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가 한국에 온지 반 년이 됐다. 넷플릭스는 드라마, 다큐멘터리 또는 전세계의 영화를 일정한 돈을 내면 월 정액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전세계적으로 8000만 명의 시청자를 가진 '미디어 공룡'이라 불리는 넷플릭스가 한국에서는 다소 주춤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사실상 넷플릭스의 한국 시장 공략은 이제부터다. 현재 넷플릭스는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 <옥자>의 촬영을 돕고 있다.

"우리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야심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 <옥자>가 그것이다. <설국열차>를 보고 봉준호 감독에 매료됐다. 한국 역사상 가장 큰 제작을 하고 있지 않나 싶다."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의 말이다.

이들은 <옥자>에 이어 곧 한국에서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를 내놓을 예정이다. 하나는 한국 드라마의 팬이 실제 자신이 좋아하는 드라마 속으로 들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월드>라는 작품이고, 박경림을 MC로 내세워 진행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다음이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미국 켈리포니아에서 촬영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제작된 콘텐츠는 전 세계 8000만 명의 넷플릭스 가입자들에게 제공된다. 8000만 명의 예비 시청자가 생기는 셈이다. 단일 동영상 기업이 한국 전체의 인구수보다 더 큰 시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조만간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속에서 한국인 배우들의 얼굴을 지금보다 더 쉽게 만나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넷플릭스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넷플릭스 미디어데이를 열어 한국 시장을 . 이날 미디어데이에는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와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 조나단 프리드랜드 최고 커뮤니케이션 책임자가 함께 했다. 미디어데이에서 나왔던 이들의 발언을 토대로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있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 4가지를 정리했다.

[하나] 직원들이 스스로 결정내리는 환경 조성

넷플릭스에서는 어떤 직원이라도 보고를 하는 환경이 아닌 결정을 내리는 환경을 만든다. 이날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가 문화, 혁신, 자유, 책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에도 허락을 받으려 하지 않고, 결정을 내리는 것을 장려한다고 한다. 그렇게 스스로 결정을 내리다 보면 무엇이 옳은지 본인이 알 수 있게 된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최고 콘텐츠 책임자는 지금으로부터 5년 전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의 간판 중 하나인 <하우스 오브 카드> 제작을 혼자 결정내렸다. 이 시리즈는 시즌5까지 제작이 되는 등 큰 성공을 거두었다. 

또한 이런 넷플릭스의 기업 문화는 넷플릭스의 지원을 받아 콘텐츠를 제작하는 감독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넷플릭스 임원들은 창작자들이 과거보다 훨씬 더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작업하고 있으며 이것이 결국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다고 강조했다. "이것(자유로움)은 넷플릭스의 기업 문화와도 맞아 떨어졌고,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둘] 아낌없는 투자

'한국 자체 제작 오리지널 시리즈와 현지 방송사가 만드는 한국 드라마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란 질문에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는 대부분의 방송사들이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다, 영화에만 출연하는 배우들을 모셔올 수 있고 최고의 품질을 제공해드릴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넷플릭스는 기존에 담당하던 콘텐츠 유통을 뛰어 넘어 적극적으로 제작의 영역으로도 뛰어들었다. 이는 한국 방송사들에게도 큰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

이날 미디어데이에 봉준호 감독은 영상 메시지를 보내와 신작 영화 <옥자>를 넷플릭스의 지원 속에서 촬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이어 "내년이면 완성될 영화 <옥자>는 특이한 동물과 소녀 사이의 우정을 다룬 영화"라며 "8000만 명 되는 넷플릭스 가입자들을 통해 전 세계 관객들과 만나게 돼 기쁘다"라고 전했다. 넷플릭스의 광활한 세계 시장이 봉준호 감독이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를 제작하게 된 동기임을 밝힌 대목이다.

넷플릭스는 더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또한 향후 상대적으로 규제 등으로 인해 까다로운 중국 시장으로의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중국 시장 역시 하나의 기회이기 때문에 언젠가 서비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넷플릭스의 공격적인 한국 시장에의 투자는 이제부터다.

[셋] 다양성!

실존 인물 마르코폴로의 일대기를 액션으로 소화시킨 <마르코 폴로>, 여자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 시리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Orange Is the New Black)>, 게이 경찰서장이 등장하는 <브루클린 나인 나인>과 같은 과거 방송사 프로그램을 통해 볼 수 없었던 여러 다양성을 존중하는 작품들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통해 볼 수 있다.

테드 사란도스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들이 최고 수준의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어 "피부색, 성별, 심지어 체형에서도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할리우드적인 캐스팅'이 아닌 현실적인 다양성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넷]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

방송사 드라마처럼 한 주에 한 회씩 혹은 두 회씩만 틀까 아니면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서비스할까. 넷플릭스의 선택은 후자였다. 콘텐츠를 즐기는 넷플릭스 이용자들이 다음 주에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기다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서였다. <하우스 오브 카드> 역시 처음에는 4회씩 묶어서 제공할까 고민하다가 한 시즌을 한 번에 내놓는 쪽을 택했다.

"책도 그렇게 읽지 않나. 3장까지 읽고서는 중간에 휴가를 가서 다시 남은 부분을 읽는다. 만약 일주일에 한 번씩 정해진 분량의 책을 읽어야 한다면 읽기 싫었을 거다.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누리는 '오리지널' 방식대로 돌아간 거다."

그렇다. 넷플릭스는 마치 책을 읽는 것처럼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시간에 내가 시청했던 부분을 다른 기기로 열어도 이어서 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시청자의 선호도에 따라 즐겁게 시청할 수 있는 다른 작품을 추천해준다.

 사진은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 넷플릭스 공동 창립자 및 CEO와 테드 사란도스(Ted Sarandos)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

사진은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 넷플릭스 공동 창립자 및 CEO와 테드 사란도스(Ted Sarandos)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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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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