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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상이샘'이라고 하는 우물 모형 철거를 주장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독재의 편에 서서 3·15의거를 폄하하고, 불의와 독재에 항거한 마산시민을 모독한 이은상을 기리는 '은상이샘'과 3·15의거기념비가 한 공간에 공존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마치 이은상이 3·15의거를 강제 추행하는 것과 같은 꼴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다."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3·15의거열사김주열기념사업회, 3·15정신계승시민단체연대회의, 열린사회희망연대, 유월항쟁정신계승경남사업회 등으로 구성된 '은상이샘 철거를 위한 시민연대'가 24일 창원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촉구했다.

3.15의거열사김주열기념사업회와 3.15정신계승시민단체연대회의, 열린사회희망연대 등 단체들로 구성된 '은상이샘 철거를 위한 시민연대'는 24일 창원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은상이샘이 이은상 집안 샘이었다고 하는 주장은 잘못"이라며 "친독재 전력이 뚜렷한 이은상의 이름을 딴 은상이샘을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3.15의거열사김주열기념사업회와 3.15정신계승시민단체연대회의, 열린사회희망연대 등 단체들로 구성된 '은상이샘 철거를 위한 시민연대'는 24일 창원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은상이샘이 이은상 집안 샘이었다고 하는 주장은 잘못"이라며 "친독재 전력이 뚜렷한 이은상의 이름을 딴 은상이샘을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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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상이샘'은 현재 창원시 마산합포구 노산동에 있고, 바로 옆에 3·15의거기념비가 있다. 은상이샘과 3·15의거기념비는 도시계획으로 1999년 5~6월 사이 이곳에 옮겨 복원되었다.

창원시는 '은상이샘'이 문인 이은상(노산, 1903∼1982)의 옛 북마산파출소 옆 생가에 있었던 우물이고, 마산 문인들의 요구로 복원해 놓았다고 했다.

은상이샘 표지석에는 "민족시인 노산 이은상 선생을 기리고 시민의 얼과 정서를 해맑게 하기 위하여 생명의 젖줄 '은상이샘'을 이 자리에 옮겨 복원합니다"라고 새겨져 있다.

'은상이샘' 철거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그러다가 지난 18일 열린사회희망연대가 은상이샘 철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 뒤 창원시는 '은상이샘 철거 불가'라 밝혔다. 창원시는 "은상이샘은 이은상의 생가 우물이고, 3·15의거기념비보다 한 달 앞서 지금의 위치로 옮겨 복원했으며, 지역민의 정서를 반영하고, 이은상 출생지와 관련한 흔적을 파괴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안상수 창원시장은 지난 20일 마산합포구 노산동에 있는 '3.15의거기념비'와 '은상이샘'을 둘러보았다.
 안상수 창원시장은 지난 20일 마산합포구 노산동에 있는 '3.15의거기념비'와 '은상이샘'을 둘러보았다.
ⓒ 창원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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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창원시장은 지난 20일 노산동 '3·15의거기념비' 일대를 둘러보았다. 이날 안 시장은 3·15의거와 부마항쟁 등과 관련한 단체 지원을 전담하는 '민주성지담당' 부서 신설을 검토하라 지시했다. 그러면서 창원시 허종길 관광문화국장은 '은상이샘' 철거 불가 입장을 재차 밝히기도 했다.

1910년 <조선지지자료>에 '운상이내' 나와

은상이샘철거를위한시민연대는 '은상이샘'이 이은상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조선총독부가 1910년에 발행한 <조선지지자료>에 근거해 이같이 밝혔다.

이 자료에 보면, 교방천(상남천, 상남내, 성남천, 서원천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림)을 당시에는 '운상천(雲上川)이라 했고, 사람들은 '운상이내'라 부른다고 기록되어 있다.

