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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차기 당대표 도전장 낸 이정현 의원은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나 "사실 새누리당이 잘 나가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내가 당대표에 나설 군번이 아니다"면서 자신이 출마해야 할 이유를 역설했다. ⓒ 남소연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 가슴 깊숙이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혹 때론 누군가가 뜻 모를 비웃음 내 등 뒤에 흘릴 때도 난 참아야했죠. 참을 수 있었죠 그날을 위해..."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에게 휴대전화를 걸게 되면 듣게 되는 인순이의 '거위의 꿈' 가사다. 자신의 정치인생을 설명해주는 노래 가사 같아서 그만큼 애착이 크다고 한다.

이 의원은 2014년 청와대 홍보수석 당시의 KBS 세월호 보도 개입 논란에 휘말려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그는 7일 새누리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치 인생에서 큰 악재를 만났지만 당원과 지지층은 자신의 '충심'을 믿어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고 한다.

이 의원은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나 "사실 새누리당이 잘 나가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내가 당대표에 나설 군번이 아니다"면서 자신이 출마해야 할 이유를 역설했다.

또한 이 의원은 현재 거론되는 대선주자들에 새로운 영입인사들을 보강해 10명 이상의 대선주자군을 당 주최 정책토론회에서 경쟁시킨 뒤 내년 8월 하순부터 9월 중순 사이에 후보를 선출하는 '슈퍼스타K' 방식의 경선을 제안했다.

이 의원은 "소위 비주류 또는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분류된 분들과는 내가 당 화합·통합의 '접착제' 역할을 하고싶다"고 하면서도 "(대통령에 대한) 은혜는 평생 갚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망은(忘恩: 은혜를 모르거나 잊음)을 저지르는 사람에게 배타적인 감정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KBS 보도개입 논란에 대해서는 "언론에 협조를 구하는 홍보수석의 자리를 이해해달라. 어쨌든 저의 말투가 알려져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것은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은 다음과 같다.

- 6년 만에 국회로 돌아와 정치 기사를 쓰는데, 그때 쓰던 통화연결음을 아직도 안 바꿨더라.
"7년째 안 바꾸고 있다. 내가 국회의원 3번 했다지만, 사실 이 노래 가사가 새누리당에서 진짜 내 모습이다.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고', '누군가 뜻 모를 비웃음 내 등 뒤에 흘려도' 참아야 했다. 나 이정현, 새누리당 안에서 소외된 호남 출신에 학벌도 돈도 빽도 외모도 없는 '비주류의 비주류'였다. 새누리당 말단 간사부터 시작해서 차장, 부장, 국장, 부대변인, 공보단장, 청와대 수석비서관, 최고위원까지 올라온 전라도 촌놈이 집권당, 그것도 기득권집단 이미지가 강한 당의 대표까지 올라서면 그것 자체가 사람들이 기대하는 정치 혁명, 감동의 정치 아닌가?"

- 본인은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박 대통령과 친해져서 벼락출세한 이미지도 없지 않다.
"이번 전당대회 출마자중에도 그런 식으로 비난하는 사람 있다. 잘 모르고 하는 얘기겠지만, 나를 뽑아준 순천시민들에게 물어보라. 이정현이 한번이라도 대통령과 친박 팔아서 표 얻어간 적 있냐고. 내가 2014년 재보선에서 6만815표 얻었는데 이번에는 내 고향(곡성)이 지역구에서 떨어져나가고 국민의당 돌풍이 부는 와중에도 6만6981표 얻어 당선됐다."

- 박 대통령과의 만남이 정치인생의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라는 것은 분명하지 않나?
"나를 (뽑아준) 순천·곡성 주민과 정치인 이정현을 있게 해준 새누리당, 뭐 하나 내세울 게 없는 나의 가치를 내다보고 발탁해준 박 대통령, 나 같은 루저도 바닥에서부터 올라오게 해준 대한민국에 감사한다.

