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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한 원인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국민의당을 변수로 주목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국민의당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고, 만약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1대1 대결로 갔으면 패배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이 주장은 사실일까? 국민의당을 창당한 안철수의 정치적 결단이 참패 위기에 놓인 야권의 정치적 운명을 뒤바꾼 신의 한 수였던가? 필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안철수 대표의 주장에 근거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제3당이 야권의 외연 확장에 기여해 야권이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국민의당이 새누리당 지지층 중에서 새누리당에 비판적인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정치적 무당파의 지지를 유인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분열은 전통적 지지층의 분화를 의미하기에, 새누리당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비호남 지역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총선에서 이 두 주장(외연 확장과 전통적 지지층 분화)은 모두 존재했다. 다만 이로 인한 손익을 셈했을 때 결과적으로 야권에 플러스가 된다고 보는 쪽이 긍정론, 마이너스가 된다고 보는 쪽이 비판론이다.

국민의당, 지역구에서는 글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4일 오전 국민의당 마포구 당사에서 선거상황판에 당선된 후보의 이름표를 붙이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4일 오전 국민의당 마포구 당사에서 선거상황판에 당선된 후보의 이름표를 붙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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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는 어떨까? 비례대표 의석수 증가가 큰 성과라는 건 틀림없지만 관건은 300개 의석 중 253개 의석이 달려 있는 지역구다. 이번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을 한 것도 결국 지역구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여기서도 국민의당 변수가 영향을 주었을까?

야권이 지역구에서 대승할 수 있었던 것은 3개 권역에서 19대 총선보다 좋은 결과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 압승했고, 충청권에서는 대등한 성적을 거두었으며, 영남권에서 선전했다.

그런데 이 세 지역에서 외연 확장을 이룬 정당은 국민의당이 아니라 더민주다. 국민의당 은 원래 야권이 의석을 차지하고 있던 지역에서 의석을 차지했다. 그 외의 지역에서 국민의당은 새롭게 지역구 의석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따라서 국민의당은 비례대표와 달리 지역구에서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더민주는 외연확장을 하기 어렵다'는 안철수 대표의 말은 지역구에서는 틀렸다.

이에 대해서 안철수 대표의 논리를 옹호하는 측은 이런 반론을 할 것이다. 국민의당이 주연이 되지는 못했지만 새누리당 지지층의 표를 잠식하여 결과적으로 더민주 후보를 도와주는 중요한 조력자의 역할을 했다고 말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구체적인 선거 결과를 통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이를 위해서 국민의당 창당 전인 2012년 19대 총선 결과와 국민의당 창당 후인 이번 총선 결과를 비교해보려고 한다. 비교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하여 가급적 19대와 20대 선거에서 후보자가 동일한 경우를 우선적으로 인용했다.

새누리에서 더민주로 넘어가기도

먼저 두 선거를 비교해서 보면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더민주 지지로 이동했거나, 기존 무관심층에서 더민주 지지층으로 이동했다는 가능성이 포착된다. 이 경우는 더민주 자체가 외연확장을 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안철수를 비롯한 국민의당 논리를 반박할 수 있는 핵심 근거가 된다.

이와 관련하여 먼저 국민의당 후보가 없어서 사실상 여야 1:1 대결로 두 차례 선거를 치른 경우를 보면 좀 더 선명하다. 이런 사례는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서울 동대문을 지역구를 보면 19대 때에는 홍준표 새누리당 후보가 44.5%, 민병두 민주통합당 후보가 52.9% 기타 2명의 후보들이 1.56%를 얻었다. 그런데 이 번 20대 총선에서는 박준선 새누리당 후보가 38.2%, 민병두 더민주 후보가 58.2%, 민중연합당 후보가 3.7%를 얻었다.

부산 북강서갑의 경우 19대 때는 박민식 새누리당 후보가 52.4%, 전재수 민주통합당 후보가 47.6%를 얻었는데, 이번엔 박민식 후보가 44.1%, 전재수 더민주 후보가 55.9%를 얻었다. 서울 은평갑, 부산 사하갑과 남을 지역구 등도 마찬가지다.

여기 언급한 사례는 모두 야권이 승리한 지역이지만, 패배한 지역에서도 더민주 후보들의 외연확장 사례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이의 대표적인 지역이 바로 강남구다.

강남갑의 경우 19대 때는 심윤조 새누리당 후보가 65.32%, 김성욱 민주통합당 후보가 32.83%, 기타 후보들이 1.82%를 얻었었다. 그런데 20대 때는 이종구 새누리당 후보가 54.8%, 김성곤 더민주 후보가 45.8%를 얻었다.

