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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국민의 심판은 준엄하고 절묘했다. 3권 분립을 짓밟은 채 제왕적 대통령으로 폭주하던 박근혜 정권에 제동을 걸었다. 제 잘못에는 침묵한 채 야당심판을 외치던 선거의 여왕이 어떻게 레임덕의 진흙탕으로 전락할 수 있는지 만천하가 목격했다.

민심은 청와대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채 공천 파동 등에서 국민을 한없이 깔보던 새누리당에 철퇴를 가했다. 박근혜 정권심판보다 서로 헐뜯기에 바빴던 야당답지 못한 더민주, 국민의당 등 두 야당에게도 승리와 경고를 동시에 안겨주었다.

잘해서 야당에게 압승을 안겨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두 야당의 승리는 청와대와 여당에 대한 심판의 반사이익에 불과한 것으로 언제든 지지를 거둘 수 있다는 메시지를 유권자들은 표를 통해 명쾌하게 밝혔다.

4.13 총선은 유권자들이 떨쳐 일어선 선거혁명이라 할만하다. 유권자는 식물적 존재가 아니고 살아있는, 집단적인 응징과 절묘한 선택의 기적을 산출할 수 있는 무서운 능력자임을 알렸다.

민중은 최후의 심판자로서 결정적인 순간에 혁명적 역사를 창출한다는 진실이 다시 입증됐다. 한국 민중은 4.19혁명과 광주항쟁, 87년 6월 항쟁의 주역으로 민주주의의 기적을 이룬 주체다운 모습을 과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제1투표소에서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를 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 투표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제1투표소에서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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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에게 절망과 고통을 강요하던 폭력적 정치를 심판했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공약을 남발하고 당선된 뒤에 나 몰라라 한 배신의 정치, 국민을 능멸하는 정치에 철퇴가 내려졌다.

주권자인 국민을 무시하고 두려워하지 않는 막가파 정치를 유권자가 용납하지 않았다. 지난 수년간 여당의 연전연승으로 자만해진 박 대통령과 여당에게 나라의 주인인 유권자가 등을 돌린 것이다.

야당에 대한 표심 또한 의미심장하다. 지난 수년간 대소 선거에서 연전연패했던 야당, 무능하고 무기력한, 여당에 끌려만 다니는, 그래서 존재감 없던 야당에게 승리를 안겨줬지만 거기에 달린 꼬리표는 준엄했다. '문재인식 정치'에 대한 심판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제 20대 총선을 하루 앞 둔 12일 오후 광주를 다시 방문해 후보들과 '오월의 어머니 집' 방문을 마치고 광주시민-전남북도민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제 20대 총선을 하루 앞 둔 12일 오후 광주를 다시 방문해 후보들과 '오월의 어머니 집' 방문을 마치고 광주시민-전남북도민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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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지 않고 분당을 방치한 뒤, '호남홀대론'에 대해서는 호남이 잘못 알고 있다고 되레 호통을 치고, 분당 사태에 대해 남 탓만 하던 정치에 유권자들이 퇴출 명령을 내린 것이다.

안철수식 정치에도 메시지가 던져졌다. 호남의 표심은 더민주당에 대한 통렬한 심판을 내리면서 국민의당에게 한번 기회를 준 것과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 유권자들이 더민주와 국민의당에게 표를 던진 결과는 문재인식 정치는 퇴장명령, 안철수식 정치에는 그래도 한 번 더 기회를 준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것이다. 야당이면 야당답게 하라는 명령이다.

유권자들은 4.13총선을 통해 정치권이 변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여당은 가혹하게 심판했고 야당에게는 조건부 승리를 안겨주었다. 그러면서 잘못할 경우 강력히 응징한다는 경고도 분명히 했다.

유권자들에게 '우리가 아니면 누구를 찍겠소?'라는 협박식 정치나 당선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기만적 정치는 더 이상 발붙일 수 없다는 경고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여소야대가 된 정치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 이래 뒷걸음질 친 민주주의, 양극화 심화로 더욱 어려워지는 경제문제, 전쟁불사라는 말 폭탄이 일상화된 남북관계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박 대통령의 법치를 짓밟는 시행령 정치, 행정지침 정치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2012년 대통령선거에 국정원이 불법 개입한 사건이나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 현 정권에서도 꼬리를 무는 군납비리 등에 대한 진상이 규명되고 해결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국제사회가 비판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위안부 문제 한일 정부 야합, 테러방지법을 빙자한 국정원에 대한 권한 강화, 인터넷 신문 등록 요건을 강화해 언론자유를 유린하려는 행정조치를 백지화하고 언론 장악을 위한 부적절한 인사나 조치 등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노동현장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자본의 횡포를 더 심하게 만드는 노동 관련 행정명령을 폐지하고 국회에 계류중인 노동악법도 당연히 폐기해야 한다.

정치는 국민에 대한 정치 서비스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은 국민의 정치 머슴이다. 이런 기본적인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던 정치권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 개혁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는 이번 총선에서 확인된 지상명령이다. 유권자의 위대한 힘이 투표함을 열기 전에는 감춰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국민은 두 눈을 부릅뜨고 정치권을 살피면서 벼르고 있었다는 것이 명백히 밝혀졌다. 다른 분야에 비해 유독 낙후된 정치권이 이번에 거듭날 것을 유권자가 명령했다. 특히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고 정당내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개혁이 즉각 시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유권자들의 제2, 제3의 심판이 내려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미디어라이솔 등에 실렸습니다.



태그:#총선, 새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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