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편성 1주년을 맞이한 MBC <복면가왕>

정규편성 1주년을 맞이한 MBC <복면가왕> ⓒ MBC


MBC <일밤-복면가왕>(아래 <복면가왕>)이 첫 돌을 맞았다. 지난해 4월 5일 정규 첫 방송 이후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것이다. 그간 200여 명이 넘는 출연자가 <복면가왕> 무대에 올랐고, 총 11명의 가왕이 배출됐다.

유명 가수와 연예인들이 가면을 쓰고 노래 경연을 벌인다는 파격(?)적인 설정은 뜻밖에 많은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지난 1년간 <복면가왕>은 매주 15% 내외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일요 예능의 최강자로 우뚝 섰다.  

매주 의외의 인물을 등장시켜 놀라움을 안겨 온 <복면가왕>은 1주년 특집으로 방영된 4월 3일 방송에서도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배우 최필립과 윤유선, 가수 혜이니, 셰프 최현석 등은 누구 하나 예측하기 쉽지 않았던 반전의 주인공이었다. 이들은 모두 비록 1라운드에서 탈락하긴 했으나, 음악을 즐길 줄 아는 모습과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복면가왕>의 1주년을 더욱 빛내 주었다.

쉼 없이 달려온 1년. MBC <복면가왕>의 성공은 예능판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1년은 과연 무엇을 남겼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하나] 음악 예능 전성시대를 열다

 <복면가왕> 1주년 무대에 오른 배우 윤유선.

<복면가왕> 1주년 무대에 오른 배우 윤유선. ⓒ MBC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방송계에는 '트렌드가 실종됐다'는 평가가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육아 예능 열풍이 가라앉은 시점에 '쿡방'이 등장해 그 자리를 대신했으나, 최근에는 유행을 주도하는 프로그램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물 방송과 인테리어 방송 등이 쿡방의 자리를 이어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미풍'에 그쳤고, 뜻밖에 음악 예능이 힘을 발휘하는 분위기다.

SBS는 지난 3월 30일 <신의 목소리>를 정규 편성했다. 가수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시청자와 기존 가수들이 대결을 벌이는 <신의 목소리>는 "계급장을 떼고 한판 붙는다"란 홍보 문구에서 자연스레 <복면가왕>이 오버랩 된다. 비가수 출신도 가왕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것에서 착안, 이제는 일반 아마추어와 가수들의 대결로 경연의 폭을 확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오는 8일부터 새롭게 선보이는 MBC <듀엣 가요제> 역시 <복면가왕>의 성공과 무관하지 않다.  이 프로그램은 아마추어와 가수가 한팀이 돼 경연을 펼치며, 매주 1등을 차지한 팀만 다음 주 경연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취한다. 이는 <복면가왕>의 가왕 시스템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며, 1라운드 듀엣곡 무대를 특화한 것으로도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는 17일 SBS는 <판타스틱 듀오>라는 또 하나의 음악 예능을 선보일 계획이다. 한 달도 채 안 돼서 3개의 음악예능이 새롭게 선보이는 것인데, 이쯤 되면 음악 예능이야 말로 2016년 방송가를 지배할 트렌드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복면가왕>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둘] 지상파 예능의 반격

 음악예능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복면가왕>

음악예능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복면가왕> ⓒ MBC


사실, <복면가왕>이 성공을 거두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최근 몇 년간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 주도권은 케이블과 종편, 즉 비지상파 방송이 쥐고 있었다. JTBC <비정상회담>, <냉장고를 부탁해>와 tvN <집밥 백선생> 등은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지상파 예능을 압도했다.  

음악 예능 역시 JTBC <히든싱어>, tvN <너의 목소리가 보여> 등 지상파보다는 비지상파에서 더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되며 시청자의 만족도를 높였다. MBC <나는 가수다>, KBS 2TV <불후의 명곡> 등 지상파 음악 예능의 경우 예능적인 재미보다는 경연에 더 초점을 맞춰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복면가왕>은 복면이라는 키치적 발상에서부터 누구인지 맞추는 추리요소까지 더하면서, 경연의 긴장감과 예능적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참신한 기획과 도전 정신으로 무장한 <복면가왕>은 지상파 방송도 얼마든지 트렌드를 주도하고 높아진 시청자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음을 보여줬다. 따라서, <복면가왕>의 지난 1년은 '지상파 예능의 반격'이라 부를만하다.  

[셋] 경연프로그램에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방송 1주년을 맞아 파일럿 당시 출연자들이 <복면가왕> 패널로 참여했다.

방송 1주년을 맞아 파일럿 당시 출연자들이 <복면가왕> 패널로 참여했다. ⓒ MBC


이 밖에도 <복면가왕>은 기존 경연프로그램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그간의 경연프로그램은 승자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구조였다. 그래서 참가자들은 이길 확률이 높은 노래를 선곡하고, 판정단의 귀를 사로잡는 화려한 퍼포먼스와 고음에 많은 공을 들였다.

하지만 <복면가왕>은 달랐다. 오히려 떨어져야 더 주목을 받았다. 이긴 사람은 가면을 계속 쓰고 있어야 하지만, 탈락자는 가면을 벗고 정체를 공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승자는 승자대로, 또 패자는 패자대로 각자 원하는 바를 얻어갈 수 있는 구조다.

그래서 참가자들은 억지로 승리만을 위해 노래를 부르거나 무대를 꾸미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서, 목소리 하나만으로 평가받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그 진심이 시청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었기에 승자와 패자 모두 박수를 받고 관심을 끌 수 있었다. 떨어져야 주목받는 <복면가왕>은 확실히 기존 경연 프로그램과는 궤를 달리하는 감성을 보여줬고, 어쩌면 이런 시스템이야말로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복면가왕>을 지탱시켜 준 원동력인지도 모르겠다.

1년을 넘어 2년, 3년, <복면가왕>이 일요일 저녁을 책임지는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창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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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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