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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반도 사드배치를 성주군으로 확정한 후 15일 경북 성주군 성주군청을 찾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사드배치를 설명하던 도중 성주군민들이 투척한 계란과 물병을 피해 버스에 들어가자 주민들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정부가 한반도 사드배치를 성주군으로 확정한 후 15일 경북 성주군 성주군청을 찾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사드배치를 설명하던 도중 성주군민들이 투척한 계란과 물병을 피해 버스에 들어가자 주민들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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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드와 관련해 꽤 많은 방송에 출연해 이야기하고 강연회에 참석했습니다. 국회에 있는 동안 대정부 질문을 통해서 사드의 전자파문제나 군사적 효용성에 대해서도 꽤 먼저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지요.



17일 저녁 사드의 전자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원고를 쓰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텍사스 빌리스기지와 괌 앤더슨공군기지, 일본의 교토와 아오모리현 등 4곳에 배치된 부대의 사진을 통해서 국방부가 말하고 있는 100m 안정성이 얼마나 허구인지 말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다가 기사의 내용을 다 지우고 다시 이 글을 씁니다. 요즘 유행하는 영화의 대사처럼 "뭣이 중헌디!"라는 화두를 저에게 다시 던지면서요.

국정교과서가 처음 논란이 됐을 때 '국정교과서가 옳은 것이냐, 잘못된 것이냐'로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점점 '독립운동을 나타내는 이 표현이 맞는 것이냐?' '근대화를 어떻게 기술할 것이냐?' '근거 자료를 이렇게 써도 되느냐?'라는 문제로 넘어가 버렸지요. 국정교과서가 만들어지는 건 당연한 순리이고, 기왕 만들어진다면 좋은 교과서를 만들자며 논점이 전환되었습니다.

요즘 사드 논쟁을 다루는 방송 토론이나 기고문의 내용에서 아쉬움을 느낍니다. 사드라는 체제를 받아들이는 것이 맞느냐 아니냐의 논쟁은 없고 '성주로 가면 수도권방어는 어떻게 할 것이냐?' '전자파 우려가 없어지는 거리는 얼마이냐?' '노동미사일은 어떻고 스커드는 어떻다'하는 이야기들뿐입니다.

수많은 영어 약자와 비행 고도, 비행 거리 그리고 이름도 어려운 군사전문용어와 외국인들의 이름만이 기사에서 넘쳐납니다. 무기 체계를 얼마나 잘 설명하는지가 그 사람의 전문성을 보여주는 것처럼 경쟁하고 있습니다. 정작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 논쟁이 아닙니다.

정말 중요한 건 요격 성능도, 전자파도 아니다
사드는 전구(전쟁구역)가 짧은 남북 간의 거리에서는 유용성이 있는 무기가 아닙니다. 아직 성능이 정확히 검증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설사 100% 요격 능력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고작 48발의 사드요격미사일로 북한의 공격을 막아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사드는 '로보트 태권 브이'도 '천하보검'도 아닙니다.

사드가 성주가 아니라 용산에 설치된다고 해서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서울을 방어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이 당한 핵 공격은 대륙간탄도미사일 혹은 중단거리탄도미사일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비행기에서 투하시켰던 것입니다. 북한이 핵을 담아 대한민국을 공격할 방법은 수천 가지도 넘습니다.

수도권 방어가 되느냐 아니냐를 가지고 논쟁하는 건 결국 미국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의 배를 불려 주는 것입니다. 그 핑계로 군피아들은 사드 몇 대를 더 배치하자고 들 것입니다. '무기 구입은 심리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런 심리전에 말려들어선 안 됩니다.

정부는 올 연말 사드가 배치되는 성주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육군 교범에도 사드 레이더 기지 3.6Km까지는 허가받지 않은 사람의 출입을 통제해야 한다고 명시되어있지만 100m 이상은 안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18일 미군이 괌에 있는 사드 포대를 공개했습니다. 국방부 공동 취재단이 사드 엑스밴드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했다고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전자파를 측정하는 실험 환경이 어떤지 알 수 없습니다. 또 지속해서 전자파의 영향권 안에 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단 한 번의 측정으로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국방부가 공개하겠다는 괌기지조차 2013년 4월에 배치되어서 지금까지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곳입니다. 아직 그 결과가 나오지 않아 영구배치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두 차례의 전자파 측정 지표를 근거로 정부와 언론은 대서특필할 것이고 '그동안의 주장이 괴담이었다'고 말하며 여론을 바꾸려고 할 것입니다. 정부가 기다리는 논점 이탈의 시기입니다.

정말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요격 성능도, 전자파도 아닙니다. 지역이 어디냐 하는 것은 더더욱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처음 사드 도입을 주장하면서 꺼냈던,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핵 포기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입니다. 이 질문에 답해야 사드를 도입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군사적으로 우리의 사드 도입으로 북한이 두려움을 느껴서 핵실험을 중단할 리는 만무합니다. 외교적으로 그간 미중일러의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갖추면서 지내왔던 대한민국이 온전히 한미일 vs. 북중러의 대결구도를 선택하는 것이 우리의 외교 방향인지 정부는 답해야 합니다. 6자회담이나 UN 제재 등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등지고 성과를 낼 수 있는지, 답해야 합니다.

사드의 도입을 통해서 사실상 미국의 MD 체제에 편입되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옳은 선택인지, 정부는 답해야 합니다.

다시 논의의 중심을 바로잡아 갔으면 좋겠습니다. 사드라고 하는 무기체계가 나왔던 근본적인 이유로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정부가 혼란스러우면 국민이 중심을 지켜야 합니다.

전쟁이 나서 승리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전쟁이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경계에 서 있는 한국이 선택해야 할 중요한 결정입니다.

평화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평화로 가는 길은 없습니다.
평화 그 자체가 길이기 때문입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안동교구·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정의평화위원회는 18일 경북 칠곡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생명평화미사를 열었다. 미사를 마친 5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인근의 미군 부대까지 행진하며 한반도 사드 배치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안동교구·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정의평화위원회는 18일 경북 칠곡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생명평화미사를 열었다. 미사를 마친 5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인근의 미군 부대까지 행진하며 한반도 사드 배치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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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와 딴지일보에 동시 게재하였습니다.



태그:#사드, #김광진, #전자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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