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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딱지 아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껌딱지 아이란 엄마나 아빠와 잠시도 떨어지지 않고 매달리는 아이들을 말합니다. 특히 갓난아기는 엄마가 안고 있다가 내려놓기만 해도 우는데 이런 아이를 '손 탄 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아이가 껌딱지인 경우, 부모가 자기의 몸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어 일상생활에 많은 제약을 받습니다. 집안 청소나 주방일을 하는데 아이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안거나 업고 일을 하거나 다리에 매달린 아이를 질질 끌고 다니며 일을 할 수밖에 없죠. 아이가 잠든 시간에만 일을 하게 되더군요. 집안일을 할 때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므로 육아 피로도가 높아집니다.

저희 집에서 자라고 있는 쌍둥이 남매 중 딸(방글이)은 엄마 껌딱지, 아들(땡글이)은 아빠 껌딱지입니다.

이제 쌍둥이 남매는 8세입니다. 안고 있다가 내려놓기만 하면 우는 나이는 지나서 현재 시점에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표현하는 건 사실과 다릅니다. 하지만, 어릴 때에는 정말 잠시도 엄마 아빠와 떨어지지 않으려 했답니다.

"나 대신 데려가"라면서 인형을...

외투 주머니에 넣어진 강아지 인형, 2015.11 @ 일상의 취향 by 까칠한 워킹맘
▲ 외투 주머니에 넣어진 강아지 인형, 2015.11 외투 주머니에 넣어진 강아지 인형, 2015.11 @ 일상의 취향 by 까칠한 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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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껌딱지인 방글이는 외출할 때마다 "손!" 하고 외치며 자기 손에 땀이 나서 불편할 때까지 꼬옥 붙잡고 다녀야 했지요. 엄마가 회사 갈 때 따라나서지 못하니까 자신이 아끼는 인형을 엄마의 외투 주머니에 넣어두며 자기 대신 같이 출근시켜 보내기도 했습니다.

아빠 껌딱지인 아들은 가족이 함께 미술관에 다닐 때 유모차조차 싫다고 해서 1시간 내내 안고 다닌 적이 있습니다. 저보다 아이들에게 덜 엄하게 대하는 남편은 아이가 칭얼거리자 미술관에 있는 내내 대여섯 살 된 아이를 업고 미술 관람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가장 개인적인 공간인 화장실에선 어땠을까요? 제가 볼일을 볼 때 문을 닫을 수가 없었어요. 샤워를 할 때는 두 녀석이 함께 화장실 안에 들어와 작은 의자에 앉아 샤워하는 절 기다리곤 했습니다. 외출했을 때 방글이가 화장실에 갈 일이 생기면 칸 안에 같이 들어가서 볼일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줘야 했는데요. 화장실 칸이 너무 좁아 같이 들어갈 수 없을 때면 화장실 문틈 사이로 지켜봐 주거나 발을 디밀어 엄마의 존재를 확인시켜주곤 했답니다.

잠들 때마저도... 엄마는 내 옆에 있어야 해!

아이들의 껌딱지 노릇은 재울 때 극에 달합니다. 아기 때는 누워서 잠들 때까지 제가 함께 있어야 했어요. 잠드는 데 시간이 짧았던 땡글이와는 충돌할 일이 많지 않았는데 잠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던 방글이는 잠들 때까지 제 손을 잡고 놔주질 않았답니다.

