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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 정당의 득표율에 비하자면 도토리 키 재기다. 하지만 보수성향이 강한 밀양에서 녹색당이 1205표나 받은 것은 평가할 만한 의미가 있다. 그 표를 이끌어내기 위해 기울인 어르신들의 정성을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다."

녹색당으로 제20대 국회의원선거 비례대표후보로 나섰다가 실패한 이계삼(42)씨가 밝힌 소감이다. 녹색당은 전국에서 0.76%(18만 2301표)를 득표했고, 밀양에서는 2.20%(1205표)를 얻었다.

녹색당은 비례대표 1석을 얻기 위한 최소 득표 3%에 못 미쳐, 19대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 하지만 녹색당의 밀양 득표는 전국은 물론, 경남 전체 득표율(0.70% 1만 506표)보다 훨씬 높다.

도토리 키재기라 하지만 녹색당은 경남․밀양에서 새누리당, 국민의당,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에 이어 다섯 번째다. 밀양송전탑과 싸웠던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녹색당에 가입했고, 이같은 활동이 그래도 밀양에서 힘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계삼씨는 이번 선거 때 '나의 비례대표 녹색당'이라 새겨진 조끼를 입고 전국을 누볐다. 그는 선거운동 과정이 '정말 좋았다'거나 '축제처럼 선거를 치렀다'고 했다.

중등학교 교사 출신인 그는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사무국장을 맡으면서 '탈핵 전문가'가 되었다. 그는 선거에서 떨어졌지만 앞으로 탈핵탈송전탑 활동과 에너지악법 개정운동을 계속할 것이라 했다. 다음은 이계삼씨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한옥순씨가 8일 오전 경남도청 브리핑실에서 녹색당 총선 비례대표 이계삼 후보를 만나 안아주며 격려하고 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한옥순씨가 8일 오전 경남도청 브리핑실에서 녹색당 총선 비례대표 이계삼 후보를 만나 안아주며 격려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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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결과에 대한 소감?
"선거 운동 과정은 정말 좋았다. 전국 곳곳의 당원들이 놀라운 자발성으로 다른 당에서는 보기 어려운 활기를 뿜어내며 축제처럼 선거를 치렀다. 그 자체로도 큰 성과라도 생각하지만, 선거는 결과로 말하는 것이기에 과정과 결과의 괴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질문과 토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선거운동하면서 특별히 생각나는 일은?
"역시, 밀양 어르신들이 집단으로 녹색당 입당하신 일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그것은 후보인 나뿐 아니라 많은 녹색당원들에게도 그랬을 것이다." 

- 선거운동과 관련해 아쉬운 점은?
"선거 제도가 녹색당 같은 원외 소수정당에게 턱없이 불리하다는 것, 보수 3당 중심으로 선거 구도가 짜여져 있고, 진보진영의 존재감 자체가 쪼그라들었다. 녹색당은 일찍부터 정책을 생산했고, 토론할 준비를 했는데, 녹색당의 정책은 이번 선거에서 거의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다." 

- 비례대표 선거운동 방식에 있어 개선할 부분은?
"공직선거법은 비례대표 후보의 유세를 금지하고 있다. 그래서 마이크를 쓰지 못하고 거리에서 육성으로 외쳐야 했다. 나중에는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참담했다. 비례대표 후보는 존재하는데, 그 후보의 유세를 금지한다는 게 말이 되나. 녹색당에서 헌법 소원을 냈지만, 헌법재판소는 판단조차 하지 않은 채 뒤로 미뤘다."

- 녹색당 총선 도전은 이전에도 있었는데, 이번 결과를 이전과 비교한다면?
"19대 총선 때는 0.48% 10만여표, 20대는 0.76% 18만여표. 차별과 혐오를 앞장세운 극우 정당들이 분열하지 않았으면 원내에 진입할 뻔했던 것과 비교하면 녹색당을 포함해 원외 진보정당 3당을 합친 지지율이 2%가 되지 않는 결과는 무섭고 놀랍다. 이것의 의미에 대해서도 질문해야 한다." 

- 우리 국민들이 녹색당에 대한 지지가 왜 높지 않다고 보는지?
"기본적으로 인지도는 지난 선거에 비해 확실히 높아졌고, 당원도 많이 늘었다. 선거를 앞두고는 한 달에 1000명이 가입했으니깐. 한정된 범위이긴 했으나 녹색당의 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일정한 인지도 상승이 득표로 연결되기에는 원외 소수정당에 대한 신뢰도는 여전히 높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진보 진영 안에서도 사표방지심리가 작동하는 것을 느꼈다. 녹색당 운동이 생협 같은 협동조합이나 풀뿌리 운동과의 연계와 유대가 약한 점도 우리의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 상대적으로 밀양의 높은 지지율의 의미는?
"밀양송전탑 투쟁과 어르신들의 열성적인 활동 덕택이다. 제도권 정당의 득표율에 비하자면 도토리 키재기라 하겠지만, 밀양처럼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 그것도 기호 15번 녹색당이 1205표나 받은 것은 평가할 만한 의미가 있는데, 그 표를 이끌어내기 위해 기울인 어르신들의 정성을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다." 

- 녹색당의 공약 중에서 꼭 해결해 달라고 권고하고 싶은 공약이 있다면?
"너무 많다. (웃음) 어디 한두가지겠나.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부활해서 재생에너지가 에너지시장에 진입해서 핵발전 화력발전의존을 줄여나가는 일,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장치가 될 차별금지법 제정, 우리가 '청소년수면시간보장법'이라고 이름붙인, 9시 등교, 강제 야자보충 금지, 심야학원교습제한 등을 법제화하는 문제, 세입자들에게 숨통을 틔워줄 전월세상한제와 표준임대료 제도. 선거 기간 동안에 거의 한 번도 토론조차 되지 못한 절실한 공약이 수도 없이 많다." 

- 앞으로 정치를 계속할 것인지?
"나는 밀양 사람이고, 밀양에서 밀양녹색당 활동과 탈핵탈송전탑 활동과 에너지악법 개정운동을 계속할 것이다. 이것이 '정치'라면 정치를 계속하는 것이다."


태그:#녹색당, #이계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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