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17년 최저임금이 곧 결정된다. 최저임금 결정 법정시한은 6월 28일이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책정, 산입범위 확대, 시급·월급 병기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어 회의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주 4차 회의에서는 사용자위원의 계속되는 요구에 회의가 중단되기까지 했다.

사용자위원의 업종별 차등책정과 산입범위 확대 요구는 최저임금제도의 취지를 훼손하며 사실상 최저임금을 깎겠다는 의사다. 더불어 최저임금의 시급·월급 병기를 거부하는 것은 월 단위로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의 무시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이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 다수의 급여가 되고 있는 현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의견을 반영해서 2017년도 최저임금을 책정해야 한다.

나는 이러한 사용자위원들의 요구와 회의결과에 굉장히 답답한 마음이 들었고 왜 최저임금 결정에 나와 같은 사람들의 삶, 청년들의 삶이 반영되지 않는지 의아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와 같은 청년들은 하루하루를 살아가기에도 바쁘고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할 시간조차 없다. 그래서 나는 직접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에 우리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면담 요청서를 보냈다.

[내가 보낸 면담요청서 전문]

회장님!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 경총 면담요청 일인시위 회장님!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 정은주

관련사진보기


경총 회장님! 안녕하세요?

지난번 편지를 전해드린 이후에도, 4차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서 계속되는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산입범위 확대 요구, 그리고 시급·월급 병기 문제에 직접 청년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면담요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청년들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1)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사용자측에서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적용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저희들도 노동 강도에 따라서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임금을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말이 맞는 말이라서 헷갈렸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데에서 하는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은 최저임금의 본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입니다. 최저임금은 애초에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최저수준의 임금을 이야기합니다.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주는 것이 불법인 이유도 그 최저 수준 즉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주지 않고 노동을 시켰기 때문인 것이죠.

현재 우리사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요구는 지금의 최저임금으로는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일이 아무리 쉽고 편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어도 한 시간 동안 그 일을 했다면 6030원보다 더 받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하루에 8시간을 한 달 동안 일했을 때 현재 받는 돈인 126만 270원으로는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없다는 거죠. 편의점이나 pc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하루에 12시간도 넘게 일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책정 한다는 것은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최저임금이라는 것은 업종과 무관하게 일을 했다면 받아야 하는 최저치입니다. 당연히 더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은 최저임금보다 더 받아야 하는 것이지, 최저임금을 업종, 지역, 연령에 따라 다르게 하자는 것은 결국은 쉬운 일을 한 사람들, 지방에 사는 사람들, 청소년이나 노인들은 인간다운 삶의 수준을 보장해 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2) 산입범위 확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사실상 최저임금을 인하하자고 하는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는 지금의 최저임금으로만은 제대로 살아갈 수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식대 등을 모두 포함해서 최저임금으로만 따진 126만 원만 월급으로 주겠다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 사실상 최저임금이 낮아지는 것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또 사용자측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영세자영업이나 중소기업의 재정을 근거로 이야기하고 있는 줄로 압니다. 하지만 영세자영업이나 중소기업의 재정 문제는 최저임금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SSM이나 단가후려치기 등 이런 구조적인 데에 원인이 있는 것입니다.

3) 시급·월급 병기
현재 사용자측은 현재까지 해왔던 관행대로 시급만을 표기하자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업장마다 일하는 시간이 달라 시급과 월급을 병기하면 혼란을 초래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병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회장님! 시급·월급 병기를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노동자들을 더 헷갈리고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함일 뿐입니다. 우리는 보통 임금에 관련한 계산은 월단위로 합니다. 교통비, 통신비, 주거비, 수도세, 전기세, 기타 등등의 많은 것들도 월별로 계산되어 빠져나갑니다. 사업장에서도 임금 지불 단위를 월급으로 하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주휴수당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노동자, 그리고 시급으로 따지면 최저임금보다도 적게 받는 노동자들을 위해 우리는 시급과 월급을 함께 병기해야 합니다.

실제로 6000원이라고 적어놓으면 사람들은 "최저임금도 안 주잖아!"라고 이야기하지만, 월 125만원이라고 적어놓으면 실질적으로 6000원보다 낮은 시급을 받고 있음에도 최저임금과 잘 연관 짓지 못합니다. 또 시급 6500원이라고 적어놓은 경우에는 한 달 동안 8시간 주 5일을 일해서 22일간의 임금으로 114만4천원을 받게 되면 맞게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주휴수당이 포함된 월급과 시급을 함께 병기해야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제대로 된 임금을 받아 갈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지금의 최저임금으로는 삶을 살기가 어렵습니다. 이미 굉장히 많은 청년들은 그 어떠한 일도 가리지 않고 하고 있음에도 미래가 불투명한 암울한 현실에 처해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마저 지금처럼 진행된다면 청년들은 더 불행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경총회장님께서 청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그 이야기를 최저임금위원회에 반영해주시길 바랍니다. 면담을 요청합니다.

의례적으로 면담요청서를 보내고 마는 것이 아니라, 정말 만나뵙고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기를 기다린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책상과 의자도 준비했고 경총 앞에서 기다렸다. 아직 경총에서는 특별한 대답은 없다. 하지만 꼭 만나길 기대한다. 청년들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들으면 달라지지 않을까?

2017년도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이 오는 23일 제시된다고 한다. 노동자위원, 사용자위원, 그리고 공익위원들은 청년들의 이러한 현실에 주목하고 의견을 반영하여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태그:#최저임금, #청년, #경총, #직접행동, #대학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