김영만 전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회장은 "은상이샘 논란이 계속되자 최근 이 자료를 찾게 되었다"며 "운상이내 옆에 샘(우물)이 있었고, 운상이내 옆에 있다고 해서 '운상이새미'로 불렸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우리 지역에서는 '샘'을 '새미'라고 한다. '통새미' '논새미' '참새미' '수통새미'와 같은 말이다. 은상이샘이라는 발음 자체도 너무 어색하다"며 "'운상이새미'가 이후 '은새미'로 부르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3.15의거열사김주열기념사업회와 3.15정신계승시민단체연대회의, 열린사회희망연대 등 단체들로 구성된 '은상이샘 철거를 위한 시민연대'는 24일 창원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은상이샘 철거'를 촉구했다. 김영만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전 회장이 1910년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조선지지자료>에 실린 '운상천=운상이내'의 유래를 이야기 하면서 '은상이샘'은 이은상의 집안에 있었던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3.15의거열사김주열기념사업회와 3.15정신계승시민단체연대회의, 열린사회희망연대 등 단체들로 구성된 '은상이샘 철거를 위한 시민연대'는 24일 창원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은상이샘 철거'를 촉구했다. 김영만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전 회장이 1910년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조선지지자료>에 실린 '운상천=운상이내'의 유래를 이야기 하면서 '은상이샘'은 이은상의 집안에 있었던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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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상은 3·15의거 폄훼, 친독재 행적 뚜렷

'은상이샘'은 3·15의거기념비와 같은 공간에 있다. (사)3·15의거기념사업회는 2004년 4월 23일 옛 마산시에 '은상이샘을 철거하라'고 요구하는 의견서를 내기도 했다.

시민연대가 은상이샘 철거를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은상이 3·15의거를 모독하고 폄훼했기 때문이다. 이은상의 독재 부역 행적은 수두룩하다.

이은상은 1955년 이승만의 80회 생일(3월 26일)에 시조 "송가"(이 겨레 위하시어 한 평생 바치시니/오늘에 백수홍안 늙다젊다 하오리까/팔순은 짧으오이다 오래도록 삽소서)라는 제목의 경축시를 발표했다.

또 이은상은 3·15의거와 4·11민주항쟁(김주열 열사 시신 발견)를 모독했다. 그는 <조선일보>(1960년 4월 15일)와 인터뷰에서 3.15부정선거에 항거한 3·15의거와 4·11민주항쟁에 대해 '무모한 흥분' 내지 '지성을 잃어버린 데모', '불합리․불합법이 빚어낸 불상사'로 매도했다.

이은상은 '공화당 창당 선언문'을 작성했고, 유신 지지성명을 발표했으며, 전두환 정권의 국정자문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시민연대는 "민주성지라고 자부하는 도시에서 시민의 혈세로 독재자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에게 영혼을 판 이은상의 기념사업을 하는 것도 절대 반대"라고 했다.

"동네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동 우물"

옛 마산시가 만들어놓은 '은상이샘'.
 옛 마산시가 만들어놓은 '은상이샘'.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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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가 든 '은상이샘 철거 불가 이유'에 대해, 시민연대는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은상 생가 우물터'라는 주장에 대해, 시민연대는 "이 표현은 이은상의 집안에 샘이 있었다는 말로, 잘못됐다"며 "이 샘은 교방천 바로 옆 길가에 있었고, 동네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동 우물이었다"고 했다.

'은상이샘을 3·15의거기념비보다 한 달 먼저 옮겼다'는 주장에 대해, 이들은 "두 기념물의 이전 복구 선후가 아무 의미 없다"며 "두 기념물의 위치를 보면 기념비가 바깥 쪽에 있고 샘은 안 쪽에 있으며, 이는 더 이상 이야기하는 게 구차스럽다"고 밝혔다.

'은상이샘은 문화자산'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들은 "은상이샘은 지역민의 정서를 반영한 것이 아니라 '이추문'(이은상을 추앙하는 문인)의 이은상 신화 조작을 수용한 것으로, 창원시가 이 조작물을 계속 안고 간다면 두고두고 말썽이 생길 골칫덩어리를 안고 가게 될 것"이라 밝혔다.

또 '이은상 문학 업적'과 관련해, 그는 "우리는 문학계의 평가는 관심 밖의 일"이라며 "그러나 이은상의 친독재 행적에 대한 사실은 누구도 조작할 수 없는 자료들이 남아 있어 고증이 아니라 사실 확인만 하면 된다"고 했다.

옛 마산시는 1999년부터 2005년 사이 이른바 '이은상 논쟁'을 벌였다. 당시 마산시가 '이은상문학관'을 지으려고 하자 반발이 일어났고, 여러차례 기자회견과 토론회 등이 열리기도 했다. 결국 옛 마산시의회는 표결로 '이은상문학관'을 버리고 '마산문학관'으로 하기로 결정지었다.

김영만 전 회장은 "이은상 기념사업을 해서는 안된다는 게 통합하기 전인 옛 마산시의회가 이미 결정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연대는 안상수 창원시장의 면담을 요구했다.


태그:#은상이샘, #이은상, #열린사회희망연대, #창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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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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