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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언론사 편집 보도국장 오찬 때 박근혜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지난 26일 언론사 편집 보도국장 오찬 때 박근혜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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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한국판 양적완화' 추진 방침을 공식화했다. 지난 26일 열린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한국형 양적완화는 우리가 긍정적으로 검토를 해야 된다는 입장"이라고 언급한 지 이틀 만이다.

박 대통령은 28일 국무회의에서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실을 신속하게 처리하면서 구조조정을 차질없이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구조조정을 집도하는 국책은행의 지원여력을 선제적으로 확충해놓을 필요가 있다"라며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서 필요한 재원은 미국, 일본, EU 등 선진국들이 펼친 무차별적인 돈풀기식의 양적완화가 아닌 꼭 필요한 부분의 지원이 이뤄지는 선별적 양적완화 방식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정부와 관계기관이 긴밀하게 협의해서 최적의 방안을 마련해주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의 공약 사항 중 일부다. 당시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한국은행이 산업은행 채권과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하는 방식의 한국판 양적완화를 해야 한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즉, 주택저당증권 매입을 통해 가계부채 부담을 덜고 구조조정을 주도해야 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본력을 확충하는 용도로 한은의 발권력을 사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한국판 양적완화'의 목적을 국책은행의 자본력 확충으로 못 박은 셈이다. 앞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27일 기자들과 만나, "한국형 양적완화는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책은행의 자본을 확충하는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더 낮출 수 없는 '제로금리' 상황에서 무제한으로 돈을 푸는 전통적 양적완화와는 다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한은법 개정 위한 '여소야대' 국회 설득 선행돼야

그러나 박 대통령이 천명한 '한국판 양적완화'가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일단, 한은 측에 대한 설득 작업은 끝난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판 양적완화와 관련해서 "구조조정을 지원하더라도 법 테두리 안에서, 중앙은행의 기본 원칙 안에서 하겠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그는 지난 15일 미 워싱턴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도 "통화정책이 구조조정을 이끌 수는 없다"라며 사실상 한국형 양적완화에 선을 긋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신중모드는 곧 '적극 검토' 모드로 변환됐다. 이 총재는 지난 22일 시중은행장들이 참석한 금융협의회에서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신용경색 등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다양한 정책수단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또 지난 24일 정부가 주재하는 구조조정회의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남은 문제는 야당이다. 현재 '한국판 양적완화'를 시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중앙은행은 국채와 정부가 보증한 채권에 한해서만 직접 인수할 수 있다"라고 명시한 한은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이 한은법 개정안을 발의하긴 했지만 '여소야대'인 20대 국회에서 이를 관철시킬 수 있을지가 최종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야당 측은 '한국판 양적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총선 당시 "돈을 찍어 내 대기업에 주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혀고, 주진형 전 더민주 선대위 경제상황실장도 지난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적절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28일)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재정이든, 공적자금이든, 양적완화를 하든 국민 동의가 있어야 하고 국회 동의가 있어야 한다"라며 "모든 경제가 잘 돌아간다고 하더니 지금 (양적완화를 하면) 어떻게 국민이 이해하고 노조가 이해하겠나"라고 꼬집었다.

박 대통령과 야당은 기업구조조정 중 발생할 대량실업 등 부작용에 대한 해법을 놓고도 인식 차를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구조조정 중 발생한) 실직자들에 대해서는 실업급여를 지원하고 직업훈련을 통해서 새로운 일자리에 재취업을 시킬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적 지원 방안을 촘촘하게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면서 "이를 위해서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투자와 일자리창출 효과가 높은 경제활성화 방안이 하루속히 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은 총선 전부터 야당에서 반대 의사를 표한 '쟁점법안'들이다.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3당 원내대표 회동 당시 "총선 전, 여당의 일방적인 경제활성화에 대한 주장과 압박에 대한 수정과 변경을 요구한다"라며 "총선에서 상생하고 협의하는 국회에 대한 주문이 있었지만 과거의 잘못된 판단을 그대로 이어받으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태그:#박근혜, #한국판 양적완화,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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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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