20대 때는 19대 때 강남갑에 속한 삼성동과 도곡동이 병지역으로 이동하였는데, 해당 동의 새누리당 지지세는 갑 지역에 속한 다른 동의 평균 정도다. 그래서 동 이동에 따른 영향은 사실상 없었다. 그만큼 더민주 후보 지지층이 급증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강남병 선거구에서도 나타난다. 이 지역에서는 더민주가 새누리당 지지층과 기존 무당파의 표를 흡수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필자가 강남구 사례를 특별히 언급한 이유가 있다. 이번에 더민주 후보들이 부산경남에서 예상외의 선전을 펼친 것을 두고 지역적 요인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즉,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우세하면서 상대적으로 더민주의 호남색이 약화되었고, 이것이 영남에서 선전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논리는 지역적 변수만을 중심에 놓고 설명하면서 다른 변수를 고려하지 않는 우를 범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논리로는 보수 여권지지 성향이 매우 공고하고 출향 영남 출신 엘리트들이 많이 거주하는 강남구에서의 변화를 설명할 수 없다.

특히 강남갑의 김성곤 후보는 호남에서 3선을 하다가 당에 대한 봉사 차원에서 강남갑 지역에 출마한 경우다. 사실상 강남구와 관련이 거의 없는 호남 중진의원이 선거를 얼마 앞두고 출마했음에도 45.8%를 득표한 것은 정권심판론을 빼놓고 설명하기 힘들다.

지역구에서 국민의당은 새누리보다 더민주 지지층을 잠식했다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개표결과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개표결과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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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살펴본 경우는 국민의당 후보가 없었음에도 더민주 지지율이 올라간 몇 가지 사례였다. 다음으로 국민의당이 존재했음에도 더민주 후보자들이 새누리당 지지층 및 무당파 지지층을 끌어들인 것이 확인된 경우다.

국민의당 후보가 있었음에도 더민주 후보 지지율이 19대와 20대 모두 동일한 수준으로 나왔다면 이는 더민주 지지층이 확장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왜냐하면 국민의당 후보들이 더민주 지지층을 잠식한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서울 서대문을 지역을 보면 19대 때는 정두언 새누리당 후보 49.4%, 김영호 민주통합당 후보는 48.5%, 김종수 국민행복당 후보는 0.97%, 홍성덕 정통민주당 후보는 1.12%를 얻었다. 20대 때는 정두언 새누리당 후보 39.9%, 김영호 더민주 후보 48.9%, 홍성덕 국민의당  후보가 11.20%를 얻었다. 이와 비슷한 경우는 서울 종로, 중랑을 지역에서도 확인된다.

그렇다면 국민의당은 더민주와 새누리당 중에서 어느 쪽 지지층의 표를 더 잠식할까? 대략적인 수준을 가늠하기 위하여 19대와 20대 선거에서 새누리당과 더민주 후보가 동일하고 국민의당 후보만이 20대에 추가된 사례를 골라보았다. 이런 경우가 서울 구로을과 영등포을 지역이다.

구로을 지역을 보면 19대 때 강요식 새누리당 후보는 35.05%, 박영선 민주통합당 후보는 61.94%, 심재옥 진보신당 후보 3%를 득표했다. 20대 때는 강요식 새누리당 후보가 31.5%, 박영선 더민주 54.1%, 정찬택 국민의당 후보는 12.6%, 기타 1.7%였다.

19대와 비교해서 보면 강요식 새누리당 후보는 3.55%p, 박영선 더민주 후보는 7.84%p 하락했는데, 이 둘을 합하면 11.39%p가 된다. 국민의당 후보는 대체로 두 후보에서 이탈한 정도의 합만큼 득표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더민주 지지층 이탈이 새누리당 지지층 이탈보다 2.21배 정도 높다고 추정할 수 있다.

영등포을 지역을 보면 19대 때 권영세 새누리당 후보가 47.4%, 신경민 민주통합당 후보가 52.6%를 얻었는데, 20대 때는 권영세 새누리당 후보 37.7%, 신경민 더민주 후보 41.1%, 김종구 국민의당 후보 18.7%, 기타후보들 2.5%를 얻었다. 권영세 후보와 신경민 후보는 국민의당이 등장한 이후 각각 9.7%p, 11.5%p의 득표율이 하락했다. 이만큼을 국민의당 후보와 기타 후보들이 얻은 것이다. 이 지역 더민주 지지층 이탈이 새누리당 지지층 이탈보다 1.2배 정도 높다고 추정할 수 있다.

지역구별로 사정이 균일하지는 않으므로 이탈율의 정도를 정확하게 가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더민주 지지층의 이탈이 새누리당 지지층 이탈보다 많았다는 정황근거는 있다. 국민의당 후보들 상당수가 기존 민주당 계열 출신 정치인들이고, 정치 신인들 역시 야권에 연고를 갖는 경우가 많다. 특히 민주당 계열 정당의 분당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렇게 보면 앞에서 종로, 중랑을, 서대문을처럼 더민주 후보가 국민의당 후보들이 있었음에도 19대와 20대 때 동일한 득표율을 보이는 경우, 더민주 후보들은 국민의당 후보들보다 더 많은 외연확장(새누리 지지층 + 무당파)을 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지역구에서 국민의당의 효과는 마이너스였다

위와 다르게 국민의당 변수가 지역구 선거에서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여럿 있다. 우선 더민주와 국민의당 후보 합산이 새누리당 후보 득표율을 넘은 지역이 총 33개이고 그 중 수도권이 23개 지역에 달한다.

