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드디어 우리가 알던 두산 베어스 시절의 '타격 기계' 모습을 되찾는 것인가. 최근 선발 라인업에 고정된 김현수가 드디어 타구를 메이저리그 경기장 담장 밖으로 날리기 시작했다.

30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브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클리브랜드 인디언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김현수는 좌익수 겸 2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최근 극심한 부진에 빠진 조이 리카드를 대신하여 5일 연속 선발로 출전했고, 타순도 9번에서 2번으로 올라왔다.

이날로 시즌 17번째에 출전하게 된 김현수는 최근 6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하는 등 4할 대 타율을 유지하기도 했다.

2개월을 기다린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첫 홈런

'잘 쳤는데' 미국 프로야구 볼티모어 오리올스 김현수가 지난 3월 5일 오후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 센추리링크 스포츠콤플렉스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미네소타 트윈스의 경기 1회초 2사, 우완 어빈 산타나의 공을 받아치고 있다. 타구는 1루 쪽 깊숙한 곳으로 이동하는 시프트(변형 수비)를 펼친 미네소타 2루수 브라이언 도지어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박병호는 2타수 무안타 1득점, 김현수는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미국 프로야구 볼티모어 오리올스 김현수. ⓒ 연합뉴스


이날 김현수의 첫 타석은 아쉬웠다. 상대 선발투수 마이크 클레빈저와의 대결 끝에 시속 148km 짜리 높은 속구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하지만 김현수는 6구까지 가는 접전을 통해 끈질긴 승부 근성을 보여줬다.

김현수는 2회초 팀이 3-0으로 앞서던 2사 1루 상황에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이번에는 볼넷을 골라내면서 6경기 연속 출루를 달성했다. 그러나 다음 타자 매니 마차도의 삼진으로 추가 진루는 하지 못했다.

5회초 세 번째 타석에서는 인디언스의 두 번째 투수 댄 오테로를 상대했다. 이번에는 4구 대결 끝에 시속 145km 짜리 속구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그러는 사이 경기는 4-4 동점이 되었고, 7회초 김현수의 네 번째 타석이 다가왔다.

인디언스의 세 번째 투수 제프 맨쉽을 상대로 타석에 들어선 김현수는 이번에는 다시 4구까지 공을 골라내며 끈질긴 승부를 이어갔다. 그리고 5구 째 맨쉽의 시속 148km 짜리 투심 패스트볼이 높게 들어오자 이번에는 놓치지 않고 배트를 휘둘렀다.

김현수는 맨쉽의 실투를 힘차게 잡아 당겼고, 김현수의 타구는 순식간에 프로그레시브 필드의 우측 담장을 넘어갔다(5-4). 김현수는 메이저리그 시즌을 맞이한 지 2달 만에, 경기 출전 횟수로는 17경기 만에 홈런을 날렸다.

김현수의 홈런은 결국 오리올스의 승리로 연결되는 결승 타점이 되었고, 오리올스는 최종 스코어 6-4로 승리했다. 김현수는 7회말 수비에서 리카드로 교체되면서 이날 경기를 마쳤다. 3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1볼넷 1득점으로 시즌 타율은 0.383이 되었다.

2개월의 설움, 한 방으로 확실히 날렸다

메이저리그 첫 스프링 캠프에서 김현수는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 타격감이 쉽게 올라오지 않았고, 한때 마이너리그에서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고 돌아올 것을 권유 받기도 했다.

그러나 김현수는 계약 조항에 삽입되어 있던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통해 선수의 권리를 지켰다. 그리고 이 때부터 김현수의 고독한 싸움이 시작됐다. 시범경기 당시 불타올랐던 리카드가 주전으로 출전했고, 김현수는 제한된 출전 기회 속에서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러던 사이 리카드의 방망이는 4월 한 달도 지나지 않아서 식어가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들어서 리카드의 타율은 1할 대에 그치는 등 경험 부족으로 인한 한계를 드러냈다. 리카드는 메이저리그 진입 문턱에서 수년 동안 진입하지 못하다가 룰5 드래프트를 통해 오리올스에 온 뒤 메이저리그에 진입한 선수였다.

리카드의 한계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지만, 바로 라인 업이 바뀌지는 않았다. 5월 초만 해도 여전히 주전 좌익수는 리카드였고, 김현수는 가끔씩 9번 타자로 출전 기회를 겨우 얻어내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리카드가 부진에 빠진 반면, 김현수가 적은 기회 속에서도 날카로운 타격감을 보여주자 결국 벅 쇼월터 감독의 생각이 달라졌다. 쇼월터는 4할 타자를 뺄 이유가 없다고 말하며 김현수가 실력을 인정했다.

최근 한 주 동안 김현수는 계속해서 출전 기회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비록 무안타 경기가 나올지라도 김현수는 출루를 이뤄냈고, 아웃을 당하는 과정에서도 상대 투수들을 상대로 많은 투구수를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였다.

가끔 9번 타자로만 출전하던 김현수의 입지도 바뀌었다. 김현수는 최근 2번 타순에 배치되며 테이블 세터와 중심 타선의 공격 흐름을 잇는 역할을 맡고 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 2달 동안 벤치에 있었던 시간이 더 많았던 김현수. 하지만 그 동안의 설움을 홈런 한 방에 실어 담장 밖으로 날려 보냈다. 이날 결승 홈런으로 수훈 선수가 된 김현수가 앞으로도 팀의 선전에 큰 보탬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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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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