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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와 같은 일부 동물들이 자살을 감행한다는 관련 학계의 보고서는 이미 나와 있다. 그렇다면 고양이도 자살할 수 있을까.
 돌고래와 같은 일부 동물들이 자살을 감행한다는 관련 학계의 보고서는 이미 나와 있다. 그렇다면 고양이도 자살할 수 있을까.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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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죽은 것 같아, 얘 좀 묻어 줄 수 있어?"

지난 20일, 아침 일찍 출근했던 아내가 다급한 목소리로 내게 전화를 했다. 아내에 따르면 출근길에 고양이가 차에 치이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목소리만으로도 아내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내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고양이가 죽은 것 같아, 우체국 앞 화단에 놓아 둘 테니, 시간되면 와서 얘 좀 묻어 줘"라고 말했다. 아내에게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일단 회사에 들어가 안정을 취하라고 말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곧장 119에 전화했다. 전화를 받은 소방관은 "살아있는 고양이는 구조할 수 있지만, 고양이 사체는 시군구의 소관"이라고 답변했다. 소방관의 안내에 따라 이번에는 군청으로 전화를 했다. 역시나 관공서 특유의 전화 돌리기가 시작됐다.

민원실을 거쳐, 환경과 축산과 등으로 전화가 맴돌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 화가 났지만, 최대한 정중하게 "동물 사체는 일반인이 함부로 처리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확한 담담부서로 연결해 달라"고 부탁했다. 우여곡절 끝에 연결된 담당 공무원은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한두 시간 쯤 뒤 군청 관계자로부터 "고양이 사체가 잘 처리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의 죽음을 슬퍼해 줄 친구는 있을까

하지만 놀라운 것은 아내가 집에 돌아와 한 말이었다. 아내는 "아무래도 고양이가 자살한 것 같아"라고 말했다. 아내에 따르면 고양이는 차가 오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차 앞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일부러 자동차 바퀴 아래로 들어가 누워 버리더란 것이다. 차가 잠깐 멈추는 틈에 충분히 피할 수도 있었는데, 고양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말 자살일까.  

돌고래와 같은 일부 동물들이 자살을 감행한다는 관련 학계의 보고서는 이미 나와 있다. 그렇다면 고양이도 자살할 수 있을까. 윤회론자이면서 정신세계에도 관심이 많은 필자의 견해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고양이에게도 인간과는 다르겠지만 사유체계가 있을 테고, 나름대로 자의식도 지니고 있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고양이들도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나 돼지들이 울부짖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눈물까지 흘린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고양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를까. 어쨌든 동물들이 죽음을 느끼고 공포에 떤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죽음의 공포를 느낀다는 것은 역으로 삶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일부 동물은 이런 공포를 뛰어 넘고 자살을 택하기도 한다. 그들은 인간과 여러모로 닮았다.

어제 죽은 길고양이의 죽음이 더 가슴 아픈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녀석이 단순한 교통사고(로드킬)로 죽었다고 해도 가슴이 아팠을 것이다. 하지만 녀석은 스스로 삶을 포기했을 지도 모른다. 몇날 며칠 쓰레기통을 뒤지고 다니다가 결국 먹이를 찾지 못해 좌절하지는 않았을까, 어미를 그리워하며 울부짖지는 않았을까, 그의 죽음을 슬퍼해줄 친구는 있을까,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솔직히 녀석의 죽음을 내 마음 밖으로 가능한 한 빨리, 그리고 멀리 밀어 내보내고 싶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쉽겠나. 당분간은 녀석의 죽음을 추모하며, 내 마음은 그대로 내버려 두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서에 적었던 그 말로 녀석의 죽음과 상처받은 아내의 마음을 위로하고 싶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태그:#길고양이 , #고양이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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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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