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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왼쪽 캔 감자와, 사진 오른쪽 묻은 울금 씨 뿌리입니다.
 사진 왼쪽 캔 감자와, 사진 오른쪽 묻은 울금 씨 뿌리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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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낮 씨감자를 묻은 지 석 달 만에 감자를 캤습니다. 감자를 심고 자주 밭에 들러서 손질을 한 것도 아니고, 물을 준 적도 없지만 잘 자라주었습니다. 줄기도 마르고, 푸릇한 감자가 보이기도 해서 캐야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쉽게 시간이 나지 않았습니다. 장마철이라 가끔 비가 내리기도 하고, 비가 갠 뒤 바로 밭에 가기도 어려웠습니다.

마침 토요일은 섭씨 30도 전후로 뜨거웠지만 비가 오지 않으니 서둘러 밭에 가서 감자를 캤습니다. 처음엔 괭이로 감자를 캤지만 감자가 땅 속 깊이 들어있지 않아 이후 호미로 캤습니다. 가끔 호미날에 감자가 상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상하지 않은 것이 많아서 다행입니다.

날은 뜨겁고, 쪼그리고 앉아서 감자를 캐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려 눈이 아리고 따가울 정도였습니다. 감자를 다 캐고 나서 일어나려 하니 허리는 아프고, 가슴에서 바지까지 땀에 젖었습니다.

이렇게 어렵게 감자를 캐기는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과 같이 캐려고 했는데 마음먹은 김에 혼자 캐려다 보니 더 힘들었습니다. 앞으로는 감자 캘 때 여러 사람과 같이 캐야 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감자를 캐기 전 씨앗이나 화초를 파는 가게에 들러 감자를 캐고 무엇을 심을지 알아보았습니다. 비록 소출이 적어도 다시 씨감자를 사다 심으려 했지만 가을 감자씨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8월에나 나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씨앗이나 어린 모를 둘러보는데 울금(학명: Curcuma longa, 생강과, 영어 이름: Turmeric) 뿌리 씨가 눈에 띄었습니다.

           울금 뿌리 씨 봉투 앞 뒤 모습입니다. 사진에 나온 것 같은 꽃이 필지, 그리고 뿌리를 캘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울금 뿌리 씨 봉투 앞 뒤 모습입니다. 사진에 나온 것 같은 꽃이 필지, 그리고 뿌리를 캘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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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금 뿌리 씨는 3월에서 6월 사이에 묻어서 11월에서 12월 첫서리가 내리기 전후 캔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아마도 아직 팔리지 않은 재고품 같았습니다. 이것이라도 심어야겠다고 마음먹고 봉투 세 개, 450g를 사왔습니다. 살 때 판매하는 직원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울금 뿌리는 몇 센티미터 간격으로 어떻게 묻어야 되는지, 뿌리를 잘라서 심는지 아니면 그냥 그대로 심는지, 그리고 가을에 수확을 하면 어떻게 먹는지 물었습니다. 심기 전에 보니 봉투 뒤쪽에 다 쓰여 있었습니다. 그동안 울금을 심어 본 적이 없어서 약간 불안하기도 합니다. 싹은 잘 나올는지, 나중에 수확을 하면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무더위에 감자를 캐고, 울금을 심는 것은 몸으로 하는 일입니다. 평소 그다지 몸을 움직이지 않아서인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흙냄새를 맡을 수 있고, 흙 속에 묻힌 감자를 캐고, 흙을 파서 울금 씨를 묻으면서 아직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석 달 만에 감자를 캐는 것처럼 앞으로 몇 달 뒤 땅 속에서 울금을 캘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땅 속에 묻었습니다.      

           사진 왼쪽 위에서 시계 방향으로, 처음 씨감자를 잘라서 묻고 싹이 나서 나란 모습을 모아보았습니다.
 사진 왼쪽 위에서 시계 방향으로, 처음 씨감자를 잘라서 묻고 싹이 나서 나란 모습을 모아보았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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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감자, #울금, #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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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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