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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굴비. 400년 전통의 법성포 단오제를 지탱해 온 물적 토대였다. 지금도 영광의 특산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영광 굴비. 400년 전통의 법성포 단오제를 지탱해 온 물적 토대였다. 지금도 영광의 특산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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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단오는 우리나라 4대 명절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영광 법성포 단오제는 강릉 단오제와 함께 그 명맥을 지금까지 유지해 오고 있다. 법성포 단오제의 역사도 깊다. 조선 중기부터 단오제를 지냈다고 전해진다. 400여 년을 이어온 전통이다. 중요 무형문화재 제123호로 지정돼 있다.

당시 법성포에는 호남 제일의 조창이 있었다. 호남지방에서 세금으로 거둬들인 곡식을 보관하던 창고였다. 조창을 지키는 군사가 주둔하고, 조운선에 세곡을 운반할 인부도 많이 머물렀다. 많은 사람들이 법성포에 거주하면서 자연스레 단오가 큰 명절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큰 행사를 치르려면 많은 돈도 필요했을 터. 봄이면 이곳에서 전국에서 가장 큰 조기 파시(시장)가 열려서 재정을 충당할 수 있었다. 방풍림으로 조성된 느티나무 숲, 숲쟁이도 넓은 그늘을 형성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

굴비의 본고장으로 이름 난 영광 법성포구 전경. 숲쟁이공원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다.
 굴비의 본고장으로 이름 난 영광 법성포구 전경. 숲쟁이공원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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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성포 단오제를 알리는 난장기. 옛 보부상들의 봇짐을 형상화하고 있다.
 법성포 단오제를 알리는 난장기. 옛 보부상들의 봇짐을 형상화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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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깊은 법성포 단오제지만, 부침도 있었다. 300여 년 동안 이어오던 단오제가 1907년에 중단됐다. 일본의 강압으로 군대가 해산당하고, 각처에서 의병이 일어나던 때였다. 조창이 있었던 법성포에서도 의병과 일본군의 전투가 자주 일어났다. 단오제도 중단됐다.

일제 치하에서 해방될 때까지 40년 동안 끊겼던 법성포 단오제는 8·15 광복 직후 부활됐다. 1974년 그네뛰기 행사 중 발생한 인명사고로 또 10여 년 간 중단됐다가 1986년에 다시 시작됐다. 작년과 재작년은 세월호 침몰 사고와 메르스 사태로 단오제를 열지 못했다.

영광 숲쟁이공원. 오래 전부터 법성포단오제를 해온 '산증인' 같은 숲이다.
 영광 숲쟁이공원. 오래 전부터 법성포단오제를 해온 '산증인' 같은 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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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성포 단오제 행사장 입구. 법성포 뉴타운 지구에 행사장을 마련하고 특설무대를 세웠다.
 법성포 단오제 행사장 입구. 법성포 뉴타운 지구에 행사장을 마련하고 특설무대를 세웠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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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열린 올해 법성포 단오제는 포구를 떠도는 억울한 원혼들을 달래고, 마을의 평안과 주민의 건강, 그리고 풍어를 비는 인의제로 9일 시작됐다.

11일 오전 단오제의 대표행사인 전국 그네뛰기 대회가 열렸다. 단오장사 씨름대회, 전국 국악 경연대회도 열렸다. 오후에는 수륙제가 열리고, 무형문화재 제17호로 지정돼 있는 우도농악 공연이 이어졌다.

12일엔 국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법성포 단오제의 공개행사로 용왕제와 선유놀이가 펼쳐쳤다. 용왕제는 용왕에게 풍어를 빌고, 거친 바다가 생활의 터전인 어부들이 사고 없이 안전하게 조업할 수 있도록 기원하는 제례이다.

선유놀이는 선상에서 풍악을 울리며 즐기는 뱃놀이다. 예부터 바깥나들이가 제한적이었던 여염집 부녀자들이 단옷날 배를 빌려서 소리꾼과 악사들을 태우고 법성포 앞바다를 오르내리며 여흥을 즐겼다는 데서 비롯됐다.

숲쟁이공원에 들어선 민속그네. 법성포 단오제 때마다 전국 그네뛰기 경연이 펼쳐졌던 그네다.
 숲쟁이공원에 들어선 민속그네. 법성포 단오제 때마다 전국 그네뛰기 경연이 펼쳐졌던 그네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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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뱃놀이를 연상케 하는 선유놀이 풍경. 올해는 12일 일요일에 펼쳐진다.
 옛 뱃놀이를 연상케 하는 선유놀이 풍경. 올해는 12일 일요일에 펼쳐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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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놀이가 끝나면, 관광객들이 이 배를 타보는 승선체험도 할 수 있다. 배를 타고 바다에서 법성포구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체험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단옷날 행해졌던 창포물에 머리 감기를 해볼 수 있었다. 꼬챙이 생선구이, 굴비 엮기, 굴비한상 밥 짓기, 소망배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 투호놀이, 널뛰기 같은 전래 민속놀이 체험도 덤이다. 법성포 단오제는 법성포구 뉴타운에 설치된 특설무대에서 펼쳐진다.

창포 물에 머리 감기 체험. 단오제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사진은 오래 전 법성포 단오제 때 찍은 것이다.
 창포 물에 머리 감기 체험. 단오제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사진은 오래 전 법성포 단오제 때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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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리 고목. 법성포 숲쟁이공원에서 만난 여러 나무 가운데 한 그루다.
 아름다리 고목. 법성포 숲쟁이공원에서 만난 여러 나무 가운데 한 그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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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성포구에서 가까운 숲쟁이공원도 예쁘다. 수백 년 된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팽나무가 군락을 이뤄 운치를 더해준다. 큰 나무 숲이 만들어낸 숲쟁이에서 한낮의 햇살을 잠시 피하며 숲의 기운을 느껴보는 것도 멋스럽다.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로 알려진 좌우두마을도 숲쟁이공원에서 연결된다. 서기 384년 인도승려 마라난타존자가 백제에 불교를 전하면서 처음 발을 디딘 포구다. 법성포란 지명도 여기서 유래됐다. 불법을 가리키는 법(法), 성인 마라난타를 가리키는 성인 성(聖)자를 쓴다.

여기엔 국내에 하나 뿐인 4면 불상이 있다. 마라난타상과 전시관, 간다라유물관, 탑원도 있다. 마라난타가 전한 불교와 불교예술을 기반으로 한 공원이다. 인도의 향이 짙게 묻어나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지척의 백수해안도로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다. 홍농과 백수를 이어주는 영광대교를 건너면 바로 백수해안도로와 연결된다. 백수읍 백암리에서 원불교성지가 있는 길용리까지 19㎞에 이르는 길이다. 진분홍 빛깔의 해당화도 도로를 따라 많이 피어있어 더 아름답다.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 전경. 법성포구에서 가까운 좌우두마을에 있다.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 전경. 법성포구에서 가까운 좌우두마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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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법성포단오제, #단오제, #영광굴비, #숲쟁이공원, #백제불교도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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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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