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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끝나고 20일 오후 국회 더민주 당 대표실에서 만난 김종인 대표는 선거막판 "괜찮다"고 했던  근거를 설명하며 "서울 유권자의 투표성향을 믿었다"고 했다.
 총선이 끝나고 20일 오후 국회 더민주 당 대표실에서 만난 김종인 대표는 선거막판 "괜찮다"고 했던 근거를 설명하며 "서울 유권자의 투표성향을 믿었다"고 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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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직전인 지난 12일 <오마이뉴스> 기자는 서울 마포갑·을 지원유세에 나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유세현장에서 만났다. '내일 느낌이 어떤가'란 질문에 김 대표는 "괜찮다"고 답했다.

여론조사에 근거한 각종 전망 중에서 더민주에 가장 긍정적으로 나온 게 '더민주 100석 언저리'였다. 더민주 내부 전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더민주 관계자들의 전언이었다. 하지만 '긴급 영입'된 김 대표만은 선거승리를 내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총선이 끝나고 20일 오후 국회 더민주 당 대표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당시 "괜찮다"고 했던  근거를 설명하며 "서울 유권자의 투표성향을 믿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서울 투표의 패턴을 보면, '여 아니면 야'를 먼저 생각하고, 그 다음 '어떤 게 진짜 야당이냐를 따지기 때문"이라며 "더민주가 역사적으로 야를 대표한다고 생각했고, 때문에 우리에게 표가 올 거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권의 경제 실정을 선거전 전면에 내세운 것도 비결로 꼽았다. '문제는 경제다, 정답은 투표다'라는 슬로건을 집중적이고도 일관되게 내세웠고, 경제실상을 소상하게 설명했다는 점을 강조한 김 대표는 "그것이 듣는 사람의 마음에 와 닿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에 대해선 그리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에 대해  "수도권에서 우리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데 큰 도움을 주셨다. 고맙다"고 평가했다. 이 발언에 대해 김 대표는 "무슨 근거가 있기보다는, 그냥 예의상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웃었다.

야당 성향 수도권 유권자와 호남지역 밖의 유권자들의 표가 결집한 데 대해 김 대표는 "우리나라 현실을 걱정하는 인식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더민주에 표를 준 거지, (문 전 대표가) 무슨 호남을 갔기 때문에 (다른 지역 표가) 결집했다는 건 논리상으로도 맞지 않다"고 단언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김 대표는 언론에 대한 불만도 표시했다. 대표적인 예가 케이블TV 종편 채널의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잘 맞지 않는 전망을 내놓기 일쑤인 패널들이었다. 김 대표는 "종편에 나와서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는 그 사람들은 선거결과를 보고 좀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10여년 전에 집에서 구독하던 신문을 다 끊었다고 했다. "(2005년 11월) 황우석 사건이 나기 전 언론은 황우석이란 사람이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것처럼 다 썼다. 그 뒤 황우석이 사기를 친 게 드러났음에도 언론들은 사과 한 마디도 없이 지나갔다"는 게 이유다.

이 인터뷰는 20일 오후 국회 더민주 당 대표실에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 안홍기·소중한 기자가 진행했다. 다음은 4·13 총선 결과를 되짚어 본 부분을 정리한 것이다.

"수도권 야권표, 진짜 야당 더민주에 몰린다 믿었다"

- 선거운동 막판에 하루 20~30개 일정을 소화할 정도로 바삐 움직였다. 굉장히 힘들었을 거 같다.
"체력적으로 그렇게 힘들진 않았는데 목이 좀 쉬어서 말하기가 힘들었다. 지금은 괜찮다. "

- 선거 뒤엔 전현희 당선자를 가뿐히 업어주기도 했고, 선거 유세를 다니면서도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보다는 덜 피곤한 기색이었다.
"업은 거야 잠깐 업은 것이고, 나야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마음이 편하니까 덜 피곤했던 것이다. 그 사람들(새누리당)은 특정한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조바심이 있어서 빨리 피곤해 진 것이고, 나야 이 일을 계획을 하고 한 게 아니지 않나.

이렇게 한 정당이 낭떠러지 앞에 있는데 외부 사람을 오라고 해서 정상화하라는 게 세계 정당사에 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을 사전에 예측한 것도 아니고 그냥 축적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우연히 기회가 와서 도움을 준 것 뿐이다. 내가 남의 집에 와서 뭘 하겠다고 덤빌 수도 없는 상황이고."

- 선거일 하루 전, 서울 마포구 지원유세 현장에서 김 대표에게 '판세를 어떻게 보느냐'라고 질문했다. 그때 '괜찮다'고 답했었는데. 그냥 느낌으로 한 말이었는지, 아니면 이런 결과를 생각한 것인지.
"나는 서울 유권자의 투표성향을 믿었다. 아무리 (야권이) 반으로 쪼개져 분열이 됐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당선이 안 될 정도로 제 3당(국민의당)이 표를 깎아먹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동안 서울 투표의 패턴을 보면 '여당 아니면 야당'를 먼저 생각하고, 그 다음 '어떤 게 진짜 야당이냐'를 따지기 때문이다. 더민주가 역사적으로 야를 대표한다고 생각했고, 때문에 우리에게 표가 올 거라고 봤다.

