 내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일이다.

사람들 대부분이 도시에서 아파트, 혹은 집이라는 공간에서 살고 있다. 그러면 왜 사람들이 주말이나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자꾸 밖으로 나가려고 하겠는가. 이 사회 자체가 일종의 우리, 새장이 아닌가 싶다. 그런 데서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결국은 이 새장에 갇혀 있는 삶을 벗어나려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지 않을까. 그런 갇혀있는 삶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가 있는 것 같다."

- 지금 쓰고 있는 글은 어떤 글인가?
"그동안 혁명 후기라던가, 조만간 한국에서도 출간이 될 예정이지만  <일야서日夜书>라는 책을 썼다. 지금은 다시 소설을 준비 중이다. 반 정도 썼다. 주제는 비밀이다(웃음)."

- 중국 출판 시장은 어떠한가? 한국은 출판 시장이 좋지 않다. 시장 자체의 어려움과 펄북스의 경우 지역에서 출판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응원해 주신다면?
"문화 사업 자체는 지금 아주 어려운 시기다. 한국 출판사의 문제만은 아니고 전 세계적인 문제다. 이번 방한 때 서울대학교에서 이곳 한국의 학자와 학생들과도 의견을 나누었지만, 정(正)과 의(義)라는 것, 감정, 사람의 삶에 기본적인 가치관들은 사람이 사는 데 정말 필요한 것이지만 사람이 평소 일반적으로 생활하고 살 때는 별로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전쟁이라든가, 지진, 자연재해 같은 큰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이런 가치관이 더 필요하다. 특히 요즘은 노는 것, 오락과 노는 것을 위주로 하므로 이런 정신적인 부분이 불필요해 보인다.

일반적으로 문화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가치관, 정이나 의와 같은 부분들을 전승하고 싶어 한다. 물려주고 싶고 이어지게 하고 싶어 하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사실상 일반적인 생활에서는 다르지 않은가. 사회는 변화하기 때문에 이런 마음들이 계속 갈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가 곤란하고 어려울 때일수록 철학이라든가 문학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생각하는 것이 더 필요하고 이런 가치관에 대해서도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어려운 것은 이곳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이다. 나도 당신도 우리도, 모두가 좀 잘 견뎌냈으면 좋겠다. 먼저는 내 건강부터 좀 챙기고 그런 다음에 사회에 필요한 것들을 하자." 

- 마지막으로 한 마디.

"대부분 요즘엔 돈 버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내가 하는 일도 돈 버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서 사실은 많은 것들이 돈으로 살 수 없다. 나는 60대 중반의 나이다. 주변에 돈이 많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모두 행복해 보이는 것은 아니다. 돈이 많은 사람들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있지만, 돈이 많은 사람이라고 해서 자녀들이 반드시 인재가 되는 것은 아니더라. 가난한 집의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보다 더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돈 이외의 다른 것들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 스스로 격려하고 스스로 힘을 좀 냈으면 좋겠다."


산남수북

한샤오궁 지음, 김윤진 옮김, 펄북스(2016)


태그:#한샤오궁, #한소공, #산남수북, #펄북스, #중국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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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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