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륙작전> 포스터.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이다. 다만, 그 가치가 표값에 굉장히 저렴할 뿐.

<인천상륙작전> 포스터.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이다. 다만, 그 가치가 표값에 굉장히 저렴할 뿐. ⓒ CJ엔터테인먼트


딱히 대단한 무언가를 기대한 건 아니었다. 그래도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의 첫 시퀀스인 노르망디 상륙작전 장면처럼 거대한 스케일의 해안 전투 신 하나쯤은 있을 줄 알았다. 거창하게도 '인천상륙작전'이란 제목을 들고 나왔으니 응당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그런 건 없다.

<인천상륙작전>의 중심은 인천상륙작전 자체가 아니다. 말미에 D-DAY 새벽녘의 상륙전이 짧게 다뤄지긴 하지만 그나마도 대규모의 해안가 전투 신이라기 보단 게릴라전에 가깝다. 대신 영화가 전반에 걸쳐 다루는 건, 낙동강 이남까지 내몰린 유엔군 사령부가 전세 역전을 위해 인천 상륙을 기도하면서 벌인 첩보작전 '엑스레이'(X-RAY)에 대한 이야기다. 해군 대위 장학수(이정재 분)을 비롯한 8명의 첩보부대원들이 북한군으로 위장해 인천에 잠입하고, 군사 정보를 입수해 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유도하는 과정을 다룬다.

 결과적으로 <인천상륙작전>은 이도저도 아닌 영화가 됐다.

결과적으로 <인천상륙작전>은 이도저도 아닌 영화가 됐다. ⓒ CJ엔터테인먼트


그러니까 <인천상륙작전>은 전쟁 영화라기보다는 첩보 영화로 보는 게 맞다. 실제로 장학수 일행이 신분을 위장해 적군의 심장부에 들어간 뒤 벌이는 첩보 활동은 애간장을 녹일 듯 위태위태하다. 특히 북한군 인천 방어사령관 림계진(이범수)과 가까워지는 동시에 점점 더해지는 긴장감. 그리고 이들에게서 벗어나 부대로 복귀하기 위한 사투가 이 영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영화는 인천에서 첩보 작전을 수행하는 장학수를 그리는 동시에, 동경 유엔군 사령부에서 인천상륙작전을 준비하는 맥아더 장군(리암 니슨)에게도 적지 않은 비중을 할애한다. 문제는 두 사람의 캐릭터와 각자에게 닥치는 사건들이 서로 연결성을 갖지 못한다는 점이다.

극중 인천상륙작전은 장학수 일행에게 있어 '헤어진 가족과 다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고, 맥아더에게 있어서는 수 년을 전쟁터에서 보낸 군인으로서의 자존심을 건 마지막 전투'로 그려진다. 첩보부대원들이 부모형제를 만나고 동료를 잃는 신파적 감동이 이어지는 와중에 중간중간 맥아더가 등장해 뜬금없이 "세월은 피부를 주름지게 하지만 열정을 저버리는 것은 영혼을 주름지게 한다"라는 식의 명언을 늘어놓는다. 개인과 군인의 거리는 요원해지고, 영화의 메시지는 갈피를 잡지 못한다.

 뜬금 없이 명언을 늘어 놓는 리암 니슨. 대체 이 배우를 이런 식으로 활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뜬금 없이 명언을 늘어 놓는 리암 니슨. 대체 이 배우를 이런 식으로 활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 CJ엔터테인먼트


북한군을 그저 극악무도한 '빨갱이'로 그리는 데 치중한 영화의 편협한 시각도 아쉽다. 영화는 극중 림계진의 입을 통해 "이념은 피보다 진하다, 가족이라 해도 당을 배신하면 처단해야 한다"며 공산당을 비인간적으로 그리는 데에 집중한다. 림계진은 생포한 첩자를 가차없이 죽이고 홧김에 부하에게도 총질을 하는가 하면, 죄 없는 이를 총알받이로 삼는다.

문제는 이러한 비인간성이 림계진을 비롯한 북한군 캐릭터를 평면적으로 만들고, 결과적으론 영화적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점이다. 가족애로 대표되는 장학수 일행의 정의에 비해 공산주의를 따르는 림계진의 정의는 지나치게 얕게 다뤄지고, '이범수'라는 배우는 그저 나쁜놈 캐릭터로 간단히 소모되고 만다.

 이범수라는 배우는 단순하게 소비되고 끝나 버린다.

이범수라는 배우는 단순하게 소비되고 끝나 버린다. ⓒ CJ엔터테인먼트


결국 <인천상륙작전>은 주어진 것들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강박 때문에 이도저도 아닌 작품이 됐다.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의 진가는 그가 영화 속에 많이 등장한다고 해서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다. 조국과 가족, 전쟁과 이념이란 화두들을 뭉뚱그려 전시한다고 해서 그 모든 메시지가 전해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어떤 영화는 하나의 작은 이야기를 통해 거대한 세계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스스로를 "실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영화 속 글귀가 사실이라면, 이건 좀 더 작은 영화여야만 했다. 아니면 아예 때리고 부수는 사이다같은 전쟁 영화가 되었든지 말이다. 오는 27일 개봉.

인천상륙작전 리암니슨 이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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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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