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프로야구를 지배했던 삼성 라이온즈. 하지만 올 시즌의 순위는 낯설다. 26승 30패 0.464의 승률로 현재 6위에 그치고 있다. 지난 해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던 두산에는 13.5경기 차로 크게 뒤져있다.

'여름 삼성'이란 별칭이 말해주듯 본격적인 무더위가 오면 치고 올라갈 가능성은 남아있다. 하지만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과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룩한 삼성 제국의 위용을 현재의 모습에서 찾아보기란 어렵다.

삼성의 부진은 주축 선수들의 부상 이탈에만 기인한 것이 아니다. 지난 겨울 스토브리그에서 투타의 주축 선수들이 여러 사정으로 팀을 떠나며 올 시즌 추락은 예고됐다.

주장이던 박석민이 FA 자격을 얻자 4년 96억 원에 NC로 이적했다. 그는 지난해 0.321의 타율 26홈런 116타점을 기록했다. OPS(출루율 + 장타율)는 0.992,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은 7.05에 달했다. 박석민의 WAR은 리그 타자 중 3위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였다. 삼성이 프랜차이즈 대형 스타를 놓쳤다는 점에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줄줄이 떠난 스타들

 이제는 삼성을 떠난 선수들의 2015시즌 WAR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이제는 삼성을 떠난 선수들의 2015시즌 WAR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2년 연속 팀 타선을 이끌었던 나바로도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로 떠났다. 그는 2015시즌 0.287의 타율 48홈런 137타점으로 폭발력을 과시했다. WAR은 6.93으로 리그 5위였다. 삼성이 내세운 재계약 무산 이유는 나바로의 성실성 부족이었다. 하지만 겉으로 내세운 명분과는달리 계약 규모와 조건 상의 이견 때문일 것이라는 평도 적지 않았다.

지난 시즌 세이브 1위로  5승 2패 33세이브 2.8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마무리 임창용도 떠났다.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벌금형을 받자 삼성은 그를 방출했다. 임창용을 비롯한 몇몇 선수의 해외 원정 도박 논란은 삼성의 5년 연속 통합 우승을 물거품으로 만든 최대 이유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016년시즌 삼성 외국인 선수들의 WAR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2016년시즌 삼성 외국인 선수들의 WAR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역대급 전력 이탈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특별한 전력 보강에 나서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를 전원 물갈이했지만 그들의 기량은 미흡했다. 12경기에서 4승 4패 5.70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 중인 웹스터는 지난 6일 종아리 부상으로 1군에서 제외되었다. 복귀까지는 한 달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웹스터의 WAR은 현재 0.7이다.

벨레스터는 3경기에서 3패 8.0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뒤 팔꿈치 부상으로 퇴출되었다. 벨리스터의 WAR은 -0.1로 기록되었다. 벨레스터의 대체 선수 레온은 지난달 26일 대구 KIA 타이거즈전에 첫선을 보였지만 5이닝 12피안타 8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된 뒤 어깨 근육 이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었다. 레온의 WAR은 -0.04이다. 삼성이 영입한 외국인 투수들은 지난해 24승을 합작한 피가로(WAR 3.12)와 클로이드(WAR 2.55) 콤비에 못 미치고 있다.

 영입 당시에도 우려를 안겨주던 발디리스

영입 당시에도 우려를 안겨주던 발디리스 ⓒ 삼성 라이온즈


새로 영입된 발디리스(상세기록보 기)는 우타 내야수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나바로와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 발디리스는 23경기에서 0.217의 타율 1홈런 13타점의 저조한 기록을 남긴 채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지난달 5일 1군에서 제외된 뒤 아직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발디리스의 WAR은 -0.25이다.

삼성은 현재(6월 8일 기준) 1군 엔트리에 외국인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는 유일한 팀이다. 선수의 부상은 불가피한 돌발 상황이지만 애당초 투자를 외면한 결과로 보는 시선도 많다. 삼성 라이온즈의 운영 주체가 제일기획으로 바뀌면서 투자 감소는 예상된 것이기도 했다.

 올시즌 이후 FA 자격을 얻는 최형우

올시즌 이후 FA 자격을 얻는 최형우 ⓒ 삼성 라이온즈


현재 삼성의 미래는 자욱한 안개 속에 있다. 투타의 핵이라 할 수 있는 차우찬과 최형우(상세기록 보기)가 올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취득한다. 좌완 파이어볼러와 좌타 거포라는 희소가치를 지닌 두 선수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전망이다. 해외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만일 이들이 박석민의 전철을 밟는다면 올해보다 내년이 더 우울하고 힘겨운 시즌이 될 공산이 크다. 투자 효율성을 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현재의 삼성 구단이 차우찬과 최형우를 잔류시킬 수 있을지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6 시즌 현재 6위 삼성라이온즈 팀 기록 보기

[기록 참고: 프로야구 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 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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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 이용선 프로야구 필진 / 편집 및 자료 제공 :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

이 기사는 프로야구 통계미디어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야구기록 KBREPORT 삼성 제일기획 최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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