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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밖학교 남한산성 청소년 평화들살이 행사를 관람중인 학부모와 가족들.
 성문밖학교 남한산성 청소년 평화들살이 행사를 관람중인 학부모와 가족들.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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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자 중심 학교가 있다. 바로 우리나라의 대안학교들이다. 현재의 공교육과는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또 다른 교육기관이다. 제도교육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 문제를 넘어서는 대안적 모습을 지향한다.

공교육에 대해선 보완자적 역할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척점에 서 있지도 않은 대안학교. 서서히 공교육이 안고 있는 모순과 문제점을 극복하려는 한 부분으로 대한민국 사회에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대안학교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24~25일 한 학교를 찾았다. 바로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면에 위치한 성문밖학교. 이곳에서는 6월을 맞아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이날 학교에서는 '남한산성 청소년 평화들살이'라는 이름의 평화 기원 행사를 열었다.

'들살이'란 들에 휴양이나 훈련 목적으로 천막을 치고 생활하는 것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이날 행사는 24일 저녁부터 25일 오전까지 총 이틀간 행사와 캠핑을 같이 하는 코스로 진행됐다. 학생, 학부모, 교직원들이 함께 하는 행사 모습에서 대안학교의 특성이 잘 드러났다.

대한민국의 위험한 상황, 위험에 불감증 가진 역설적인 현실

남한산성 청소년 평화들살이 행사를 주관한 성문밖학교 권재형교장선생님
 남한산성 청소년 평화들살이 행사를 주관한 성문밖학교 권재형교장선생님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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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엄청 위험한 세상이잖아요. 그런데 역설적으로 위험하다는 것에 불감증을 가지고 살아가는 세상이에요. 이러한 상황을 조금은 이해하고 넘어가는 힘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70여년 전 이날은 너무도 끔찍한 시간들이었잖아요. 70여년이 지난 오늘 이렇게 즐겁게 마음껏 어울리고 함께 행복한 시간입니다. 오늘처럼 다시는 전쟁을 되풀이 하지 않는 평화의 세대, 통일의 세대가 돼야 된다고 느꼈으면 합니다."

성문밖학교 권재형 교장이 이날 행사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남한산성 청소년 평화들살이'라는 행사에서 학생들이 평화에 대해 생각하고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해주기를 기대했다.

또한 권 교장은 성문밖학교를 통해 아이들이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통해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것"과 "자주성을 잃지 않고 자신의 삶을 주인답게 살아가는 좋은 시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전교생 24명에 선생님 16명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이 학교. 권 교장은 "대부분의 대안학교들은 아이들 행복을 위해 깊은 고민과 성찰, 무한책임을 가진 교사들이 많다"며 자신들은 "그러한 대안학교들 중 하나일 뿐"이라며 겸손함을 보였다.

성문밖학교 남한산성 청소년 평화들살이 행사 현수막
 성문밖학교 남한산성 청소년 평화들살이 행사 현수막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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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는 "70여 년 전 이날 총부리를 맞대고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기억"하며, "싸움으로는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초대문구처럼 함께 평화를 기억하기 위한 모습을 보였다. 참석한 이들 모두 여름과 함께 반딧불이를 만나고, 노래하고 춤추며 마음껏 평화를 상상해보는 시간을 공유했다.

대안학교, 다양한 체험을 통해 아이의 행복 찾아가는 곳
성문밖학교 남한산성 청소년 평화들살이 행사를 관람중인 학부모와 가족들.
 성문밖학교 남한산성 청소년 평화들살이 행사를 관람중인 학부모와 가족들.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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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학교보다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여행도 많이 다니고. 예를 들어 일반학교에서는 미술, 음악수업이 없어지는 곳이 있잖아요. 근데 여기서는 자기가 해보고 싶은 음악을 해요. 미술활동도 그냥 앉아서 그림만 그리는 것이 아니에요. 손으로 직접 만지고 만듭니다. 일반학교에서 할 수 없는 부분들을 여기서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현재 고2면서 중학교 때부터 이곳을 다녔다는 김영아 학생이 자기 경험을 들려줬다. "자유롭고 제가 선택을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서 좋았던 것 같아요"라며 "제가 선택하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한 "직업으로 정해진 건 없지만,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며 자신의 꿈을 밝혔다. 

행사시작과 동시에 학교 앞 운동장 곳곳에 텐트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학부모들은 식사와 함께 삼삼오오 모여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잠시 식사를 마친 가족들에게 대안학교인 성문밖학교에 다니게 된 이유와 변화된 모습을 들어봤다.

성문밖학교 남한산성 청소년 평화들살이 행사에 참여한 학부모들.
 성문밖학교 남한산성 청소년 평화들살이 행사에 참여한 학부모들.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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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많이 밝아졌어요. 많은 걸 체험할 수 있는 게 좋아요."

자신의 아이를 중1때부터 보냈는데 이제 중3이 되었다는 학부모. 그는 빙긋이 웃으며 많은 걸 체험하는 학교활동으로 아이들 표정부터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일단 여기는 시험, 공부스트레스가 없잖아요. 그거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이곳은 시험 자체가 없어요. 시험은 일종의 순위잖아요. 평가를 하고. 이런 제도는 성인이 되어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청소년기 때부터 순위경쟁은 할 필요가 없는 거 같아요.