특히 2004년 총선에 떨어진 내가 '새누리당이 호남 포기 전략을 포기해야 한다'고 건의했을 때 나를 수석부대변인으로 기용해서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게 박근혜 당시 대표였다. (그는 그해 총선에서 광주에서 유일하게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720표만 얻고 낙선했다.) 2008년 총선에서 친박에 1명 배정해준 비례대표에 나를 밀어줬고, 대통령 될 때까지 나를 계속 써준 것에 무한감사를 느낀다."

"수평적 관계 운운하는 사람이 대표 되면 대통령과 소통이 되나?"
새누리당 차기 당대표에 도전장 낸 이정현 의원은 KBS 보도개입 논란에 대해 "언론에 협조를 구하는 홍보수석의 자리를 이해해달라. 어쨌든 저의 말투가 알려져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것은 죄송하다"고 말했다. ⓒ 남소연
- 이정현이 당대표가 되면 당청 관계가 계속 수직적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는 일반적인 정치 관계가 아니다. 당청관계는 대결과 대립으로 가면 안 된다. 어차피 공동운명체라면 남은 임기만이라도 부족함 없는 소통을 통해 함께 가는 것이 여당의 책무다. 그런데 그게 수직적이다, 상명하복이다? 그러면 수평적 관계 운운하는 사람들이 당대표가 된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대통령과 소통이 될까? 그런 식의 언어유희로는 새누리당이 난국을 피해갈 수 없다.

당이 만든 대통령을 흔들고 비난해대면서 다음 정권도 맡겨달라는 말을 국민과 지지층이 과연 믿겠는가? 물론, 대통령도 당의 도움으로 집권했으니 한 축으로 이해해야 원활한 국정운영이 가능하다. 그래도 내가 새누리당 정치인들중에서는 박 대통령의 생각을 가장 정확히 읽는 사람이다. 2008년 총선 직후 박 대통령의 백의종군 시절을 지켰던 것도 나다."

- 박근혜 대통령 임기 동안 새누리당 지도부의 문제는 뭐였다고 보나?
"여당 대표는 자기를 높은 사람이라고 의식하면 안된다. 보여주기식으로 사진찍기식 회의나 해가지고는... 내가 부대변인 하면서 노무현 대통령 비판도 많이 했지만, 하나 높이 평가하고 싶은 게 있다. '계급장을 떼고 논쟁하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노 대통령이 토론과 공론화를 중시했다. 당 지도부는 일도 잘해야 하지만, 말도 잘해서 궁극적으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 김무성 전 대표는 "대표 하면서 박 대통령과 제대로 독대하면서 얘기한 적이 없다. 관계가 껄끄러웠다"고 회고했는데...
"(다소 머뭇거리며) 김 전 대표 얘기가 아니라 역대 정권들에서 어그러진 당청관계를 보면, 양자가 운명공동체를 망각하면 항상 결과가 안 좋았다. 서로 협조할 것은 다 하면서도 사소한 몇몇 가지 때문에 거리가 생기는 경우들이 있었다. 역대 대선을 보면, 후보 위주로 공약 만들고 당은 대통령 임기 끝나도록 어떤 공약 나왔는지도 파악 못하는 일이 되풀이됐다. 청와대는 능동적인데, 여당은 수동적으로 나오고... 청와대가 주문하고 당은 선심 쓰듯 도와주는 일이 계속 되면서 간극이 생기는 거다. 누가 대선후보가 되든 유권자가 믿고 찍을 수 있는 정책은 당에서 마련하려고 한다.

'경제민주화'만 해도 그렇다. 박 대통령이 주도한 이슈였는데, 20가지 안을 도출해서 그 중 13개가 법안으로 통과됐다. 7개 법안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데, 여야 이견으로 통과 못되고 있다. 우리가 당초 약속했던 '경제민주화'의 그림을 넘어서는 야당의 요구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런 것은 얼마든지 논의가 가능하다."

