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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선거철입니다. 이번 선거에는 경제민주화의 논의가 좀 약해졌지만, 2012년 대선 화두는 경제 민주화였습니다. 그러한 분위기를 반영해 세법도 개정되었습니다. 2012년 세법개정안에 대한 기획재정부 뉴스의 제목은 '2012년 세법개정안 의결…'대기업 증세ㆍ경제민주화' 강화'였습니다.

기획재정부는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하겠다는 기조 하에 고소득자에 대한 공제•감면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입장을 밝힙니다. 

개인사업자의 최저한세율도 지금은 감면전 산출세액의 35%이지만, 앞으로는 감면전 산출세액 30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45% 올라간다.
(중략)
고소득자의 과도한 소득공제 혜택을 막고자 소득세 특별공제 종합한도가 도입된다. 공제한도는 2500만원이다.
(2012.12.31 기재부 뉴스 중에서)

기획재정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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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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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종합한도는 신용카드 사용금액 공제, 주택자금 공제, 투자조합 출자금액 등 소득공제 항목 중 일부에 대해 총액한도를 두는 방식입니다. 최저한세 제도는 좀 더 포괄적인 규제방식인데, 소득공제, 세액공제, 세액감면 등 모든 공제•감면을 합하여 총괄한도를 두는 제도입니다. 즉, 아무리 공제를 많이 받아도 원래 내야 할 세금의 최소한 35% 또는 45%의 세금은 내야 한다고 정한 것입니다.

도입 당시에도 우려가 있었습니다. 방향은 맞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득공제 종합한도의 경우 한도계산에 빠지는 항목들이 많아서 실제로 계산해 보면 2500만원이 넘는 소득자가 별로 없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최저한세의 경우 종합소득세 납부자의 세액공제•감면율을 고려할 때, 35%나 45% 비율이 실효성이 있는 규제기준 인지에 대한 의문이 존재했습니다.

2015 국세통계연보 상 고소득자 공제•감면 4.6조원

이 제도들은 2013년부터 적용되었습니다. 실제로 효과가 있었는지를 2015년 국세통계연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2015년 국세통계연도는 2014년에 신고된 국세에 대한 통계자료입니다.

먼저, 고소득자에 대한 공제•감면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근로소득자의 경우 근로소득금액이 1억원을 초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집계했습니다. 근로소득금액은 총급여에서 필요경비 성격인 근로소득공제를 제외해 산출됩니다. 근로소득공제를 제외하고서도 연간 1억원을 초과하니 고소득자로 분류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표 1 : 1억원 초과 근로소득 연말정산 신고자의 공제•감면]
(단위 : 억원)
고소득 근로소득자 공제감면
 고소득 근로소득자 공제감면
ⓒ 국세통계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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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국세통계연보(2015), 국세청)

근로소득자의 경우 소득금액 1억에서 2억 구간에 많은 금액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고소득자의 소득공제는 총 5조 3천억원 정도가 됩니다. 유효세율을 고려하면 그 소득공제의 세금효과는 1조원이 넘습니다. 이와 별도로 세액공제와 감면으로 7천억원 정도의 세금을 깎아주었으니, 총 합계로 보면 1조 8천억원의 공제•감면이 있었습니다.

참고로, 위의 소득공제 금액에는 근로소득공제를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동일한 대상으로 한 근로소득자의 근로소득공제 총액은 5조원 정도 되고, 유효세율을 적용하여 세금효과를 계산해 보면 약 1조원 정도 됩니다.

종합소득 신고자의 경우도 동일하게 종합소득금액이 1억원을 초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집계했습니다. 종합소득금액은 총수입액에서 필요경비를 차감하여 산출됩니다. 종합소득 신고자의 경우 평균적으로 84% 정도를 필요경비로 차감해 주고 있습니다. 그 정도의 필요경비를 차감하고서도 소득금액이 1억원을 초과하니 고소득자로 봐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표 2 : 1억원 초과 종합소득 신고자의 공제•감면]
(단위 : 억원)
고소득 종합소득자 공제감면
 고소득 종합소득자 공제감면
ⓒ 국세통계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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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국세통계연보(2015), 국세청)

종합소득 신고자의 경우 소득공제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3조 정도가 소득공제가 되는데, 그 세금 효과를 계산해 보면 7천억원 정도 됩니다. 반면 세액공제와 감면이 많은데, 모두 더해보면 2조 1천억원 정도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종합소득 신고자에 대한 공제•감면 총액이 2조 8천억원 정도 됩니다.

