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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한양정형외과의원 집단 감염 피해자들은 치료부터 받게 해주고 다나의원 피해자들은 왜 안 됩니까?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 아닙니까? 서울시민이 아닙니까?"

다나의원 C형간염 집단감염 피해자들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로 구성된 다나의원 C형간염 집단감염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원회)가 2일 서울 중구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해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나서서 다나의원 피해자들도 원주 한양정형외과의원 피해자들과 동일하게 치료비를 선지원해 치료부터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신청한 다나의원 관련 조정 신청이 법정시한인 4개월 이내에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다나의원 C형간염 집단감염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5월 2일, 서울 중구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와 서울시에 치료비 선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다나의원 C형간염 집단감염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5월 2일, 서울 중구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와 서울시에 치료비 선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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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0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주사기 재사용으로 다나의원 환자 97명이 C형간염에 집단감염된 사실을 발표했다. 이들 중 일부는 다나의원 관계자와 합의했지만, 대부분은 정부의 대책을 기다려왔다.

이에 환자단체연합회에서는 작년 12월 18일, 비공개로 '환자샤우팅카페'를 열어 이들의 사연을 듣고 올해 1월 11일,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 신청서를 접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 신청을 한 지 약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조정은 완료되지 않았다. 피해자 97명 중 일부는 C형간염이 악화되어 완치율이 60~70%에 불과한 기존의 만성C형간염 약으로 치료를 시작했으나,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한 경우도 있다. 현재 C형간염이 간경화로 진행되어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도 존재한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양아무개씨는 "작년 7월부터 심한 복통과 구토, 오심의 증상이 있어 대학병원에 갔다가 다나의원 방문 후 C형간염에 감염된 것을 알았다"며 "급히 치료를 시작했지만 한 달간의 고열, 탈모, 시력 이상, 피부질환 등 부작용이 심해 치료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부작용으로 인해 매일 화만 내는 엄마를 무서워하던 아이가 이제는 행복해하며 저를 바라본다. 아이의 웃음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치료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원주 C형간염 집단감염만 치료비 먼저 지원하겠다?

올해 2월 26일 원주시 한양정형외과의원에서도 다나의원의 사례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곳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 430여 명이 C형간염에 집단감염됐다.

비슷한 사건이지만 정부의 대응은 달랐다. 3월 4일 원주 한양정형외과의원 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3월 7일 보건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치료비를 우선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기자회견에 참가한 다나의원 피해자 김아무개씨는 "원주 한양정형외과의원 피해자들은 원장의 사망으로 피해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적으니 우선 치료비를 지원하겠다는 얘기"라며 "다나의원 피해자들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나 법원을 통해 피해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니 개인적으로 알아서 치료비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은 넌센스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최근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피해자들에게 열람을 허용한 감정서에 따르면 "의사의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과실과 피해자들의 C형간염 감염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면서도 만성C형간염 약제비 보상여부는 자연치료 여부, 혈중 바이러스의 존재 유무와 간염증 수치를 감염 추정시기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시점에 다시 확인한 후 최종 판단하겠다"고 기술되어 있다.

C형간염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되었어도 여전히 고가

C형간염 완치율이 95%가 넘는 신약 두 종류는 5월 1일자로 건강보험 적용이 되었다. 그동안 환자들이 12주 치료를 위해 3000만 원을 내야 했다. 보험 적용으로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9백만 원 가량으로 줄었다. 이에 환자는 약값의 30%만 부담할 수 있게 되었지만 대책위원회는 "9백만 원이라는 금액은 여전히 부담이 되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가 “이번 사건은 ‘인재’다. 일반 의료사고와 동일하게 취급하면서 개인적으로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다”라고 발언하고 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가 “이번 사건은 ‘인재’다. 일반 의료사고와 동일하게 취급하면서 개인적으로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다”라고 발언하고 있다.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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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보건복지부는 간경화나 간암으로 악화될 수 있는 C형간염에 수백 명의 국민이 집단 감염되었음에도 이들의 치료를 최우선에 두지 않았다"며 "일반 의료사고와 동일하게 취급하면서 개인적으로 소송이나 조정을 통해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직무유기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다나의원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두 가지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접수한 다나의원 사건을 법정시한 4개월 이내에 마무리 해달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다나의원의 피해자들도 원주 한양정형외과의원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치료비를 선지원해 우선 치료부터 받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번 집단감염 사건은 정부가 발급해 준 의사면허증을 믿고 치료를 받다 일어난 '인재'라는 것이 대책위원회의 주장이다. 정부 및 서울시의 책임 있고 신속한 조치가 요구되는 이유이다.


태그:#다나의원 집단감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C형간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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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노동자. 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는 작업을 해왔으나 암 진단을 받은 후 2022년 <아프지만, 살아야겠어>, 2023년 <나의 낯선 친구들>(공저)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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