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플라이 키스(Butterfly Kiss). 로맨틱한 이름의 콘서트가 지난 9~10일 양일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렸다. 바로 태연의 첫 단독콘서트다. 소녀시대 멤버들과 함께가 아닌데도 꽉찼던 이날 무대는 일본 44개 상영관에서 동시에 생중계됐다. 태연은 미니 1·2집 수록곡과 그녀가 부른 드라마 OST, 광고삽입곡, 소녀시대 노래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로 첫 단독콘서트를 꾸몄다.

팬이 아니어도 즐거운 공연

 태연 단독콘서트

태연의 콘서트는 깔끔했다. ⓒ SM엔터테인먼트


태연의 콘서트를 관람하고 첫 번째로 든 생각은 '깔끔하다'는 것이었다. 음악을 들려주는 데 충실했고 군더더기 없었다. 여담이지만, 어떤 콘서트들은 지나치게 팬미팅 같아서 팬이 아닌 사람은 관람하기 거북할 때가 있다. 토크시간이 지나치게 길고, 영상으로 민낯을 공개하며, 애교의 향연을 펼쳐지는 등 팬서비스에 충실한 콘서트가 그런 예다.

하지만 태연의 단독 콘서트는 공연 본연의 미덕을 지켰다. 태연을 보여주기 위해 애쓴 흔적보다 '노래하는 태연'을 보여주기 위해 집중한 공연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팬이 아닌 사람일지라도 즐겁게 그녀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가령 공연 중간, 다음 무대를 준비하는 사이 상영되는 영상들도 음악으로 채워졌다. 넬의 <기억을 걷는 시간> 커버하여 뮤직비디오를 찍은 영상은 태연의 색다른 음악적 면모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공연 완성도 역시 높았다. 올 라이브 밴드 연주를 통해 생생한 음악을 들려줬고, 댄서들의 춤에서도 예술의 향기(?)가 풍겼다. 공연초반 선보인 여성 댄서들의 폴댄스와 발라드 타임에서 남성 댄서가 솔로로 선보인 춤은 이색적인 퍼포먼스였다. 또한 '제주도 푸른밤'을 부를 땐 관객 모두 한 손에 에그쉐이크를 흔들며 반주를 도와 음악으로써 무대에 참여하는 시간을 가졌다.

태연, 노래를 잘한다


 태연 단독콘서트

태연은 노래를 잘 한다. ⓒ SM엔터테인먼트


태연의 콘서트를 보고 든 첫 번째 생각이 '깔끔하다'는 것이라면, 두 번째로 든 생각은 '노래 참 잘한다'는 거였다. 태연의 가창력이야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시간 30분의 공연동안 흐트러짐 없이 안정된 보컬은 새삼 놀라웠다. 음이탈 한 번 내지 않았다. 감미로우면서도 힘있는 목소리가 올림픽홀을 풍성하게 채웠다.

이날 태연은 총 20곡을 불렀다. 미니 2집 수록곡 '업 앤 다운(UP & Down)'을 첫 곡으로 시작하여 'Rain', '먼저 말해줘', '만약에', '아틀란티스 소녀', 'Why', 'I', 'Gee', 'UR'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곡을 불렀다. 게스트로는 딘이 등장해 듀엣곡 'starlight'을 함께 불렀고, 이어 특별무대로 딘이 자신의 곡 'D(half moon)'를 불러 분위기를 돋웠다.

이날 공연 도중에 태연은 좋은 소식을 듣기도 했다. 그는 "여러분, 속보네요"라며 "방금 제가 인기가요에서 1위를 했다고 해요"라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Why'도 그렇고 'Starlight'도 그렇고, 노래들이 자기가 할 역할을 잘 해주고 있어서 장하다"며 웃어보이다가도 잠시 후 "지금 울 타이밍이 아닌데 왜 울컥하는지 모르겠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젠 가족 같은 팬들에게

 태연 단독콘서트

태연의 인기는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 SM엔터테인먼트


분홍색 야광봉을 든 팬들은 태연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태연은 SM STATION의 싱글 수록곡인 '비밀'을 차분하게 부른 후,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은 곡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영상을 통해 편지 형식으로 팬들에게 "이제는 여러분이 팬이 아닌 가족처럼 여겨진다"며 "앞으로도 오래도록 저와 함께하며 추억을 만들자"고 말하며 따뜻한 속마음을 전했다.

태연은 이날 '또 다른 팬'에도 감사인사를 건넸다. 객석에 앉아 팬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한 소녀시대 멤버 윤아, 수영, 티파니를 발견하고 "바쁜 일정 가운데 시간 내 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에 멤버들은 자리에서 생목(?)으로 소리를 지르며 응원을 보냈고 몸짓으로 하트를 만들어보이기도 했다. 특히 티파니는 해외 일정 후 장시간 비행으로 피곤한 몸이었지만 밝은 모습으로 공연을 즐기며 동료애를 과시했다.

태연은 팬들을 위해 작업한 첫 번째 자작곡 '프레이(Pray)'를 이번 콘서트에서 최초로 공개했다. 그는 "제게도 정말 힘들었을 때가 있었는데, 이 길밖엔 내게 없다며 스스로 다독이며 썼던 곡이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힘들었지만 노래를 하니 노래로써 또 치유가 됐다"고 말하며 음악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공연이 끝나자 팬들은 "앙코르"대신 "김태연"을 외치며 그가 다시 무대에 오르길 기다렸다. 한참 후 태연은 무대가 아닌 곳에서 나타나 이동차를 타고 객석을 돌며 팬들과 가까이서 인사를 나눴다. 그의 공연명 '버터플라이 키스'처럼 올림픽홀 안을 사뿐사뿐 나비처럼 날아다녔다. 객석을 한 바퀴 돈 후 태연은 무대로 복귀해 태티서 활동곡 '트윙클'과 소녀시대 곡 '지(Gee)', 자신의 미니1집 주제곡 '유어(UR)'을 부르며 팬들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줬다. 그의 첫 단독콘서트는 '가수' 태연의 진가를 마음껏 펼친 시간이었다.


 태연 단독콘서트

태연은 가수다. 버터플라이 키스는 이 단순한 명제를 증명하는 시간이었다. ⓒ SM엔터테인먼트



태연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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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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