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년 동안 가방에 달고 다녔던 노란리본을 창에 붙여두었다.
 지난 2년 동안 가방에 달고 다녔던 노란리본을 창에 붙여두었다.
ⓒ 안희경

관련사진보기


2016년 4월 16일, 햇빛이 연두색 포도 잎에서 부서질 때, 노란 리본을 창에 붙여보았다. 가방에 매달려 이리저리 쓸려오는 동안 스폰지 안팍은 거뭇해졌다. 지난 2년 동안 한국 사회에 더욱 짙게 스며든 노란색에 대한 조건반사적 거부 반응들. 슬픔은 멸시와 조롱에 짓찢겨 너덜너덜해졌다.

2014년 4월 16일, 가라앉는 세월호를 두고 발만 굴러야했던, 보잘것없는 단백질 지방 덩어리 인간이라는 무력감이 지워지지 않는다. 732일이 지났다. 2천 번 넘게 밥숟갈을 떠 넣은 시간들이다. 미안함을 비벼 꾸역꾸역 넣다가도 까맣게 잊고 맛을 탐했다. 하지만, 사이 사이 자책의 신물은 올라왔다. 그 동안 우리는 무엇을 밝혀냈고, 무엇을 고쳐냈는가? 미약한 나는 또 어떻게 살아왔던가….

노란  리본은 꽤 여러 번 나의 가방 안을 들락여야했다. 때론 달랑거리는 리본이 상대에게 케케묵은 유년의 포한까지 토해내게 하는 점화장치로도 이어졌기 때문이다. 애도와, 진실을 밝히는 노란 상징은 어물거리는 나의 변명으로 수그러들기도 했다. 나는 상대의 길 잃은 분노부터 다독였다. 상대 또한 정직하고 공정하게 살려고 애써온 정 많은 생활인이기에…  배려와 소통을 위한 행동이었다고 나의 주춤거리던 시간들을 포장하자니 또 입안이 서걱거린다.

누가 우리의 평화를 가로막는가

16일 오전 경기도 안산 세월호참사정부합동 분향소 앞에서 유가족, 시민, 국회의원 등이 참석해 세월호참사 2주기 기억식이 열리고 있다.
 16일 오전 경기도 안산 세월호참사정부합동 분향소 앞에서 유가족, 시민, 국회의원 등이 참석해 세월호참사 2주기 기억식이 열리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무엇이 일상의 평화를 꿈꾸는 이들을 한 순간 사납게 돌변하도록 만드는가? 나는 국가권력의 옹졸한 편가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키고 싶은, 아니 목줄을 잡고 있는 힘의 이익을 위해 다수 국민을 이간질시킨 질 나쁜 선동이었다.

세월호는 시장 속에서 퇴출될 수 밖에 없던 부실한 기업이 부패한 공권력과 협잡하여 생긴 재앙이다. 편법 탈법을 묵인하는 행정의 빈틈 속에서 사람 목숨을 담보로 돈을 벌어왔다. 이미 저잣거리에서는 목숨 또한 단가에 들어가는 숫자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굳이 신자유주의 탄생을 헤아려 30년됐느니 햇수를 들이밀기도 옹색하다. 인간의 존엄이 대우받지 못하는 공간에서 어찌 승객 우선 대피와 신속한 구조작업을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 구조마저도 인양 회사 언딘의 이윤을 먼저 챙겨주는 뼛속까지 찌든 돈의 하수인이된 공권력이었다.

아이들이 물에 가라앉기 전 마지막 먹은 식사마저도 온전히 영양을 갖춘 음식이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지금도 수많은 학교 급식에는 단가를 따지고 따진 양파와 어묵과, 수차례 끓고 또 끓던 식용유에서 건져낸 닭튀김이 나올 것이다. 돈 벌기 더욱 힘들어진 시절, 세계가 경쟁하는 만큼 단가 맞추는 사회에서 생명은 이윤보다 뒷전일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를 당하고 희생자 가족들은 가슴 저미는 고통 속에서 쉼없이 참사의 원인을 물어왔다. 유가족들은 함께 사는 길을 도모하지 않는다면 세월호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가라앉는다는 답을 얻었고, 온 몸을 다해 세상에 외치고 있다. 슬픔도 제대로 한 번 토해내지 못한 그 답답한 숨통을 붙들고 세상이 깨어나도록 호소한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하지만 세월호참사가 일어나고 2년 동안 우리 정부는 죄의 무게만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진상을 밝히지 않고 시급히 덮으려했고, 권력과 기업의 부패고리를 척결하지 않은 채 행정부 일부 개편만을 선언하며 빠져나갔다. 사회 안전망은 여전히 경제순위에서 뒤로 밀려나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거운 것은 슬픔을 억누르고 모욕한 죄다. 유가족 뿐 아니라 슬퍼하는 모두를 냉대했고, 국정을 마비시키는 불손한 세력이라 몰아세웠다.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공감의 위로와 요구를 정치적 잣대로 끊어내려했다. 슬픔도 사고수습의 한 부분이 된 것이다.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고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재촉한다. 일하는 사람들의 자리가 이윤을 독려하는 셈법 속에서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국민들로부터 원내 1당으로 선택받은 더민주는 세월호 2주기 행사에 공식적으로 참석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다수당이 아니어서 진상 규명을 하지 못해 안타깝다던 그 변명마저 의혹을 갖게한다.

여소야대의 정국이다. 야권은 이제 구질한 변명을 거두어야한다. 준엄한 민심에 실천으로 답을 할 때이다. 세상은 당겨진 만큼 다시 당겨지며, 자리를 틀어잡으며 걸어왔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사이의 정은 없는 듯하다가도 불현듯 하나로 이어지듯, 깊고 질기다. 세월호 리본을 다시 가방에 옮겨 달며 하늘을 보았다. 시리도록 환하다.


태그:#세월호 , #참사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