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상위권을 노리기도 했던 LG 트윈스의 현재 순위는 8위까지 내려간 상황이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LG의 마지막 승부수는 바로 외국인 투수 코프랜드를 퇴출하고 영입한 데이비드 허프다.

시즌 개막 전 LG 선발진은 리그 상위권 선발진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하지만 우규민이 지난 시즌만큼의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봉중근이 선발진 합류에 실패하면서 팀 선발 평균자책점(ERA)는 5.69로 6위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중위권 혼전으로 여전히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려볼 만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총 13경기 2승 3패 ERA 5.54에 그친 코프랜드의 반등을 기대하기 보다는 교체를 선택했다.

 KBO리그 첫 선발 등판 예정인 허프

KBO리그 첫 선발 등판 예정인 허프 ⓒ LG 트윈스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지난 14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첫 선을 보인 허프는 3회 구원등판해 1.2이닝 1실점 1삼진 무볼넷 3피안타를 기록했다. 후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선발로 가동될 예정이다.

데이비드 허프는 누구인가?

 데이비드 허프 프로필

데이비드 허프 프로필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고교시절 허프는 구속과 구위가 빼어나지 않아 많은 주목을 받진 못했다. 그래도 체격 조건이 좋았기 때문에 2003 드래프트에서 31라운드(전체 930순위, LA 에인절스)에 지명되었다. 하지만 허프는 프로에 가지 않고 대학진학을 선택했다.

대학에 진학해서는 대학 최고의 투수로 손꼽힐 만한 활약을 했지만 평균 구속이 82~85마일대로 더 떨어지며 상위라운드 지명에 또 실패했다.(2005 드래프트 19라운드 전체 577순위 지명, 필라델피아)

허프는 결국 드래프트 3수를 선택했고 2006 드래프트 1.5라운드 전체 39순위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지명되며 마침내 프로 계약을 하게 되었다.

2006시즌 로우A(4경기 0-1 ERA 5.87 7.2이닝)에서 프로의 맛을 본 허프는 07시즌 본격적으로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시즌 첫 11경기에서 4승 2패, ERA 2.72, 59.2이닝, 46삼진, 15볼넷으로 좋은 활약을 했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5월을 마지막을 시즌을 접어야했다.

다행이 수술은 피할 수 있었고, 시즌 말 애리조나 가을 리그에서 복귀했다.(7경기 ERA 6.06, 16.1이닝) 08시즌에는 AA를 거쳐 AAA까지 도달해 27경기 11승 5패, ERA 2.52, 146.1이닝을 기록하며 좋은 활약을 했다.

2009시즌 AAA에서 시즌을 시작한 허프는 5월 17일 마침내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데뷔전 성적 3.2이닝 7실점 2삼진 4볼넷 패전, vs. 탬파베이) 그리고 남은 시즌을 쭉 메이저리그에서 선발로 보내면서 23경기 11승 8패, ERA 5.61, 128.1이닝을 기록했다.

2009시즌 23선발 등판 128.1이닝은 허프의 메이저리그 커리어하이 기록이었다. 허프의 선발 등판 비중은 점점 줄어들어 결국 메이저리그에서는 불펜투수 혹은 예비선발로 더 많이 뛰게 되었고, 이후 마이너리그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올 시즌은 메이저리그에서 딱 2경기 밖에 뛰지 못했고 쭉 AAA에서 뛰었다.

투구 스타일

 허프의 통산 기록

허프의 통산 기록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허프는 타자를 압도하는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는 아니다. 허프의 속구 평균구속은 91마일(146km)로 그리 빠른 편은 아니다. 하지만 좌완임을 감안하면 KBO 수준에서는 약점이 될 만한 구속은 아니다. KBO리그 데뷔전에서는 144~152km의 구속을 기록했다. 비록 구원 등판이긴 했지만 꾸준하게 140km 후반대 공을 뿌리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허프의 레퍼토리는 포심-체인지업-슬라이더(컷 패스트볼)-커브로 주무기는 체인지업이다. 허프의 체인지업은 유망주 시절 '지옥의 종소리'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트레버 호프만(메이저리그 통산 601세이브)의 체인지업과 비교됐을 정도로 뛰어난 구종이다.

