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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cm 크기에서부터 20cm 가까운 크기로 100여m 인근에서 발견된 것만 40여 마리.
 6~7cm 크기에서부터 20cm 가까운 크기로 100여m 인근에서 발견된 것만 40여 마리.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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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하류나 깊은 수심의 댐, 저수지 진흙 펄 속에서 살아가던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귀이빨대칭이'로 추정되는 어패류가 공주보에서 발견됐다.

최근 장맛비로 공주보 수문이 열리면서 상류 수상공연장의 일부 펄 층이 드러났다. 수위가 낮아지는 과정에 미처 피하지 못한 각종 어패류가 눈에 띄었다. 전문가에 자문을 얻은 결과 '귀이빨대칭이'로 추정되고 있다. 

100여m 구간에 40여 마리

‘귀이빨대칭이’로 추정되는 민물조개를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이 들어 보인다.
 ‘귀이빨대칭이’로 추정되는 민물조개를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이 들어 보인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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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9시 모니터링을 위해 찾아간 공주보 상류는 평균 수심에서 1.5cm가량 낮아져 있다. 바닥이 드러난 강변에서 각종 민물조개가 발견되었다. 그것들을 햇볕에 말라죽기 전에 물 속으로 넣어주자는 생각으로 강에 들어가자, 20~30cm가량 강바닥에 쌓인 펄 속으로 발이 푹푹 빠진다.

미세한 입자의 펄에서는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도 일부 발견되었다. 그리고 펄 바닥을 기어 다니는 거머리까지 무척추동물 천지다. 일부 죽어 있는 작은 물고기도 보였다. 가장자리 수초에는 대추만 한 이끼벌레도 보인다. 바닥 펄에서는 시궁창에서나 맡았던 강한 악취가 진동한다.  

작은 말조개부터 펄조개까지 하나하나 강물에 넣다 보니 손바닥 크기의 대형 조개가 드문드문 눈에 띈다. 6~7cm 크기에서부터 18cm 정도 크기의 조개 중 특이하게도 닭 볏처럼 튀어나온 종이 발견되었다. 100여m 인근에서 발견된 것만 40여 마리. 사진을 찍어 전문가에게 자문해봤다. 

일부에서는 '펄조개'라는 답변이 왔다. 그러나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사무처장과 강원대학교 생명과학과 외래교수이자 환경부 및 국립공원관리공단 전문위원인 박정호 박사는 '귀이빨대칭이'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펄과 모래가 뒤섞인 유속이 없는 4m 수심에서 서식"

공주보 상류 300m지점 수상공연장에 장화를 신고 들어간 바닥은 미세한 입자의 펄이 쌓여 있었다.
 공주보 상류 300m지점 수상공연장에 장화를 신고 들어간 바닥은 미세한 입자의 펄이 쌓여 있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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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박사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보내온 사진으로 봐서는 뾰족하게 올라오는 패턴 등 특성으로 보아 펄조개와 다른 귀이빨대칭으로 보인다"면서 "금강에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그곳에서 나온다고 듣기는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귀이빨대칭이의) 본 서식처는 낙동강으로 모래가 4%, 펄이 6% 정도 뒤섞인 유속이 없이 4m 이상의 수심에서 서식하지만 낮은 수심에서도 일부 작은 개체가 보이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낙동강 같은 경우에는 펄이 9% 정도 섞인 곳에서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일부 유속이 있는 곳에서도 발견되는데 큰 돌 틈에서 끼어서 살기도 한다"면서 "한곳에 오랫동안 서식하다 보면 펄과 모래의 비율이 달라도 적응해서 살아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연체동물들은 특성이 비슷하지만, 펄 속에서 먹이활동을 하므로 수질이 좋지 않은 곳이 이들이 서식하기 좋은 곳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심의 변화가 이들이 살아가는 중요환경이다, 오늘 작은 종들이 발견되었다면 깊은 수심 층에서는 얼굴 크기의 '대형'이 서식할 것이다"라며 "예전에 진주를 키우기 위해 종패(씨조개)를 저수지 등에 뿌렸는데 진주를 이쁘게 만들지 못했고, 이들이 남아 일부 저수지 등에 서식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금강권의 충북과 충남의 대형 저수지에 종종 관찰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박정호 박사는 끝으로 "한곳에서 많이 보이는 것은 밀집해서 서식하는 것이며, 최근 금강권에 비가 많이 내려서 떠내려 왔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펄층과 모래층의 환경변화가 갑자기 나타난다면 이들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발견된 곳에서 서식하는 종인지, 떠내려온 것인지는 정밀 조사를 해보면 알 수 있다"라고 평했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썩어가는 공주보 펄 속에서 멸종위기종인 귀이빨대칭이로 추정되는 종이 발견되었다"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법으로 정한 멸종위기종인 만큼 수문을 개방하고, 민관이 합동으로 추가정밀조사를 해볼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조사 후 표지판을 세워 알리겠다"

환경부 산하 금강유역환경청 자연환경과 담당자는 "귀이빨대칭이는 멸종위기종 1급으로 물이 빠지면 탑정호에서 일부 발견되고 있고, 시민들이 잡아서 먹는 경우가 있다"면서 "그래서 물이 빠져서 바닥이 드러나면 직원들이 현장에 나가서 잡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달 안으로 현장을 방문하여 그곳에서 서식하는 것인지, 아니면 장맛비로 쓸려 내려온 것인지 조사를 해보겠다"면서 "귀이빨대칭이 있다고 확인되면 포획하지 못하도록 표지판을 세워서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4대강 사업 이후 금강의 수심은 평균 4m에서 최대 7.5m 정도로 깊어졌다. 모래가 가득한 강바닥은 유속이 느려지면서 펄층이 쌓이고 있다. 앞서 발견된 것이 멸종위기종 1급인 '귀이빨대칭이'로 확인될 경우 보존과 수문개방을 놓고 또 다른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태그:#4대강 사업, #귀이빨대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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