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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제대로 하기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제대로 하기
ⓒ 일과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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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에게 감흥 없는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유해요인조사를 둘러싼 전반적인 문제점 검토 필요

근골격계 부담작업 유해요인 조사 법제화 이후 13년. 다섯 번의 반복적인 유해요인조사가 수행된 현재, 안타깝게도 유해요인조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는 매우 낮아진 상태다. "근골격계질환도 직업병이다"라는 노동자 건강권 보장을 위한 치열한 투쟁은 점차 잊혀져 가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무엇 때문에 노동자마저도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유해요인조사가 되었는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노동부나 안전보건공단 또는 근로복지공단과 같은 유관기관만의 잘못은 아닐 듯하다. 물론 제도와 정책, 관리 및 감독에서 발생하는 파급효과와 연계성은 올바른 유해요인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축이다. 뿐만 아니라 유해요인조사 대행기관과 사업장의 사업주와 안전보건관리자, 노동조합의 문제점 등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우리의 문제인식은 각 주체들이 다양한 문제에 대해 서로 상이한 이해관계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일한 목표를 가지지 못하거나, 극히 일부분만 개선이 이루어져 그 효과가 크게 나타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장 핵심적인 이해당사자인 현장 노동자들의 적극적 참여와 만족도 향상을 위하여 다음과 같은 활동의 방향설정이 필요하다.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의 전반적인 문제점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의 전반적인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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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로부터 호응을 얻는 유해요인조사가 되기 위하여

힘들게 마련된 유해요인조사를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설계가 바람직할까? 아마도 정체성 없는 유해요인조사의 반복적 시행은 현장 노동자 스스로 외면할 것이고 결국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될 수 있다. 이에 유해요인조사의 중심에 있는 안전보건 활동가들에 의해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노동자로부터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유해요인조사가 기획되어야 한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근골격계질환센터는 이러한 고민을 가지고 있으며, 다년간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다음과 같은 유해요인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실제 사업장 상황에 따라 제시된 방법론은 유동적으로 변경될 수 있으므로 참고하여 활용하길 바라며 이를 통해 올바른 유해요인조사를 진행하자.

첫째, 노동자가 적극적으로 현장조사에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노동자 자신의 작업을 스스로 평가하고, 위험요인을 찾아내고, 적극적으로 개선안을 탐구하는 형태가 가장 바람직한 유해요인조사 방법이다. 그러나 작업자 개개인에게 평가를 위한 전문화 교육을 배치하기는 쉽지 않다. 조금 더 수월한 방법으로 현장의 작업자 대표(이하 실행위원)를 선임하여 이들이 유해요인조사에 개입하도록 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이들은 본인의 담당구역 내에서 작업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평가를 지원하며, 개선활동을 수행한다. 물론 이러한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전문화 교육이 배치되어야 한다.

둘째, 전직원 교육을 통해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을 설명하고, 유해요인조사 시행을 홍보하는 등 조사 중 작업자 참여를 유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증상설문조사를 작업자 교육 시간 내 시행하여 시간 및 노력 등의 물리적 자원 투여를 최소화 할 수 있다. 교육과 증상설문조사 이후 예비조사(실행위원에 의한 본조사 평가개소 선정을 위한 현장조사)를 수행한다.

셋째, 근골격계질환을 발생시키는 직접적인 물리적 요인(무리한 힘의 사용, 불안정한 작업자세, 정적인 특성, 반복성 등) 이외에 직무스트레스, 직무만족도 등 사회심리적 요인, 조직적 특성 등 간접적인 요인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 현장개선이 앞으로 아프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일이라면, 증상조사설문은 지금까지 나쁜 현장에서 작업을 수행해 온 작업자들 중 증상호소자를 선별하는 과정이다. 통증의 정도, 통증의 지속기간, 통증의 주기 등을 고려하여 선별된다. 증상조사설문지는 국내에서 통용되는 설문지를 사용할 수 있다.

한편, 증상조사설문을 통해 확인된 증상호소자들에 대해 검진 등이 수행해야 한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경우 증상조사설문 결과에 따라 검진이 필요한 대상자를 선별하며(강한 통증 호소자) 이후 병원 진료를 통해 문진, 촉진 및 기타 검사(증상에 따라 MRI, 초음파 검사 등을 수행함)을 진행한 후 최종 확진 과정을 거친다.

넷째, 작업특성에 맞는 평가도구의 선정과 사용이 요구된다. 본조사 평가개소를 근골격계부담작업 11개 항목으로 선정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선택이다. 근골격계부담작업 11개 항목에 대해서는 그간 학계를 통해 많은 문제점(이와 관련된 정보는 인터넷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어 본문에서는 그 내용을 생략한다.)들이 지적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평가대상을 이것으로 한정하여 유해요인조사가 수행되는 경우가 있으며, 평가도구를 KOSHA CODE만으로 또는 일부 평가도구(특히 OWAS)만을 사용하여 평가와 분석을 진행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았다.

평가와 분석을 수행하는 주된 이유가 현장개선을 위한 자료생성이라 하면, '어떠한 위험요인 때문에 어떠한 신체부위에 작업부담이 발생하고 있다'라는 식의 개입지점이나 개선안 방향이 평가결과에 나타나야 한다. 즉 고위험이냐, 위험이냐 라는 위험도를 측정하기 위한 평가보다는, 개선지점을 확인하기 위한 평가를 위해서 작업특성에 맞는 평가도구의 선정과 사용이 요구된다.

다섯째, 개선활동의 주체는 외부 연구진이 아니다. 현장의 작업자다. 아무리 좋은 개선안이라도 현장이 고려되지 않으면, 그림의 떡일 뿐이다. 따라서 개선안에도 작업자의 의견이 가장 소중히 반영되어야 한다. 연구진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위험성이나 불편함 해소를 위한 개선안을 제시하여 주는 것으로 그 역할을 다 한 것이다.

실행위원은 해당 평가결과를 작업자에게 설명하고, 1차 개선안에 대한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야 한다. 즉 1차 개선안의 현장 적용 가능성을 타진하고, 다른 개선안을 수집하는 등 작업자 의견을 취합하여 개선안을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렇게 다양하게 수집된 개선안은 개선안 논의단계에 따라 분류하고, 개선안의 성질에 따라 비용과 적용기간 등을 고려하여 노/사간 적극적인 개선안 논의를 수행하여 개선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이상 10여년의 유해요인조사 경험을 바탕으로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들이 개입할 수 있는 유해요인조사 방향에 대해 서술하였다. 일부 의견이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고, 사업장 상황에 따라 적용이 쉽지 않은 부분도 있다. 그러나 앞에서 정리된 내용으로 유해요인조사가 기획되고 주기적으로 수행된다면, 최소한 노동자들로부터 외면 받는 유해요인조사는 안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선배들이 힘들게 이루어 놓은 법적 유해요인조사가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기를 희망하며 글을 마친다.

※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에 대해 궁금하신 사항이나 논의 사항이 있으시면 02-490-2081로 유선문의 바랍니다.

글 : 허승무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근골격계질환센터 팀장)

덧붙이는 글 | 일과건강 웹진 244호에 실렸습니다.



태그:#근골격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허승무, #일과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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