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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제가 근무하는 경찰서는 서울대학교 대강당에서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열린음악회를 개최했습니다. 자원 봉사 선생님과 경찰관 등 1600여 명이 참석한 자리였습니다.

음악회에는 많은 연예인들이 참여해주었습니다. EXO 첸, 비스트 손동운, DJ DOC 김창렬, 제스트와 개그맨 장동민까지. 정말 많은 분들이 자리를 빛내주었습니다. 그것도 무료로요. 음악회 취지에 공감해주신 고마운 분들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가수 유승우군도 음악회에 초청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가수 김종욱을 통해서 소개를 받았습니다. 유승우군은 좋은 공연이라며, 자기와 또래 친구들을 위한 공연이라며 더욱 참여하고 싶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행사를 일주일쯤 앞두고 있었을 때 갑자기 그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회사 스케줄을 잘 모르고 있었다며 참여가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유승우군 외에도 상당히 많은 출연자들의 변동이 있었습니다. 음악회 기획자를 맡았던 저는 무료 행사였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유승우군은 "좋은 공연인데 참여하지 못해 너무 죄송하다,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꼭 학교 밖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공연에 참여하겠다"고 말했었습니다.

저는 '미안해서 그냥 하는 이야기구나'라고 생각하고 까마득히 잊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난 며칠 전, 유승우군에게 손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을 초청하고 싶다는 손편지를 직접 받았습니다
▲ 인기가수 유승우군이 직접 쓴 손편지 학교 밖 청소년들을 초청하고 싶다는 손편지를 직접 받았습니다
ⓒ 박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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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 형님! 작년에 좋은 공연 초청해 주셨는데 가지도 못하고ㅠㅠ 죄송했어요! 이번에 제가 뮤지컬 하는데 공연이 학교 밖 친구들과 관련성이 많아 문득 생각에 티켓 좀 보내봐요! 번호도 모르고해서....ㅎㅎ 편지를 다 쓰네요. 그때 애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승우 드림."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잊지 않고 자신의 공연에 초청해 준 마음을 생각하니 너무도 고마웠던 겁니다. 정작 저는 행사 이후로 한 번도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그의 정성스런 손편지는 감동을 더했습니다.

그가 출연하고 있다는 뮤지컬 <마이버킷리스트>를 검색해보았습니다. 18살 주인공이 소년원에서 나와 시한부 인생을 사는 친구와 함께 버킷리스트를 수행해가는 두 소년의 좌충우돌 이야기였습니다. 방황하는 청춘을 위로하고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해 깊은 감동을 준다는 내용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습니다.

어제 개인적으로 티켓을 구매해 친구와 함께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실제로 학교 밖 청소년들이 보는 데 도움이 될지 알고 싶었습니다. 아직 고맙다는 말은 전하지 못했지만 신경을 써준 유승우군에 대한 고마움의 뜻이기도 했습니다.

직접 티켓을 구매해 관람했는데 청소년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 뮤지컬 '마이버킷리스트' 직접 티켓을 구매해 관람했는데 청소년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 박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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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생각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뿐만 아니라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일반 청소년들도 많이 관람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받은 초대권은 관악경찰서 학교 전담 경찰관에게 모두 전달했습니다. 꼭 필요한 친구들과 함께 관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좋은 경찰의 선도프로그램과 노력이 있더라도 혼자 힘으로는 어렵다는 점을요. 뜻있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한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의 청소년들은 지금보다 더욱 밝고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다시 한 번 유승우군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그리고, 주변에 방황하고 있는 청소년이 있거나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님들께 꼭 한번 보시라고 공연을 추천해 주고 싶습니다.


태그:#유승우, #박승일, #경찰, #뮤지컬, #마이버킷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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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고 있으며, 우리 이웃의 훈훈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현직 경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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