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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는 인간이나 동식물 따위의 생존이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자연적 조건이나 상태, 두 번째는 사람이 생활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가정적, 주변적 조건이나 상태를 일컫는다고 한다.

아주 오래전 인간이 살아가기 시작한 척박한 그 옛날에는 자연환경의 절대적인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힘들었을 것이며, '생존' 그 자체가 전부였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조금씩 자연을 지배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도대체 못 할 것이 없을 것 같은, 지구상에 대단한 존재가 되어 무소불위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산을 깎는 일이며, 바다를 메우는 일 따위는 아주 간단히 해치울 수 있는 일이 된 것이다.

먹을 것은 넘쳐나고, 더 자극적인 먹거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형언할 수 없는 색깔의 첨가물들이 탄생되기도 했다. '99.9%에 가깝다'는 광고 문구는 아무런 놀라움도 감동도 없이 남발되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자. 하얀 물감에 한 방울의 검은 물감을 섞는다면 과연 그것을 하연색이라고 할 수 있을까? 순수 물에 식초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그 물은 순수한 물일까? 식초물일까?

'편의와 발전'이라는 이름하에 사람들을 많이도 속여 왔고, 또한 그 속임에 기대어 왔었다. 그 결과 우리는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 권리를 스스로 결정짓기 힘든 사회에 사는 결과를 낳게 되었고,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구분해 내는 게 아주 중요한 일이 되었다.

미세먼지로 뒤덮인 도시
 미세먼지로 뒤덮인 도시
ⓒ flick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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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세먼지로 인한 국민들의 건강상 피해와 우려가 확산되니, 미세먼지 99.9% 잡는 공기청정기가 출시되어 광고를 하고 있다. 쾌적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살고 싶은 인간의 권리는 점점 요원해지기만 한다.

어지간해서는 주변의 유혹(?)에 잘 넘어가지 않는 나도 얼마 전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를 대량 구입한다는 이웃의 말에 그럼 나도 같이 사겠노라 말하고는 마스크 수십 장을 받아왔다.

지난해 전국을 강타한 '메르스 사태'때도 처음엔 동요가 되지 않았지만 점점 시간이 갈수록 동요와 불안이 커졌던 기억이 난다. 이제 "환경" 관련한 이슈와 영향이 우리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 맑은 공기와 좋은 물을 마시는 것이 개인의 노력이나 선택으로서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이 여러 사회현상 속에서 확인이 되고 있다.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안전하고 쾌적한 삶은 어디에서 보장이 될까? 그건 바로 공동체성이 아닐까. 내 손을 떠난 제품이, 이 지역을 벗어나는 공기가, 아래로 흘러가는 강물이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며, 그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공동체적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으면 현대의 환경문제의 해답을 찾기는 힘들다.

일상에서 개인이 발생시키는 환경오염에 대한 자각 없이 친환경유기농 채소만을 고집하는 현대적 삶의 모순을 벗어던져야 한다. 불특정 다수가 양산하는 유해환경에 대한 책임 없이 농부에게만 친환경 농산물 생산을 요구하고 친환경 인증을 강요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까.

아이를 공동육아로 키웠다.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만들어 줄 수 없는 여건과 환경을 공동체로 풀어보고자 했기 때문이다. 형, 누나, 동생, 또래가 있고 놀이가 있는 동네. 그렇게 뒤섞여 마을에서 갈등하고 협동하면서 아이는 자랐다.

그건 나 혼자서는 도저히 조성할 수 없는 사회적 환경여건이었다.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건 뜻을 함께 하고 일구어낸 앞선 이들 공동체 힘이란 생각이 든다. 그것은 법이나 제도보다도 때론 강력하고 실천적이다.

이슈나 문제가 생길 때마다 환경 관련한 수많은 법과 제도가 만들어 지거나 정비되곤 한다. 000방지법, 000조례, 000특별법 등 이름도 다양한 규제가 생기지만 정작 지금 우리는 쾌적한 환경에서 안전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되어 지는가. 여전히 불안을 뒤로한 채 위태위태하게 살아가고 있는가.

학교에 손 소독제를 지급하고, 유해물질 센서기를 설치하는 정책을 펼치기보다 텃밭을 함께 가꾸고 인조잔디를 거둬내고, 동네 뒷산을 살려두고, 그 산을 함께 거닐 때 '좋은 환경'은 우리 모두의 것으로 돌아올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공정옥 시민기자는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으며, 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의 인권필진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별별인권이야기'는 일상생활 속 인권이야기로 소통하고 연대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태그:#인권,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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