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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1일 남동구 운연 차량기지에서 서구 오류동 주박기지로 가던 중 추돌사고가 난 차량이 정비를 위해 운연역 차량기지에 입고됐다. 차량 앞부분이 찌그러져 있다.
▲ 인천2호선 지난 5월 21일 남동구 운연 차량기지에서 서구 오류동 주박기지로 가던 중 추돌사고가 난 차량이 정비를 위해 운연역 차량기지에 입고됐다. 차량 앞부분이 찌그러져 있다.
ⓒ 사진제공 인천2호선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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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30일 개통 예정인 인천도시철도2호선에서 지난 5월 21일 오전 추돌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인천교통공사노동조합쪽 제보로 언론에 보도되자, 이 사고를 쉬쉬하던 인천시는 30일 오후 공식 발표했다.

열차 간 추돌사고는 차량 제작사인 현대로템이 열차를 차량기지인 운연역(서창)에서 서구 오류동 주박기지로 보내던 중인 21일 오전 9시 30분 인천대공원역 교량 진입부에서 발생했다.

2호선 공식 개통을 앞두고 전 구간 무인운전을 할 목적으로 운연 차량기지에 있는 일부 열차를 4량 2편성으로 묶어 수동운전(FM모드)으로 오류동 주박기지로 보내는 상황이었다.

현대로템은 시간이 촉박한 데다 수동으로 운전할 기관사가 부족해 열차를 4량 2편성으로 연결한 상태로 출발시켰다. 그런데 첫 번째 열차가 출발한 지 얼마 안 돼 멈췄고, 두 번째로 출발한 열차도 멈췄다. 그리고 세 번째 출발한 열차가 두 번째 열차를 들이받은 것이다.

시는 "일주시험을 위해 일부 열차를 주박기지로 이동 중 정차 중이던 선행 열차를 발견하지 못하고 후발 열차가 추돌했다. 인명피해는 없고, 열차 4개 편성의 전두부(=열차 앞머리) 연결기와 관련 부품이 손상됐다"고 밝혔다.

이어서 "차량을 주박기지로 이동 배치하는 과정에서 시공사 소속 기관사가 전방 주시를 소홀히 하고,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아 정차 중인 선행 열차를 추돌했다"며 "신호시스템이 작동된 상태에서 무인운전 시험 중 발생한 사고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신호시스템에 의한 무인운전 시에는 열차방호시스템(ATP)이 작동하기에 이 같은 추돌사고가 발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시는 "사고 차량 4개 편성 중 3개 편성의 정비와 복구를 오늘(=30일)까지 완료하고 나머지 1개 편성은 6월 중으로 복구할 예정"이라며 "33개 편성으로 계획된 영업 시운전과 개통 일정에는 문제없다"고 밝혔다. 2호선은 총37개 편성(운행편성 33, 예비편성 4)이다.

시민대책위, '타임아웃' 의혹 제기…시, '정상 작동'

사진은 사고 열차 하부에 있는 구동장치로, 대차라 불리는 장비다. 추돌사고는 이 대차를 교체해야할 정도로 발생했다.
▲ 인천2호선 대차 사진은 사고 열차 하부에 있는 구동장치로, 대차라 불리는 장비다. 추돌사고는 이 대차를 교체해야할 정도로 발생했다.
ⓒ 사진제공 인천2호선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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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사고 원인이 '기관사의 전방 주시 소홀과 안전거리 미확보'라고 밝혔지만, 인천교통공사노조와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 39개가 구성한 '안전한 인천지하철2호선 개통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이하 인천2호선대책위)'는 의혹을 제기했다.

인천2호선대책위는 "시간이 촉박하고 수동 운전할 기관사가 부족해 차량을 4량 2편성으로 연결한 상태로 출발시간 격차를 단축시켜 출발했다. 그러던 중 맨 앞에 선행하던 열차에 타임아웃(Time Out: 열차와 신호시스템 간 통신 단절)이 걸려서 비상 제동이 걸렸고, 두 번째로 선행하던 열차 역시 타임아웃에 걸려 비상 제동이 걸려 멈췄을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그런데 워낙 운전 시격을 좁게 해 출발시킨 바람에 세 번째 열차에 비상 제동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로 선행한 열차를 추돌하게 됐다"고 타임아웃 의혹을 제기한 뒤, "열차가 비상 제동이 걸렸을 때 다음 열차를 출발시키지 말아야했다"며, 검증을 요구했다.

하지만 시는 타임아웃 의혹을 일축했다. 시는 "기점에서 종점까지 무인운전에 의한 일주시험은 현재까지 수차례 실시했고, 앞으로도 개통 때까지 계속 실시할 계획"이라며 "타임아웃이 발생하면 관제소에는 열차 위치와 함께 타임아웃이 발생했다는 신호가 표출되고 있으며, 타임아웃 현상은 시운전 중에 수정하고 개선해 현재는 타임아웃 현상 없이 정상적으로 작동 중이다"라고 강조했다.

시민대책위, 안전 개통 위한 시민검증 촉구

시의 해명에도 불구, 인천2호선대책위는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다. 기관사의 전방 주시 소홀과 안전거리 미확보가 원인이라 해도, 처음 열차가 멈춘 이유가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인천2호선대책위 관계자는 "열차가 고속도로를 달리는 게 아니지 않냐? 세 번째로 출발한 열차의 기관사가 앞에 정차한 열차를 보지 못해 추돌했다고 치자. 그럼 두 번째로 출발한 열차는 왜 멈췄고, 첫 번째로 출발한 열차는 왜 멈췄는지 해명해야한다"며 "공사는 2호선 안전개통을 위해 사고내용을 은폐하면 안 된다. 관제소에 운행 기록이 있는 만큼,  사고 당시 기록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민-관전문가들의 참여 속에 사고원인을 분석해 불신을 분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1일 승객 10만명 이상을 수송하려면 배차 간격을 줄여야 한다. 특히, 출퇴근 등 러시아워 시간대에는 2~3분 간격 배차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고와 같은 유사사고에 대한 우려가 높다"며 "지금부터 2량 1편성을 4량 1편성으로 운행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천2호선대책위는 "그나마 시험 운행 중에 발생한 사고라 다행이지 정상 운행 중에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면 얼마나 많은 시민이 다쳤겠는가? 시와 인천교통공사는 이번 사고를 철저하게 조사해 원인을 규명해야한다.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조사에 시민사회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2호선대책위는 지난해 시와 시의회에 2호선 안전 개통을 위한 '노사민정 거버넌스'를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가 이를 거부했다. 인천2호선대책위는 시민안전과 직결된 사고가 발생한 만큼, 시와 시의회에 다시 노사민정 거버넌스 구성을 요청할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2호선, #인천도시철도2호선, #인천교통공사, #현대로템, #타임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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