그 사람들은 항상 여론조사만 갖고 판세분석을 한다. 나는 여론조사를 100% 믿는 사람이 아냐. 그러니까 뭐 투표하고 난 다음에 투표자들의 결과를 놓고 보자는 것이었다. 내가 확신했던 건 수도권 유권자들의 투표 심리였다. 과거 선거 경험으로 대략 짐작했다. 제 3당 후보가 있다고 해서 3당에 표를 주진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유세 다니면서 후보들에게 '3당을 너무 의식하지 말고, 무소속 후보가 하나 더 있다고 생각하고 선거운동을 하라. 그럼 유권자가 판단해줄거다'라고 얘기했다."

- 김 대표의 유세 현장을 지켜봤었는데, 청중들이 열렬히 환호하기보다 차분히 듣는 사람이 많더라. 열기가 다른 곳에 비해 뜨겁지 않던데.
"유세 현장을 가보면 동원된 유권자와 그렇지 않은 유권자가 있다. 동원된 유권자는 열기가 있고, 동원되지 않은 사람들은 냉정하게 듣는 거다. 광주는 조직이 거의 와해돼서 사람이 전혀 동원이 안 된다. 그러니 뭐 냉랭한 사람들만 쳐다볼 수밖에."

- 그런 모습 속에서도 더민주가 상당한 표를 가져올 거라 확신한 건가.
"우리는 '문제는 경제다, 정답은 투표다'라고 이야기했다. 처음부터, 집중적으로, 일관되게 이 슬로건을 내세웠다. 그리고 경제 실상을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듣는 사람의 마음에 와 닿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경제심판론이 우리에게 표를 가져다 줄거라 확신했다."

"문재인 호남 방문으로 수도권 표 결집? 예의상 한 얘기"

-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방문 문제를 두고 김 대표와 상의했다고 했는데.
"난 처음엔 안 가는 게 좋다고 말했는데, 본인이 가야한다는 열망이 간절하고 일부 호남의 출마자 중에서 문 대표 가까운 사람들이 다녀갔으면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가는 걸 뭐라고 할 수 없지 어떻게 하나."

-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이 수도권 압승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게 된 어떤 근거가 있나.
"무슨 근거가 있기보다는, 그냥 예의상 이야기를 한 거다."(웃음).

- 실제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 효과를 평가한다면.
"모르겠다. 난 뭐 그걸 갖다가 호남을 갔기 때문에 표가 결집됐다는 이야기는 맞지 않는 거 같고. 호남 가서 수도권의 어떤 표가 결집됐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고 사람들이 이야기하니까 그런가보다 했다."

- 문 전 대표가 광주에 가서 위기를 확인하면서 더민주의 전통적 지지층이 수도권에서 결집했다는 얘기인데.
"그러니까 원래 그런 거 아닌가. 더민주의 과거 지지층이라는 건 호남과 호남 밖의 민주화세력 아닌가. 노무현 대통령을 만든. 근데 지금 실질적으로 친노패권주의다 뭐다 하면서 호남이 떨어져나간 것 아닌가. 수도권 표와 호남지역 밖의 (야권성향)표가 850만 표가 된다. 그 표를 잡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근데 그 사람들은 우리나라 현실을 걱정하는 인식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더민주에 표를 준 거지, (문 전 대표가) 무슨 호남을 갔기 때문에 (다른 지역 표가) 결집했다는 건 논리상으로도 맞지 않다."

"황우석사건 뒤 신문 다 끊어, 종편 패널들 반성해야"

- 지난 대선 땐 새누리당의 행복추진위원장을 맡았는데, 요즘은 더민주 비대위 대표를 하면서 선거 결과 때문에 행복을 느끼는가.
"난 행복한 것도 없다. 나는 기본적으로 성격이 이렇다. 그런데 우리나라 종편에 나와서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는 그 사람들은 선거결과를 보고 좀 반성해야 한다. 우리나라 언론이 다 그렇지 뭐. 그래도 선거에 임해서 논평을 할 거 같으면 심도 있게 해야지 피상적으로 나타난 거 갖고 조중동이고 뭐고 전 언론이 다 틀린 거지. 근데 반성을 안 한다.

나는 우리집에서 신문을 하나도 안 봐. 왜 안 보는지 아나? 황우석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이 나기 전 언론은 황우석이란 사람이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것처럼 다 썼다. 그 뒤 황우석이 사기를 친 게 드러났음에도 언론들은 사과 한 마디도 없이 지나갔다. 그 이후 내가 신문을 다 끊어버렸다.

언론이 나라가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테오도어 루즈벨트가 대통령이 되기 전 열심히 읽은 게 신문이라고 했다. 미국 사회가 잘못된 점을 신문이 열심히 보도를 했고 루즈벨트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이런 건 꼭 고쳐야겠다고, 신문을 통해 신념을 형성했다고 한다. 그런 역할을 하는 언론이 있어야 하는데 찾아보기 힘들다."

- 종편 패널들 어떤 면이 그랬던 건가.
"자기들 생각나는 대로 이러쿵저러쿵 예단하고. 어떤 사람은 더민주가 60석도 안 된다고 얘길 했다가 그 이튿날은 멀쩡하게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고….

- 지난 16일에 광화문에 가셨는데 개인자격으로 가셨다. 당 대표 자격으로 가는 게 맞지 않느냐는 지적이 많았다.
"정세균 의원하고 보자고 해서 만났다가 (정 의원이) 분향하러 가는데 같이 갈거냐고 물어서 같이 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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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종인, #문재인, #종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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