"은혜 잊어버리는 망은, 인격체로서의 끝장 보여주는 것"

- 야권에 맞설 여당의 대선주자가 안 보인다.
"김무성·유승민·반기문·오세훈·김문수·남경필 등 지금 거론되는 대선주자들 8,9명뿐만 아니라 전혀 새로운 외부주자들을 보강하겠다. 13,14명 정도 모아서 이르면 11월 정책토론회를 시작한 뒤 내년 4월부터 열흘 간격으로 1명씩 탈락시키는 슈퍼스타K 방식의 후보 오디션을 하는 거다. 8월 하순부터 9월 중순사이에 후보를 뽑을 것이다. 후보가 너무 빨리 정해지면 2002년 이회창·노무현처럼 상대방 공격이 집중되는 측면도 있으니."

- 박 대통령과 사이가 안 좋던 유승민 의원이 복당했다. 유 의원을 비롯한 당내 비주류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풀려는가?
"소위 비주류 또는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분류됐던 사람들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내가 접착제 역할을 하고 싶다."

- 박근혜캠프에서 함께 일하다가 지금은 대통령과 관계가 소원해진 사람들이 꽤 있다.
"(한참 고민하는 표정을 지은 뒤) 내가 마음을 쉽게 주지 못하는 성격인데, 그 과정은 어려워도 일단 선택한 뒤에는 변함없이 가는 사람이다. 추구하는 가치가 같으면 아무리 손해를 봐도 같이 가야한다. 의리를 지키는 것은 기본이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보은이다. 은혜를 잊어버리는 망은은 인격체로서의 끝장을 보여주는 것이다. 은혜는 평생 갚아가야 하는데, 망은을 저지르는 사람에게 배타적인 감정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 서청원 전 대표의 전대 출마설이 돌고 있다. 서 전 대표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려는가?
"당사자가 나오겠다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의 새누리당 형편을 생각하면, 이쪽·저쪽 계파의 수장으로 거론되는 분이 나와서야 되겠나? 출마할 때부터 당을 쪼개고 분열시키는 사람이 나오면 전대의 의미도 없어지는 거다. 그것은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하려는 자세가 아니다."

- 그래도 서 전 대표가 결국 당대표가 되면 당이 많이 시끄러워질까?
(대답하지 않고 그냥 웃음)

"당대표 되면 시골 마을회관에서 100번 이상 숙식"
새누리당 차기 당대표에 도전장 낸 이정현 의원은 별도의 캠프 사무실을 꾸리지 않고 배낭투어 방식의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 남소연
- 캠프 사무실 없이 배낭투어 방식의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사무실 안 내는 이유가 있다. 계파의 원산지가 캠프이고, 캠프 자체가 공천이든 당직이든 거래를 전제로 한 것이다. 나는 이번 전대에서 지역구 순천에서 하던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하겠다. 여론주도층만 보는 조직 선거하지 않고, 철저히 자전거와 버스 타고 다니며 바닥(당원)을 다지는 캠페인을 하겠다. 그런 연장선에서 당대표 되면 임기 중 100번 이상은 시골 마을회관에서 숙식을 하겠다. 국회 일은 원내대표에게 일임하고, 대선 준비를 비롯한 일상적 당무는 원외인사들에게 골고루 맡기겠다."

- 대선정국에서 당대표가 시골 마을회관에 있으면 일상적 당무가 가능할까?
"그런 게 옛날 생각이다. 지금처럼 지역 곳곳에 통신이 연결되는 1일 생활권 시대에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 출마 선언 직전에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의 보도개입 논란이 터졌다.
"이미 말씀드렸지만, 홍보수석 자리는 대통령 관련 사안이나 국정을 널리 알리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국가가 위기에 처하거나 국민안위에 심대한 위기에 처했을 때 언론에 적극 협조를 구하는 자리다. 어쨌든 저의 말투가 국민들에게 알려져서 심려를 끼쳐드린 부분은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
태그:#새누리당, #전당대회, #이정현, #서청원, #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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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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