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구2>에서 젊은시절 형두 역의 배우 지승현이 1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배우 지승현은 북한 장교 안정준 상위 역을 맡았다. ⓒ 이정민


각 드라마의 주연과 함께 주목받는 조연들이 있다. 최근 종영한 KBS <태양의 후예> 속 지승현(35)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깜짝 스타'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엔 10년이라는 그의 연기 경력이 차고 넘친다.

드라마에서 그는 북한군 장교였다. 1회부터 송중기와 격투를 벌였고, 종반부엔 극중 유시진(송중기 분)의 생명을 구한 인물로 그려지며 시청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짧은 분량이었지만 극의 몰입도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그의 공을 알아본 걸까. 종영 직후 연신 이어지는 인터뷰 요청에 그는 서울 이곳저곳을 누비고 있었다. <오마이스타>는 지난 15일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오호라, 이것 봐라?

 드라마 <태양의 후예> 속 안정준(지승현 분)의 모습.

드라마 <태양의 후예> 속 안정준(지승현 분)의 모습. 짧은 출연이지만 유시진(송중기 분)와 격투신 등을 통해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 KBS


유시진이 대한민국 군인의 표상이자 신념의 사나이였다면, 지승현이 맡은 안정준 상위는 북한을 대표하는 신념의 사나이였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안정준을 두고 '북시진'(북한의 유시진)이란 별칭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의 출연이 애초부터 결정된 건 아니었다. 지승현은 "제작진들이 추천해서 감독님과 미팅을 하게 됐고, 작가님이 역할을 크게 키워주셨다"며 멋쩍어했다. 그는 "본래 카메오 출연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일단 액션 장면이 들어가기에 한 달 정도 캐릭터를 준비했다"며 "아마도 작가님이 '오호 이것 봐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정말 운이 좋은 경우"라고 답했다.

"남자들 입장에서 보면 멋있게 보일 캐릭터죠.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가 인류애 내지는 사랑이잖아요. 저 역시 안정준의 신념에 집중했습니다. '북시진'이란 별명도 그 덕에 생긴 거 같아요. 북한 사투리는 다행히 이전에 출연했던 <감격시대> 때 준비하던 게 있어서 써먹을 수 있었어요. 정작 그 때는 설정이 바뀌는 바람에 못 써먹었거든요."

그는 <감격시대>를 위해 사투리를 녹음해가며 준비하던 기억을 꺼냈다. 영화감독이지만 당시 드라마에 함께 조연으로 출연한 양익준의 도움이 컸다. 따지고 보면 안정준 캐릭터는 <감격시대>를 포함해 2년에 걸쳐 준비된 셈이었다.

현장심 : 현장을 간절히 원하는 마음

 영화 <친구2>에서 젊은시절 형두 역의 배우 지승현이 1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바람>과 <친구2> 등에 출연하며 입지를 넓혀온 지승현. 단역부터 시작해 자신의 진가를 알리고 있다. ⓒ 이정민


본격적인 데뷔는 영화 <바람>(2009)이라고 알려졌지만 사실 그전부터 지승현은 각종 드라마 단역과 보조출연을 전전하며 연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늘 하던 대로 했을 뿐인데 새삼 <태양의 후예>의 힘을 실감하고 있다"며 그는 "학군단 장교로 전방서 소초장으로 복무했을 때 알게된 후임들이 드라마를 보고 연락해왔다, 같이 만나 옛날 이야기 하며 술 한 잔 했다"는 일화를 공개했다.

"지금은 어엿한 소속사가 있지만, <바람> 전까진 직접 제 사진을 뽑아서 프로필을 만들었고 제작사를 찾아다니며 프로필을 돌렸거든요. 연기학원 다닐 때 나름 배운 방식으로 돌려도 보고 나중엔 좀 다르게 하기도 했어요. 안타까운 건 그때 몰려다니며 함께 프로필을 돌리던 친구들 중 저만 유일하게 연기를 하고 있네요.

그렇게 뛰어다닌 덕에 <바람> 오디션도 보게 된 거고 여러 드라마의 단역 출연도 하게 된 겁니다. 역할이 매우 작더라도 일단 출연은 하니까 힘든 걸 버틸 수 있었던 거예요. 내가 꾸는 꿈이 헛된 꿈은 아니라고 스스로 위안했던 거죠. 맨 땅에 헤딩하는 과정이었지만, 그 시절이 있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 같아요."

지승현은 인터뷰 중 희망고문이란 표현을 여러 번 썼다. "사실 지난해까지도 힘들었다"며 그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준비하던 영화 제작이 무산됐고, 주연으로 발탁된 한 웹드라마에서는 인지도 문제로 밀려나기도 했다.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 본가가 있는 부산으로 내려가려 했는데 <태양의 후예>를 하게 됐다"며 "다시 희망고문이 시작된 건지, 그래도 잘 버텨보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자신도 모르게 꿈 꿨던 배우의 길이 어느 새 그의 삶이 됐다. 사실 그는 경희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며 4년 내내 장학금을 놓치지 않은 학구파기도 하다. 교직 과목 이수까지 했단다. "영문과 진학은 할리우드에 진출하기 위한 거였고, 교생 실습을 해보니 가르치는 게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걸 처절하게 깨달았다"고 그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정말 현장에서 살고 싶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더 열심히 잘 뛰어보려고요."

인터뷰 말미 그가 던진 말이 맴돈다. 10년의 시간 동안 품고 삭여온 말이리라. 다행히 출연을 놓고 조율 중인 몇 작품이 있다. <태양의 후예> 이후 그의 매력을 맘껏 뽐낼 작품을 만나길. 준비된 시청자들이 벌써부터 기다리고 있다.

 영화 <친구2>에서 젊은시절 형두 역의 배우 지승현이 1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하트를 만들어보이며 미소짓고 있다.

"배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순간을 확실히 기억하진 못하지만 하기로 마음 먹은 뒤부터 한 길만 파고 있다"고 말한 그다. 최근 그는 둘째 아이를 낳았다. "<태양의 후예> 출연 직전 복덩이를 낳았다 보다"며 그가 사람 좋은 웃음을 보였다. ⓒ 이정민



지승현 유시진 송중기 태양의 후예 송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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