일단 학교라는 게 배움터잖아요. 대학진학을 목적으로 한 배움터는 한계가 있잖아요. 그런 배움터가 아닌 자연, 환경, 통일, 공동체, 전통문화 등 그런 것들을 두루두루 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이리로 오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졸업 후 바로 왔다는 학부모. 이곳에 오기 전 자신들보다 아이들이 더 고민이 많았다며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아이들이 풍물을 배우고 싶어 했으나 풍물을 배울 수 있는 학교가 많지 않아 다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며, 더 밝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는 아들이 올해 중1로 들어왔어요. 서울에서 다른 대안학교를 다니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왔어요. 전에 다니는 학교는 공부를 많이 시켰어요. 반면, 이 학교는 몽골 등 외국도 다니고 지방견학도 다니더라구요. '꿈의 학교'에서 방송 댄스도 하고 독서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강조를 하고요. 아이들 스스로 마음껏 하는 것 같아요."

자신의 딸도 대안학교로 보냈고 막둥이 중1 아들도 보내고 있다는 한 학부모. "솔직히 공부가 조금 부족하지 않나"라며 걱정을 내비쳤지만 "다양하게 하니까 이해한다. 어차피 다 얻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키워야 한다 생각한다"며 "일반학교보다 예의범절은 더 나은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평화가 존재하는 대안학교 '성문 밖', 아이들 '사랑과 배려' 배우는 곳

행사준비로 분주한 학생들과 선생님들. 학부모들에게 거리감 없이 살갑게 인사를 하는 한 선생님. 너무도 밝은 표정의 선생님께 학교와 학생들의 모습에 대해 질문을 드렸다.

성문밖학교 남한산성 청소년 평화들살이 행사를 진행중인 데이지 조영숙 선생님
 성문밖학교 남한산성 청소년 평화들살이 행사를 진행중인 데이지 조영숙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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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은 배려하면서 커가는 것 같아요. 일반 학교에서는 묻혀서 외롭고 소외되고 그럴 수 있는데 저희는 인원이 적어서 그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자기들도 모르게 상대를 배려하는 부분이 커지는 것 같아요. 이곳에서 조그만 사회를 배우면서 나가면 정말 큰 힘이 될 거 같아요."

'데이지'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조영숙 영어 선생님은 말했다. 그녀는 "이곳에서 아이들이 사랑과 배려를 배운다"며 "아이들이 나의 소중함도 알지만 차별, 구별 없이 나와 남을 동일시하며 배려하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가길 희망했다.

또한, "내가 가지고 있는 어떤 장점이 최고다라는 자신감을 느꼈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자신도 많은 일을 해봤지만 아이들에게서 받는 행복이 너무도 크다"며 "이곳에 올 때 힐링을 받는다"고 일에 대한 행복감도 나타냈다.

성문밖학교 남한산성 청소년 평화들살이 행사를 진행중인 Mr.martin 선생님
 성문밖학교 남한산성 청소년 평화들살이 행사를 진행중인 Mr.martin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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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알아야 우리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항상 사람들이 영어를 배울 때 영어는 최선이고 한국말은 사소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영어와 한국말 자체가 동등하게 서로 교류하면서 가야 하는 겁니다."

데이지 선생님의 도움으로 마틴(Mr. MARTIN)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성문밖학교 분위기를 너무 사랑해요"라는 그. "한국말을 존중해서 한국말을 배우고 역사도 알고 서로 교류하는 것을 느끼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아예 한국말을 배우려고 노력을 안하는 외국인들을 보면 너무 슬프다"고 토로했다. "훌륭하게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도 많지만, 영어를 가르치면서 자기 영어문화가 높다, 최고다 이런 식으로 동등한 배려와 교류 없이 가르치는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문밖' 대안학교, 우리안의 평화와 공존 찾을 수 있을까?

성문밖학교 입구에 설치된 학교 이름 푯말
 성문밖학교 입구에 설치된 학교 이름 푯말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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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문을 연 이 학교는 현재 중1부터 고2 과정까지 운영하고 있다. 국어, 영어, 국사, 체육, 독서, 산책, 컴퓨터 및 각종 동아리 활동과 농사, 요리 등 공교육의 교과과정과 대안학교 특유의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바른 인성'과 '자기 결정력'을 중요시하는 성문밖학교.

기존 교육의 '과도한 입시, 무한경쟁, 획일화, 비인간화 등' 갖가지 병폐에 주목해 그 해답을 찾아가기 위해 시작된 대안학교. 그 현실 문제에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하나의 실천적 행동을 보여주는 경기 광주의 성문밖학교.

성문밖학교 평화들살이 행사에 전시된 학생들 글.
 성문밖학교 평화들살이 행사에 전시된 학생들 글.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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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과 감성 중심 교육, 생태와 체험 교육, 민주적 운영과 각자 개성을 중요시하고 학생 스스로 책임감을 강조하는 모습에서 평화에 대한 작은 기대를 갖게 됐다. 작은 규모로 체험을 강조하며 어느 누구하나 소외받지 않도록 배려하는 교육방식. 그것을 실천중인 성문밖학교의 모습에서 위태로운 현실을 헤쳐 나갈 평화의 길을 찾아나갈 수 있을까?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학생들과 선생님, 학부형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들의 개성을 보여준 학교. 그들이 키워나가는 꿈 속에서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대안학교의 미래를 확인할 수 있을까?

공교육에 대한 고민으로 출발한 대안학교. 해결점을 찾기 위해 꿈꾸고 있는 성문밖학교. 그 꿈을 꾸는 이들을 두고 돌아오는 길에 들어섰다. '사랑과 배려'를 담은 교육의 꿈을 기다리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기미디어리포트> <광주시민저널>에도 송고됩니다



태그:#대안학교, #성문밖학교, #경기광주, #남한산성, #평화들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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