잡은 손을 놓아주지를 않으니 몸을 뒤척일 수도 없었죠.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몸살을 앓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꽤 시간이 흘러도 아이가 잠들지 않으면 화를 내곤 했어요. 한번은 아이의 손을 잡아주지 않고 등을 돌리고 누웠더니 훌쩍이며 우는 기척이 나더라고요. 엄마가 어디 멀리 간 것도 아니고 옆에 누워서 등을 돌렸을 뿐인데도 우는 아이를 보며 "너를 어찌해야 하냐"라면서 함께 엉엉 울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보통 엄마들은 아이들이 잠들고 나서야 집안일을 하거나 개인 시간을 누릴 수 있게 되는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땡글이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방글이 사이에서 늘 잠 부족, 시간 부족에 시달리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아빠에게 앞뒤로 매달린 쌍둥이 남매, 2010. 2 @ 일상의 취향 by 까칠한 워킹맘
▲ 아빠에게 앞뒤로 매달린 쌍둥이 남매, 2010. 2 아빠에게 앞뒤로 매달린 쌍둥이 남매, 2010. 2 @ 일상의 취향 by 까칠한 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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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아이들이 제법 컸어요. 평일엔 이불 속에 누운 아이들에게 뽀뽀를 해주고 (한참을) 쓰다듬어주면 혼자 잠드는 날이 제법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주말이 되면 자기들이 잠드는 시간에 엄마 아빠도 함께 자자고 조르는 바람에 불금·주말에도 우리 식구는 오후 10시면 잠자리에 든답니다.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돌봐주신 외할머니가 바로 아파트 옆 동에 사시는데, 태어난 지 84개월이 되도록 외할머니 집에서 혼자도 아니고 두 녀석이 같이 자본 일이 한 번도 없는 그런 껌딱지들입니다. 지금은 침대를 들여 다른 방에서 재우고 있으나 잠들 때까지 옆에 있어줘야 하고, 주말마다 온 식구가 한방에 나란히 누워 자길 원하죠. 제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협박(?)은 밤에 같이 자주지 않겠다는 말이랍니다.

껌딱지의 시간... 길어야 10년쯤?

쌍둥이 남매를 키우는 몇 년간 제게 사적인 공간과 시간은 정말 제한적이었습니다. 남성들이 자기만의 서재를 꿈꾸듯 아이 엄마 역시 자기만의 공간과 시간을 원합니다. 그러나 육아기 몇 년간은 그런 시간이나 공간이 허락되질 않죠. 그 몇 년 동안 이미 엄마의 마음은 잠시도 허락되지 않는 자기만의 시공간 부족으로 너덜너덜해져 있으니까요.

아이가 엄마와 꼭 붙어 있으려 하는 성향을 보고 혹시 엄마가 일을 하기 때문에 함께 있는 시간이 부족해서 분리 불안을 겪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됐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일상을 관찰해봤는데요. 유치원에 가는 것을 너무 즐거워하고 친구들을 만나면 적극적으로 뛰어가 반가워할 정도로 적당히 사교적입니다. 동네에서 어른들이 말을 걸면 부끄러워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어른스럽게 인사를 하기도 하거든요.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 때문에 절대적으로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서, 아이가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 동안만큼은 과하게 달라붙으려는 경향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어른들이 그리고 많은 육아서에서 언급하듯 이런 시간은 곧 끝날 겁니다. 사실 저도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일이라 언제쯤 껌딱지 아이들이 스스로의 시간과 공간을 원하게 될지 모르겠어요. 지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대략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올라가는 11~12세쯤이면 부모보다 친구와 어울리는 시간을 더 원하고 혼자만의 공간을 요구한다고 하더군요. 길어야 10년쯤. 쌍둥이 남매가 1학년인 저희 집의 경우 3~4년밖에 안 남았습니다.

제가 그렇게 컸던 것처럼 쌍둥이 남매도 엄마 아빠보다 친구를 더 좋아하는 시기가 오고, 아이들 역시 어른처럼 자기만의 공간을 원하는 때가 오겠죠.

그때가 되면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걸 그랬다, 힘들어도 주말 엄마 아빠 말고 평일에도 아이와 함께 지낼 걸 그랬다, 일찍 잠자리를 독립시키지 말고 밤잠만큼은 살을 비비며 함께 잘걸 그랬다라고 후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아이가 없었더라면 더 편하게 지냈을 텐데 라거나, 아이를 친정이나 시댁에 맡기고 주중에는 신혼처럼 알콩달콩 혹은 직장에 올인하며 지낼 걸 그랬다고는 후회하지 않으니까요.

사실 아이들에게 침대를 사주고 잠자리 독립을 시킨 후, 때로는 잠자리에서 아이들의 숨소리가 그립기도 하더라고요. 새근거리는 숨소리, 보드라운 볼과 촉촉한 손을 만지작거리며 잠든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거나 옆에 쪼그리고 누워 잠드는 날도 있으니까요.

아이가 징징대며 달라붙어 힘든 오늘. 열 가지 일을 모두 미뤄두고 아이와 나란히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잠들어보세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nyyii)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70점엄마, #쌍둥이육아, #워킹맘육아, #껌딱지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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