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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온마츠리 요이야마 전야제 때 구경나온 사람들과 호코 신가마입니다.
 기온마츠리 요이야마 전야제 때 구경나온 사람들과 호코 신가마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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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밤 교토 기온마츠리 축제 전야제인 요이야마(宵山)에 다녀왔습니다. 마침 올 기온마츠리 축제는 16일 토요일에 요이야마가 열렸고, 일요일 준코(巡行)가 열렸습니다. 마침 토요일이고, 장맛비도 내리지 않아서 사람들이 엄청나게 모였습니다. 전야제인 요이야마는 교토 시조 부근 여러 마을에서 만들어 놓은 야마(山) 신가마와 호코(鉾) 신가마가 있는 23 곳에서 열리는 행사입니다.

기온마츠리는 한 해 전부터 준비가 시작됩니다. 7월 1일 참가자들의 부정을 씻고 무사를 기원하는 기푸이리(吉符入り)로 시작해, 2일 준코(巡行)의 순서를 정하는 제비뽑기(구지도리시키,くじ取り式)로 막이 열립니다. 교토 한 가운데 있는 야사카신사와 둘레 마을에서 열립니다. 오래전 이곳 마을에 병이 돌아 그 병을 낫기 위해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기온신사에서는 보관된 신가마를 꺼내 신들을 태우고 마을을 돌아다닙니다. 이것을 신코사이(神行祭)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전통행사인 지신밟기와 비슷합니다. 풍물을 앞세우고 마을 둘레를 돌아다니며 지신을 눌러서 인간이 원하는 것을 신에게 전하고, 지신을 일깨워 풍요와 무병장수를 기원합니다.   

기온마츠리 기간 동안 야사카신사에 있는 신 가마 이외에도 둘레 여러 마을에서 신 가마를 만듭니다. 신 가마는 야마(山)와 호코(鉾)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야마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신이나 신이한 사건의 주신을 모신 가마입니다. 대부분 사람 모형이나 나무들이 세워져 있습니다. 직접 사람이 올라타지 않고, 수레 형식으로 만들어서 사람이 끌고 갑니다.

         전야제인 요이야마(宵山) 때 야마 신가마나 호코 신가마 둘레에서 부적이나 주술적인 효과가 있다는 부채나 기념품 따위를 팔기도 합니다.
 전야제인 요이야마(宵山) 때 야마 신가마나 호코 신가마 둘레에서 부적이나 주술적인 효과가 있다는 부채나 기념품 따위를 팔기도 합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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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코 신 가마는 크고 무겁습니다. 치고(稚児)라고 하여 신의 역할을 한 아이를 앞에 태우고, 양옆으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하야시 : 囃子)이 타기도 합니다. 무게는 대부분 10 톤이 넘고, 지붕 꼭대기에는 긴 장대 위에 칼이나, 무사 모자 따위 상징물을 달아놓기도 합니다.

호코 신 가마는 무겁고 직진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모서리를 돌 때는 땅바닥에 쪼갠 대나무를 깔아놓고 사람이 밀어서 움직입니다.

요이야마 기간 동안 사람들이 직접 호코 신 가마 위에 올라가 볼 수도 있고, 맥주를 마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호코 신 가마 둘레에서 파는 부적이나 부채 따위를 살 수도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 사흘간 열리는 요이야마 기간 동안 모든 호코를 찾아다니는 사람도 있습니다. 각 호코가 지닌 주술적 능력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해마다 기온마츠리 준코(巡行) 때 맨 앞에서 인도하는 나기나타호코 신가마입니다. 이 신가마에 만 앞에 두 명이  서서 처음 부정을 씻는 행위를 하기도 하고, 치고(稚?)가 타기도 합니다.
 해마다 기온마츠리 준코(巡行) 때 맨 앞에서 인도하는 나기나타호코 신가마입니다. 이 신가마에 만 앞에 두 명이 서서 처음 부정을 씻는 행위를 하기도 하고, 치고(稚?)가 타기도 합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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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은 기온마츠리가 열리기 일주일 전인 10일부터 마을 보존회 창고에 보관되어 있는 재료를 꺼내 조립하고 새끼줄로 고정시켜 야마 신 가마와 호코 신 가마를 만들었습니다. 기온마츠리는 오래 전부터 해왔기 때문에 마을에 보존회가 만들어져 있고, 이들이 중심이 되어 신 가마를 만들고, 운영하고, 기온마츠리에 참가합니다.

17일 아침 9시 가라스마 시조 네거리에 나기나타호코가 나타나서 부정을 씻는 행사로 기온마츠리 준코 행사가 시작됩니다. 나머지 마을들이 만든 신 가마가 들어오는 순서는 해마다 추첨으로 정합니다. 다만 첫 순서는 늘 나기나타호코 신 가마입니다. 나기나타호코의 나기나타(長刀)는 긴 칼이라는 뜻입니다. 긴 칼로 부정을 씻고, 신에게 기원하는 가마들이 뒤이어 정해진 시간대로 따라옵니다.

          나기나타호코 신가마 위에 탄 치고와 시조 거리를 지나는 신가마 행렬입니다
 나기나타호코 신가마 위에 탄 치고와 시조 거리를 지나는 신가마 행렬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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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가마가 이동하는 거리 양쪽으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걸어가는 것이 아니고 밀려서 이동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16일 밤 요이야마 행사에는 32만 명이 모였다고 합니다. 17일 아침에는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신 가마를 구경하면서 무병장수를 기원했습니다.

기온마츠리는 처음 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그 때 나라 수만큼 신 가마를 만들어 준코라고 하여 지신을 밟았습니다. 이제 몸이 아프거나 병이 나면 더 이상 굿을 하거나 축제를 열지 않습니다.

기온마츠리가 늘 열린 것은 아닙니다. 정치적인 격변기나 사회 정세가 불안하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신 가마가 불에 타서 다시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기온마츠리가 병을 치료하고, 전염병을 막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축제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 가졌던 사람들 마음을 이해하고, 문화 전통의 하나로서 해마다 열리고 있습니다.

          나기나타호코 신가마가 시조(四?)에서 가와바타(川端) 거리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한 해 동안 축제 기간 동안은 차 없이 자유롭게 걸을 수 있습니다.
 나기나타호코 신가마가 시조(四?)에서 가와바타(川端) 거리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한 해 동안 축제 기간 동안은 차 없이 자유롭게 걸을 수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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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누리집> 기온사이 야마호코 연합회, http://www.gionmatsuri.or.jp/, 2016.7.17.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기온마츠리 축제 , #교토, #야사카진자 신사, #신가마, #무병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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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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