허프의 체인지업은 속구와 동일한 각도에서 나오며, 늦게 떨어지기 때문에 속구와 구분하기 어렵다. 슬라이더는 3구종으로 간간히 던지는 정도이며, 커브는 보여주는 정도의 구종으로 거의 구사하지 않는다. 데뷔전에서도 속구와 체인지업이 주를 이뤘고 슬라이더와 커브는 많이 던지지 않았다.

허프는 메이저리그 통산 BB/9(9이닝 당 볼넷 수)이 3.02, 마이너리그 통산은 2.25에 불과할 정도로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다. 운동능력이 좋기 때문에 투구폼을 꾸준히 잘 유지하며 낮은 스트라이크 존을 잘 공략한다. 데뷔전에서도 존을 많이 벗어나는 공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디셉션(공을 숨기는 동작)도 뛰어나다.

허프는 메이저리그 통산 뜬공 비율이 40.4%에 이르는 뜬공 투수로 드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LG에게 적합한 유형이다. 뜬공 유형의 소사가 LG로 이적해 성공한 것을 생각하면 허프 역시 기대를 해볼만하다.

원래 선발 유망주였던 만큼 선발 경험은 적지않다.(프로 통산 185선발 등판) 올 시즌도 메이저리그에서 2경기 모두 선발로 등판했으며 AAA에서도 최근 6경기 모두 선발 등판했다.

건강은 아주 좋지는 않은 편이다. 치명적인 부상은 없었지만 2년에 한 번 꼴로 부상을 겪었다. 2014시즌에는 스프링캠프 도중 어깨 이상으로 잠시 이탈했었고, 작년 9월에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KBO리그 외국인 투수들과의 기록 비교

 허프와 앨버스의 기록 비교

허프와 앨버스의 기록 비교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허프와 비슷한 유형의 투수로는 14시즌 한화에서 뛰었던 앤드류 앨버스가 있다. 허프와 앨버스는 둘 다 구속이 그리 빠르지 않고 제구가 좋은 좌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구속은 허프가 좀 더 빠르며 메이저리그 커리어 역시 허프가 월등하다.

차이점은 앨버스는 특정 구종에 의존하는 투구보다는 포심-슬라이더-싱커-커브-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는 투구를 하는 반면, 허프는 포심-체인지업의 비중이 80%일 정도로 두 가지 구종에 의존하는 투구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구종 자체의 위력은 허프가 더 강력하다.

앨버스는 2014시즌 ERA 5.89로 상당히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겼지만 당시는 대단한 타고투저 시즌이었고(리그 ERA 5.13), 리그 최악의 수비를 보여주던 한화에서 뛰었다는 것을 감안(앨버스 FIP 4.55)하면 그렇게까지 실망스러운 투수는 아니었다. 그리고 허프는 앨버스보다는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다.
 
체크 포인트

LG는 투수친화구장인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좀처럼 외국인 투수를 성공시키지 못했다. 최근 성공작이라고 할 수 있는 리즈와 소사의 경우 모두 강속구를 던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 관점에서 구속이 압도적이라고 할 수 없는 허프의 영입은 다소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이번 시즌 성적이 그리 좋지 않은 것 역시 불안요소다.(이번시즌 AAA 18경기 2승 3패 ERA 5.68)

다만 허프의 경우 메이저리그 경력이 풍부하며, 제구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기대를 해볼 만하다. 이번시즌 AAA에서도 ERA는 좋지 않았지만 삼진·볼넷 비율은 K/9 8.94와 BB/9 1.89으로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한 체인지업이 한국에서는 충분히 통할 수도 있다. 잠실구장과의 궁합도 잘 맞는다. 오랜만에 LG팬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키는 외국인 선발 투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LG 트윈스 투수들의 2016 상세기록 보기 프로야구/MLB 객원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kbr@kbreport.com]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글 : 길준영 기자 / 편집 및 자료 제공 :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 이 기사는 프로야구 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기록: 베이스볼 레퍼런스, 베이스볼 아메리카, 브룩스 베이스볼, 위키피디아, 팬그래프]
야구기록 KBREPORT 허프 엘지 프로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문화/스포츠 컨텐츠 공작소 www.kbreport.com (케이비리포트)입니다. 필진 및 웹툰작가 지원하기[kbr@kbreport.c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