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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초복다림으로 삼계탕을 대접받고 있는 수원시 팔달구 지동 어른들
▲ 복다림 17일 초복다림으로 삼계탕을 대접받고 있는 수원시 팔달구 지동 어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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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초복다림 한 번 제대로 했네요. 이 집 삼계탕은 딴 곳에서 먹는 것과는 맛이 달라요. 이 집만의 비법이 있는 것 같아요. 매년 초복이 되면 이렇게 300명이나 되는 사람들에게 삼계탕 대접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정말 대단한 사람입니다."

17일은 초복이다. '복(伏)'이란 하절기 중 무더위가 가장 심할 때이다. 삼복은 초복과 중복, 말복을 말하는 것으로 삼복은 소서(양력 7월 8일경)에서 처서(양력 8월 23일경) 사이에 든다. 초복은 본격적인 무더위의 시작을 예고하는 날로, 하지로부터 셋째 경일을 가리킨다. 복날은 열흘 간격으로 오기 때문에 초복에서 말복까지는 20일이 걸린다. 하지만 중간에 월복(越伏)을 하는 경우에는 30일이 걸리게 된다.

지동에 거주하는 고성주씨는 매년 초복이 되면 마을 어른 300분에게 삼계탕을 대접하고 있다. 벌써 30년이 지났다
▲ 생닭 지동에 거주하는 고성주씨는 매년 초복이 되면 마을 어른 300분에게 삼계탕을 대접하고 있다. 벌써 30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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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은 원래 중국의 속절로 진(秦) · 한(漢) 이래 행해진 절기이다. 조선 후기에 간행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의 기록에는 "상고하면<사 (史記)>에 이르기를 진덕공 2년에 처음으로 삼복 제사를 지냈는데, 성의 4대문 안에서는 개를 잡아 벌레를 방지하도록 하였다"라는 내용이 전한다. 이로 보아 우리가 가장 더운 절기에 지내는 삼복은 중국에서 유래된 속절로 추측하고 있다.

복날의 어원에 대해서는 정확한 것은 알기 어렵다. 다만 최남선의 <조선상식(朝鮮常識)>에 의하면 '서기제복(暑氣制伏)'이라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서기제복이란 복날을 꺾는다는 뜻으로 즉 무더위를 이겨낸다는 뜻이다.

한번 삶아낸 닭을 냉동보관 했다가 당일 다시 한 번 끓인다. 이 집만의 비법이라고 한다.
▲ 끓이기 한번 삶아낸 닭을 냉동보관 했다가 당일 다시 한 번 끓인다. 이 집만의 비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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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 삼계탕엔 특별한 비법이 전한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에 거주하는 고성주(63, 남)씨의 집에는 초복이 되면 사람들이 모여든다. 마을 어른들이 초복에 이 집을 찾는 이유는 바로 '초복다림'으로 삼계탕을 끓여 내놓기 때문이다. 사회단체나 대형식당 등에서 삼계탕을 대접하는 경우는 있어도 30년 넘는 세월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개인이 이렇게 300명의 사람을 대접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초복이 되면 지동과 인근에 사는 어른들은 으레 이 집을 찾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희 집 삼계탕은 집안으로 내려온 방법을 이용해서 끓여요. 그래서 일반 식당의 삼계탕과는 맛이 다르고 걸쭉하죠. 저희는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건강에도 그만큼 좋고요. 시간도 많이 걸려요."

아침부터 고성주씨의 집 마당과 방 등에 300명이 앉아 삼계탕을 먹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한다.
▲ 준비 아침부터 고성주씨의 집 마당과 방 등에 300명이 앉아 삼계탕을 먹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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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탕을 끓이면서 국자로 젓고 있던 고성주씨는 이 집만의 비법이 있다면서 이야기를 한다. 초복 전날인 16일부터 끓이기 시작한 육수는 두 통이다. 한 통에는 소꼬리와 소족을 넣고 24시간을 우려낸다. 24시간 끓인 소를 이용해 육수를 내기 때문에 영양도 만점이다. 그리고 또 한 통에는 무와 파뿌리, 다시마, 감자, 마늘 등을 넣고 육수를 끓인다.

그 두 가지를 함께 섞고 그곳에 감자와 양파를 갈아 넣고 또 끓인다. 그것이 초복에 먹는 육수가 진득한 이유이다. 닭을 삶아내는 방법도 다르다. 전날 닭을 한 번 삶아 냉동보관을 한다. 그리고 당일 아침에 육수에 넣고 끓여낸 후 식혔다가 다시 끓는 육수에 넣어 끓인 다음 다시마를 얇게 썬 고명을 얹어 어른들 상에 내놓는다. 이 집 삼계탕의 닭이 부드러운 까닭이다.  

시간이 되자 마을 어른들이 고성주씨의 집으로 모여들고 있다
▲ 고성주집 시간이 되자 마을 어른들이 고성주씨의 집으로 모여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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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어른들은 복 받으신 거죠"

한 마디로 고성주씨가 매년 어른들을 위해 마련하는 삼계탕은 정성이 가득하다. 아침 11시부터 대접을 시작한다고 통문을 넣었는데도 10시가 지나면 찾아오기 시작한다. 일찍 찾아오거나 늦게 오거나, 여럿이 함께 찾아오거나 한 사람이 오거나 언제나 반갑게 맞이한다. 그래서 어른들은 딴 곳을 가지 않고 복날이 되면 이 집으로 모여든다.

"우리 동네 어른들은 정말 복 받으신 거죠. 요즘처럼 살기가 각박한 세월에 누가 이렇게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대접을 하겠어요. 그것도 자비를 들여 이렇게 준비를 하려면 만만치 않은데 말이죠. 이 동네 분들 정말 복 받으신 겁니다."

집안에서 대접을 하기 때문에 음식준비도 모두 알아서 하야 한다. 삼계탕을 끓이고 있는 고성주싸
▲ 끓이기 집안에서 대접을 하기 때문에 음식준비도 모두 알아서 하야 한다. 삼계탕을 끓이고 있는 고성주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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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을 흘리며 삼계탕을 나르고 있던 봉사자 한 사람이 하는 말이다. 누가 무엇을 더 달라고 해도 싫은 기색이 없다. 땀이 비오듯 흐르는 복날인데도 불구하고 인상 한 번 찌푸리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렇게 봉사를 하고 있는 고성주씨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늘 고맙다는 인사 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며 죄스럽다고 한다.

두 시간 정도 걸린 삼계탕 대접이 끝났다. 먹고 돌아가던 몇 분이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부탁을 한다. "집에 있는 사람이 눈에 밟힌다"며 "한 마리만 더 가져갈 수 없느냐"는 것이다. 그런 부탁에도 마다않고 통에 담아 건네준다. 늘 이렇게 남에게 먹이질 못해 안달을 하는 사람이다. 일을 마치고 "이틀 동안 준비하느라 서 있었더니 허리가 아프다"고 하는 고성주씨. 내년에도 초복삼계탕 복다림은 또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집을 찾아올 것이다. 벌써 30년 가까운 세월 그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티스토리 블로그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초복, #고성주, #삼계탕, #팔달구 지동,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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