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가만히 있으면 회사는 절대로 해주지 않는다."
"조금만 용기를 내서 함께 하면 좋을 것 같다."
"법에 호소하기에 앞서 비정규직들이 뭉쳐야 한다."

한국지엠자동차(GM, 옛 지엠대우)와 싸워 정규직 판결을 받아낸 비정규직들이 밝힌 소감이다. 최근 한국지엠 창원공장 사내하청 비정규직 5명이 대법원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

원청인 한국지엠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내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승소 판결을 받아낸 금속노조 경남지부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소속 최연갑, 강정훈, 김상근 조합원이 15일 오후 창원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함께 서 있다.
 원청인 한국지엠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내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승소 판결을 받아낸 금속노조 경남지부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소속 최연갑, 강정훈, 김상근 조합원이 15일 오후 창원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함께 서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그 주인공은 강정훈, 김상근, 조용광, 최연갑 등 5명이다. 이들이 원청업체인 한국지엠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낸 때는 2013년 6월이었다. 이들은 1심(2014년 12월 14일)과 항소심(2016년 1월 21일)에 이어, 지난 10일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가 한국지엠 사측의 상고에 대해 '심리불속행'으로 기각 판결했던 것이다. 강씨 등이 소송을 낸 지 3년만에 나온 확정 판결이다.

그런데 한국지엠 창원공장의 파견법(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은 2005년부터 제기되었다. 그때부터 따지면 대법원 승소까지 10년이 더 걸린 것이다.

대법원은 이미 지난 2013년 2월, 한국지엠 대표이사와 창원공장 6개 하청업체 사장들에 대해 파견법 위반(형사)으로 벌금 700~200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파견법 위반 선고를 받고도 사내하청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았다. 이에 한국지엠 창원공장 사내하청 비정규직 5명이 원청업체를 상대로 다시 '정규직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한 (민사)소송을 제기했던 것.

강정훈씨 등이 낸 민사소송 1심에서 승소하자 한국지엠 창원, 부평, 군산공장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78명이 2차로 같은 소송을 인천지방법원에 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창원공장 등에서 추가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어려움도 많았다 ... 권리 위해 나서야"

한국지엠 창원공장.
 한국지엠 창원공장.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첫 소송을 냈던 5명은 각각 1996년 2월, 2003년 2월, 1995년 11월, 2001년 12월, 2003년 2월부터 한국지엠 창원공장 사내하청업체에서 일해 왔다. 이들은 모두 '2년 이상 고용'(고용의제)을 경과한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법원 소송 끝에 한국지엠 정규직이 된 5명한테 소감을 들었다. 이들은 모두 "기쁘다"고 하면서도 그동안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소송을 낸 뒤, 회사측의 탄압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한 노동자는 "회사에서 탄압이 많았고, 힘들어서 도중에 접을까도 생각했다"며 "그런데 여러 동지들이 도와주어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서는 소송 취하를 직접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압박을 가해 왔다"며 "특근이나 잔업에서 빠지기도 했고, 회사측 사람들은 소송으로 인해 회사도 어려워진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노동자는 "대법원에 올라간 지 생각보다 빨리 판결이 나와 다행이다. 판결이 나오고 나서 가족은 물론 주변에서 축하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소송을 낸 것과 관련해 회사에서 저한테 특별한 압박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당연히 이길 것이라 생각했다. 현대자동차 등 다른 업체의 사례와 관련한 자료를 취합해 대응하기도 했다", "소송을 내고 나니 관리자들이 눈치를 주는 것 같았다", "회사측 사람들은 소송을 냈을 때 큰 회사를 상대로 해서 이길 수 있겠느냐는 말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내하청 비정규직에 하고 싶은 말도 많았다. 한 노동자는 "자기 소신이 있어야 하고, 회사는 절대로 가만히 있으면 해주지 않는다. 자기가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무조건 강하게 밀고 나가지 않으면 회사는 쉽게 해주지 않는다. 모두 노조에 가입해서 뭉쳐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노동자는 "다른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조금만 용기를 내서 함께 하면 좋을 것"이라며, "결국 법에 호소했지만 비정규직들이 노조로 뭉쳐서 힘을 합쳐 해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다가 노동자들은 "당사자들이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도 창원공장에는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노동자가 수백명 되는 것으로 안다. 권리는 자신들이 나서야 하는 것이지 누가 챙겨주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규직인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창원지회는 <투쟁속보>를 통해 "10년이란 세월이 말해주는 투혼에 경의를 표한다"며 "추가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되고, 두려움을 떨치고 비정규직지회로 가입하는 것이 희망임을 대법원 판결이 말해주었다"고 밝혔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한국지엠 창원공장은 판결문을 받은 뒤 5명에 대한 정규직 배치 등의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태그:#함국지엠, #불법파견, #금속노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