기획재정부가 도입한 제도로 얼마나 막아냈을까?

2015년 국세통계연보을 확인해 보니 소득금액 기준 1억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자들이 받은 총 세금감면 효과는 4조 6천억원입니다. 그렇다면, 기획재정부가 2012년말에 도입한 두 가지 제도를 통해 감면받지 못한 세금은 얼마나 될까요?

소득공제 종합한도의 실적은 32억원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한도초과라고 걸러낸 총액이 38억원인데, 고소득자에 대한 금액만 따져 보면 32억원입니다. 세금으로 환산해 보니 10억원 정도 됩니다. 2500만원이라는 기준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확인됩니다. 대부분 사람이 2500만원 이하로 소득공제를 받고 있는데 '2500만원 이상은 절대 공제 못 받게 하겠다'라고 엄포만 놓은 것입니다.

현행 소득공제 종합한도에는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소득공제가 많습니다. 기부금 공제, 개인연금저축 공제 등이 빠져 있습니다. 게다가 보험료, 교육비, 의료비 같이 원래 소득공제였던 항목이 세액공제로 전환되고 있어 대상이 더 줄어들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개인별로 2500만원을 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려면 금액기준을 1000만~1500만원 정도로 대폭 하향조정 해야 합니다. 

종합소득세에 대한 최저한세는 더 심각합니다. 아예 통계조차 산출되어 있지 않습니다. 최저한세율의 개념은 원래 내야 할 세금의 35% 또는 45%도 안 내는 것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원래 내야 할 세금이 3000만원까지는 65%까지 깎아주는 것을 봐준다는 의미이고, 내야 할 세금이 3000만원을 넘으면 55%까지 깎아주는 것을 봐준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소득세의 전체 감면율은 아래 표와 같이 25% 내외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실적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그물이 숭숭 뚫린 그물로 고기를 잡고 있었던 셈입니다. 종합소득세 최저한세 제도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35%나 45%의 기준비율을 90%까지 대폭 상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표3 소득세 전체 감면율]
소득세 감면율
 소득세 감면율
ⓒ 홍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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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월간 재정동향,  2016년도 예산안, 2016년도 조세지출예산서(기획재정부))

선진국은 고소득자 공제•감면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어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등 많은 선진국은 고소득자에 대한 다양한 공제금액 제한 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일정 규모 이상 수입을 가진 고소득자는 항목별 공제, 인적 공제 및 교육비 공제금액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호주의 경우 일정소득을 초과하게 되면, 의료비 세액공제의 범위 및 공제율이 감소합니다.

우리나라도 고소득자에 대한 공제•감면 관리를 실효성 있게 바꾸어야 합니다.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공제 종합한도는 현행 2500만원에서 1000만~1500만원 수준까지 대폭 인하해야 단속 실적이 생깁니다. 종합소득세 최저한세 제도도 의미가 있으려면 기준비율은 현행 35~45에서 90%까지 대폭 인상해야 합니다.

기획재정부도 이렇게 효과가 없는 것을 알고도 이 제도들을 도입했을까요?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그 끝은 미약한 기획재정부가 아닌, 시작만큼 그 결과도 창대한 기획재정부를 기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의 정책위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태그:#고소득자 공제감면, #최저한세, #소득공제 종합한도, #종합소득세 최저한세, #고소득자 세금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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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조세재정팀장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으로 일하는 회계사입니다 '숫자는 힘이 쎄다'라고 생각합니다. 그 힘 쎈 숫자를 권력자들이 복잡하게 포장하여 왜곡하고 악용하는 것을 시민의 편에 서서 하나하나 따져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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