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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9년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으로 죽은 할머니의 막내 사위 박성우(57)씨와 이 사건으로 누명을 쓴 최대열(36)씨가 11일 오전 진정서를 들고 대검찰청으로 향하고 있다. 진정서에는 지난 8일 전주지방법원의 이 사건 재심 결정에 대해 검찰이 항고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1999년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으로 죽은 할머니의 막내 사위 박성우(57)씨와 이 사건으로 누명을 쓴 최대열(36)씨가 11일 오전 진정서를 들고 대검찰청으로 향하고 있다. 진정서에는 지난 8일 전주지방법원의 이 사건 재심 결정에 대해 검찰이 항고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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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11일 오후 5시 58분]
검찰, 항고 포기.. 17년만에 재심 시작된다

검찰이 항고를 포기했다. 이로써 누명을 쓴 '삼례 3인조'의 억울함을 풀어줄 재심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1999년 사건이 발생하고 대법원이 이들의 유죄를 확정한 지 17년만이다.

전주지방검찰청은 11일 오후 전주지방법원의 지난 8일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의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해 즉시 항고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할머니의 유가족과 피해자는 "검찰의 항고 포기를 환영한다"라는 입장을 냈다.

이들은 "같은 마을의 미성년 지적장애인 3명이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해 저희 유가족이 죄책감을 느끼며 살았다"면서 "이제라도 무거운 짐을 벗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와 다행이다. 사건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저희 어머니가 하늘에서 누구보다 이번 재심을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살인범을 조작하고 오판한 책임자들에게 다시 한 번 사과와 책임 있는 반성을 촉구한다. 진실은 드러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재심 개시 결정을 이끌어낸 '삼례 3인조'의 변호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11일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통화에서 "검찰이 재심 개시 결정에 항고를 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유가족과 피해자가 재심 수용을 간절히 원하는 상황에서 검찰이 무슨 명분으로 항고하겠느냐"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진범이 자백했기 때문에, 재심에서 '삼례 3인조'의 무죄는 당연한 귀결일 것으로 보인다"면서 "왜 억울한 피해자가 만들어졌고, 수사기관은 왜 진범의 자백을 물리쳤는지 등을 확인해서 잘못된 수사와 재판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검찰의 항고 포기를 환영하는 유가족과 피해자의 입장 전문이다.

저희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의 유가족과 피해자는 검찰의 항고 포기를 환영합니다. 이로써 재심이 확정됐습니다. 17년만입니다.

그동안 저희 유가족과 피해자는 고통의 터널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습니다. 같은 마을의 미성년 지적장애인 세 명이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해 저희 유가족이 죄책감을 느끼며 살았습니다.

이제라도 무거운 짐을 벗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와 다행입니다. 사건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저희 어머니 유애순(당시 77세)이 하늘에서 누구보다 이번 재심을 기뻐하실 겁니다.

저희 유가족과 피해자는 재심 과정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진실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더불어, 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이제라도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진실을 말해준 진범 이OO에게도 고마운 마음 전하겠습니다. 억울한 누명을 쓴 '삼례 3인조'의 삶에 많은 행운이 있길 바랍니다.

살인범을 조작하고 오판한 책임자들에게 다시 한 번 사과와 책임있는 반성을 촉구합니다. 진실은 드러나는 법입니다.

[1신 : 11일 오후 3시 18분]
'삼례 슈퍼 살인' 유가족 "검찰은 항고 포기하라"

어린 딸을 안고 대검찰청으로 향한 그의 꿈은 소박했다. 지적장애가 있는 그는 느리지만 또박또박 말했다.

"두 딸이 커서 친구들과 놀다가 아빠의 전과 때문에 놀림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딸, 아내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이지만, 그에게 행복은 17년을 기다려온 일이다. 그마저도 언제 행복을 찾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최대열(36)씨의 이야기다. 그는 현재 법적으로 살인범이다. 최씨를 비롯한 '3인조 강도'는 1999년 2월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읍에 있는 나라슈퍼에 침입해 돈을 빼앗고 77살의 할머니를 죽였다. 대법원 판결문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최씨는 3년 6개월 동안 옥살이를 했다.

하지만 판결문이 다시 쓰일지도 모른다. 전주지방법원은 지난 8일 삼례 3인조 강도치사사건에 대한 재심을 결정했다. 법원은 "기존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는 새롭고 명백한 증거가 나타났다. 재심 결정이 늦어 안타깝다"라고 밝혔다. 그 증거는 다름 아닌 진범의 자백이다.

진범 중 한 사람인 이아무개씨는 지난 1월 고인의 묘소를 찾아 참회의 절을 했고, 유가족들은 그를 용서했다(관련기사 : 맞아죽을 각오로 유족 찾은 살해범, 돌아온 건 매서운 주먹 대신 용서).

진실이 곧 밝혀질까? 검찰은 이날까지 항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검찰이 항고하면, 광주고등법원이 다시 재심 여부를 다룬다. 이번 재심 결정은 재심 청구 1년 4개월 만에 나왔다. 검찰의 항고로 광주고등법원, 더 나아가서는 대법원에서 재심 여부를 다룰 경우, 재심이 언제 시작될지 기약하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최씨의 꿈은 아득히 멀어진다.

"검찰이 항고하면, 진실 규명까지 많은 세월이 걸린다"

지난 1999년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의 피해자이자 유가족인 최성자(51)씨가 눈물을 흘리면서 “지난 8일 전주지방법원의 이 사건 재심 결정에 대해 검찰이 항고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999년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의 피해자이자 유가족인 최성자(51)씨가 눈물을 흘리면서 “지난 8일 전주지방법원의 이 사건 재심 결정에 대해 검찰이 항고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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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를 비롯한 '삼례 3인조'는 11일 오전 서울 대검찰청 앞에 섰다. 검찰에 항고 포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 귀중한 사람들이 이들을 돕기 위해 왔다. 바로 피해자의 유가족이다.

고인의 막내 사위 박성우(57)씨는 이날 대검찰청에 항고 포기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냈다. 박씨는 진정서에서 "진실을 밝혀 '삼례 3인조' 청년들의 누명을 벗겨 달라. 현장에서 사망한 어머니도 원하는 일"이라면서 "검찰이 법원의 재심 결정에 항고하면, 진실 규명까지 또 많은 세월이 걸린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머니를 잃은 유가족과 피해자가 진범에게 '고맙다'라고 말해야 하는 이 답답한 현실에서 이제 벗어나고 싶다. 진실이 필요하다"면서 "검찰에게 재심 결정을 받아들이고 항고를 포기할 것을 요청한다. 고통의 터널에서 나올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했다.

고인과 함께 피해를 당한 조카 최성자(51)씨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지난 17년 세월을 잊고 싶다. 지칠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면서 "검찰이 저희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줬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최대열씨는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나왔다. 이 억울함이 깨끗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저희 같은 억울한 피해자가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했다.

이번 재심 결정을 이끌어낸 박준영 변호사는 "진범이 나타났고, 살인사건 피해자와 유가족이 재심을 받아들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항고를 한다면,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태그:#삼례 3인조 , #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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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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