서울의 경우 새누리당이 12곳을 이겼는데, 새누리당이 자력으로 50%를 넘긴 강남갑, 병 그리고 서초 갑 3곳의 지역구를 빼면 9곳이다. 여기서 새누리당 후보들이 40%가 안 되는 관악을, 중·성동을, 강북갑 지역은 야권 단일화가 이뤄졌으면 야권 후보의 승리가 매우 높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 외 지역이 6곳(도봉을 43.7%, 강서을 45.9%, 동작을 43.4%, 서초을 46.8%, 송파갑 44%, 양천을 42%)이다. 역대 선거 경향을 볼 때 서초을과 송파갑 지역의 경우 야권이 승리하기 어렵다고 가정한다면, 4곳이 남는데 독자적으로 50%에 근접한 강서을 지역을 빼고 40% 초반 지지율을 보이는 도봉을, 양천을, 동작을 3곳은 야권연대를 했을 경우 치열한 경쟁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패턴은 경기, 인천, 대전에서도 나타난다. 특히 인천 부평갑, 경기 안산단원갑, 안산단원을 등 3개 지역은 새누리당 후보 지지율이 40%을 넘지 못한다. 이 지역을 보면 더민주와 국민의당 후보들이 2등과 3등을 했는데, 3등한 후보(더민주 3곳, 국민의당 3곳)들이 20%를 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야권표가 2등 후보에게 몰리지 못하고 분산된 것이다.

이처럼 야권분열에 따른 패배가 명확하다고 할 수 있는 지역이 6곳이다. 이 외에도 야권후보들이 낙선한 경우를 보면 3등한 야권 후보와 2등한 야권 후보와의 격차가 적게 나타난 경우이다. 그리고 서울 동작갑처럼 야권 강세 지역에서 더민주 후보가 당선된 경우에도 3등 후보가 선전할수록 2등을 한 새누리 후보와의 격차가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렇게 볼 때 지역구에서 야권 분열은 야권 전체에 긍정적인 역할을 주지 못했다. 6곳은 야권분열에 따른 패배가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몇 곳은 새누리당과 1:1 구도가 형성되었으면 야권 후보가 승리했을 것이다.

야권의 승리는 정권심판론에 따른 반사이익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14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심의 무서움을 깨닫는다"며 "이번 총선에서 국민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경제실패 책임을 준엄하게 심판했다"고 말했다.
▲ 김종인 "민심의 무서움을 깨닫는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14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심의 무서움을 깨닫는다"며 "이번 총선에서 국민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경제실패 책임을 준엄하게 심판했다"고 말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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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볼 때 지역구에서 야권이 압승을 하게 된 것은 안철수와 국민의당 때문이 아니다. 정권심판론이 강하여 야권에 대한 지지가 몰렸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내일신문>은 여론조사기관 디오피니언을 통해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었다.

여론조사 결과 55.3%가 이번 총선을 여당 심판 선거로 보고 있었고 22.6%만이 야당 심판론에 동조하고 있었다. 특히 서울의 경우 61.4%가 정권심판론에 동조하고 있었다. 수도권 야당 압승의 원인을 알 수 있는 근거다.

그러함에도 여러 기술적 한계가 있는 지역구 단위 여론조사 결과가 여당에 유리하게 나오고 이것을 중심으로 공론이 형성되다보니 저변에 깔린 정권 심판론의 위력을 제대로 포착해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부산 경남 울산과 같은 야권의 약세 지역과 충청권처럼 경합 열세 지역에서 더민주후보들이 좋은 성과를 낸 이유는 정권심판론과 함께 후보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 수차례 낙선을 거치면서 꾸준히 지지세를 넓혔거나, 지역구가 야권에 유리하게 개편되었거나, 지역 경제 요인 등이 작용한 결과다. 여기에 부산경남 지역에서는 더민주와 진보 세력 사이의 야권 단일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여기에서도 국민의당의 긍정적인 역할을 찾는 것은 어렵다.

장기적으로 보면 진보 야권은 2006년, 2007년, 2008년 3대 선거에서 궤멸적 타격을 받은 이후 2010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점차적으로 세를 확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도 야권에게 여러 마이너스 요인이 있었고, 야권이 대안 세력으로 신뢰를 주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도 이명박 정권 이후부터 누적된 뉴라이트 등 보수 세력에 대한 불만이 그 임계점을 돌파하여 야권의 마이너스 요인을 상쇄하고도 남았던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압승은 야권이 잘해서 얻은 성과가 아니다. 따라서 야권은 겸허해져야 한다. 더민주가 제1당이 된 것은 본인들이 잘해서 얻은 결과 아니다. 그리고 국민의당 역시 야권의 대승에 자신들이 기여한 바가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태그:#안철수, #제3당,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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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박사이며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사료연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에 대한 재평가를 목적으로 한 김대중연구서인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시대의창, 2021)를 썼습니다.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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