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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재수정 : 16일 오전 10시 15분]

필자는 지난 14일 진보 정당이 현실적인 조건 하에서 집권을 목표를 한다면 대대적인 수정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한 바 있다(관련 기사 : 진보 정당, 집권하려면 불순해져라). 그러자 다음날(15일) 정의당과 더민주의 당대당 통합을 제안하는 글이 당내 게시판에 올라와 있다. 물론 이는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 물론 정의당이 '더민주 2중대'라는 얘기 또한 곧잘 듣기도 했다는 점은 사실이다.

대부분의 진보 정당은 제3당의 자리를 지향한다. 이번 총선 결과를 보면, 국민들이 제3당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는 건 분명하게 드러났지만, 그렇다고 소수의 진보 정당에 표를 주진 않는다는 점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싫든 좋든 현재의 진보 정당들은 바로 이 점을 성찰할 필요가 있다. 안철수만큼의 인지도까진 몰라도 정의당에도 심상정과 노회찬 같은 스타급 정치인이 있음에도 대다수 국민들은 진보정당을 선택하지 않는다.

이미 대다수 국민들은 더민주 정도만 해도 진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다, 그보다 더 왼쪽에 있는 정의당을 운동권 정당 이미지로 보는 시각이 안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떤 이들은 정의당을 잘 모르거나 알더라도 종북 정당 아니냐는 식으로(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일반 대중들에게 퍼져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찍어줄 리가 만무한 것이다.

적어도 우리나라 대중 현실에선 '왼쪽일수록 종북이야'라는 잘못된 편견이 알게모르게 안착되어 있다. '좌파 빨갱이'라는 게 달리 나온 말이 아닐 것이다. 물론 젊은 세대들에게는 이 편견이 덜 할 수 있지만, 보수 정권과 여당은 종종 북한 프레임을 잘도 활용하는 터라 정작 종북이 아닌 진보 정당한테는 이 편견적 이미지의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이 점에선 내키지 않더라도 필자는 진보 정당 역시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민주-정의당 당대당 통합 제안이 반가운 이유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개표결과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개표결과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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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입법 가능성의 역량을 따지는 점도 있다. 기존 운동권 정당처럼 장외 투쟁만 외치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한테는 꽤 무기력한 진보 정당으로만 보였지 않았나 생각한다. 적어도 법치주의 국가에서의 현실 정치는 입법을 통해 실질적인 효과를 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제도를 바꾸려면 얼마만큼 입법의 역량을 갖고 있는가가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도 정의당과 더민주의 통합 제안이 긍정적으로 여겨진다. 다소 진통과 분열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한편으로 당대당 통합으로 가는 것이라면 차라리 그게 더 낫다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보다 영악하고 오만한 박근혜 정권과 집권 여당에 맞서 정권을 재탈환하고 우선은 진보 정당의 성장 환경 생태계를 갖추는 일도 중요하다고 본다.

실제로 김대중·노무현 집권 하에서의 진보 정당 성장율과 이명박 박근혜 정권 하에서의 진보 정당 성장율은 명확한 차이가 있다. 적어도 이명박근혜의 보수 정권 하에서는 진보 역시 더욱 생고생만 할 것이다. 무엇보다 기존의 진보 정당이 운동권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진보 간판 이미지를 좀 떼고 차라리 중도 진영 판에 참여하는 게 더 낫다고 보고 있다.

물론 정작 더민주에서 이를 받아줄지가 좀 의문이기도 하고(왜냐하면 운동권 정당과 통합하는 것 아니냐는 혹시 모를 우려와 부담 작용), 또한 정의당 내부에서도 이를 반대하는 세력들도 있다는 점에서 다소 진통과 분열도 있을 것이기에 쉽지 않은 길일 것이다. 그럴 경우 오히려 정의당은 분화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진보 간판으로는 결코 살아남기 힘들다. 따라서 당대당 통합이라면 충분히 고려해볼 만하다고 생각된다.

만일 야당에 실망하면 대한민국은 또다시 우클릭할 수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날인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정의당 사무실에서 심상정 상임선대위원장과 천호선 공동선대위원장, 비례대표 후보자들이 출구조사발표를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 정의당, 출구조사 시청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날인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정의당 사무실에서 심상정 상임선대위원장과 천호선 공동선대위원장, 비례대표 후보자들이 출구조사발표를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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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통합이 더민주에도 이익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단순히 의석수 증대의 이익만이 아니다. 6석을 더 얻는 이익을 넘어 더민주 정당으로선 이번 기회를 통해 자칫 대한민국이 또다시 여당에게로 돌아갈 보수화를 막고 새로운 쇄신을 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 중요한 결정적 이유는, 대한민국 전체 행보를 놓고 볼 때도 이것은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만일 국민이 야당에 기회를 줬음에도 다시 실망을 하게 될 경우, 우리나라 국민들은 다시 보수 정당을 선택하는 우클릭을 하게 될 가능성 역시 높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실망은 압도적인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과 보수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나타났었잖은가. 즉, 이 주장엔 분명한 근거가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야당에 실망하면 진보 정당에 표를 주지 않고 다시 우클릭을 하게 되는데, 이는 더민주를 포함한 야권 진영 전체에게도 다시금 생고생만 안겨주는 꼴이 될 뿐이다. 당연히 이는 국민들한테도 폐해가 될 것이다. 야당의 쇄신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이명박 박근혜 정권 하의 잃어버린 10년을 다시금 반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 이후 그리고 지난 탄핵 후폭풍으로 열린우리당의 집권 이후에는 훨씬 더 왼쪽으로 갔어야 했다고 보는 입장이다. 당시 한나라당 연정 같은 그런 애매한 스탠스를 취하는 것이 되려 역풍과 부작용을 맞은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또다시 크나큰 사회적 비용을 치룰 수 있다.

이제는 대한민국 전체가 좀 더 왼쪽으로 가도록 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것이 보수 새누리당의 환경을 좀 더 제약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이를 테면 이번 기회를 통해 야권은 선거제도와 개헌 가능성을 높이고 좀 더 불평등을 해소할 진보적인 경제 복지 정책들의 실현가능성을 높여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세월호특별법, 테러방지법, 국정교과서, 위안부 합의 문제 등 이러한 현안을 재검토하여 다룰 수 있는 힘 있는 야당이 있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만에 하나 또 다시 야당이 실망을 안겨주게 된다면 이제는 정치 혐오와 무관심층의 증대 그리고 이로 인해 대한민국 전체가 우클릭 되는 방향으로 가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더민주는 좀 더 개혁적인 진보 정책들을 펴야 한다고 생각하며, 진보 정당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중도 진영으로 잠입하는 수정 전략이 오히려 전체 대한민국 행보에서 볼 때는 좀 더 나은 선택이라 여겨진다.


태그:#더민주, #정의당, #통합, #진보 정당, #수정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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